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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22.10.27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1
  9. 2022.03.01 대학생 문화기술지..
  10. 2022.02.13 10대용 경제책..

서문..

낸책, 낼책 2023. 10. 20. 09:14

환전기 최근에는 가을에 맞는 환절기가 우리 집에는 아주 힘들다. 올해는 둘째가 입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몇 년간 가을이면 폐렴이나 천식으로 입원을 했었다. 

오늘은 둘째가 몸이 힘들다고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계속 몸이 안 좋다고 했었다. 편도선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하는데, 열은 없다. 

집에서 오늘은 학교 쉬라고 했다. 오전에 병원에 데려갈 생각이다. 

저출생 책은 오늘부터 원고 고치기 시작한다. 1장 앞부분의 시작이 너무 편안해서, 서문을 따로 안 달 생각이었다. 

요 며칠 동안 일본 드라마 <콰르텟>을 봤다. 현악 사중주단에 대한 얘기인데, 생각보다 미묘했다. 음악 얘기라는 게, 열심히 했어요, 잘 됐어요, 그런 게 대부분이다. 그 얘기를 극적으로 만들다보면, 그 중간에 시련과 고난을 어마무시하게 많이 넣는다. 콰르텟은 좀 그런 거랑 스토리 구조가 아예 다르다. 엔딩에 나오는 곡이 너무 멋져서, 도대체 누가 이렇게 노래를 잘 불러, 했다. 제1 바이올린으로 나왔던 배우가 부른 노래인데, 일본판 겨울왕국을 불렀다. 엄마나야.. 배우 겸 가수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저출생 책 서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음악을 가지고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았다. 3류가 꿈을 버리지 않으면 4류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런 몇 개의 문장이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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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책은 오늘 초고를 마쳤다. 제목은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게 처음의 제목 그대로 갈까 싶다. 좀 줄이거나 변형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내 실력으로는 바꾸지를 못하겠다. 부제는 조금 더 고민해볼 생각이다. 노동희소라는 개념을 어떻게든 넣을지 역시 좀 더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몇 주 동안 책 마무리하느라고 홀린 사람처럼 지냈다.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 결국에는 뒷부분을 정리할 때에는 탈탈 털어넣게 된다. 실력 부족이다. 쥐어짜는 시간을 좀 보내게 된다. 처음에 계획한 대로만 채워넣어서는 너무 밋밋해서 읽을 수가 없다. 이럴 때면 머리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조금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시간을 많이 써야 하고, 지우고 또 지우고.. 특히 이번에는 아주 조금만 더 머리가 좋았으면, 그런 아쉬움이 아주 많이 들었다. 

여름 오기 전에 끝낼 줄 알았던 책이 가을 시작할 때까지 왔다. 어린이 둘 키우는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올해 둘째는 여름 시작하면서 병원 응급실에 가기는 했는데, 입원은 하지 않고 넘어갔다. 병원이 파업 중이라서,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응급실에서 긴급 조치만 하고 집에 왔는데, 다행히도 그렇게 넘어갔다. 가을 시작하면서 감기도 한 번 앓았는데, 그래도 큰 일 없이 버텼다. 덕분에 많이 늦어졌지만, 그래도 책은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책 내는 출판사는 아주 작다. 그리고 재정도 어렵다. 마케팅이고 뭐고, 없다. 원래도 그렇게 살았다. 사회괴학에는 마케팅이고, 그딴 거 없다. 요즘은 책이 좋으면 팔리고, 아니면 말고, 그렇게 가볍게 마음을 먹고 지낸다. 책은 지가 팔리는 거지, 그 외에 다른 변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목도 정확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붙이려고 한다. 

며칠 좀 쉬고, 통계 빼먹은 것도 채워넣고, 전체적으로 한 번 더 봐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월에 내는 게 계획이다. 내용은 겹치는 것들 정리하는 정도라서, 크게 손 볼 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죽음 에세이가 가을과 겨울에 하기로 된 순서다. 이거는 쓰면서도 재밌을 것 같다. 나도 나이를 처먹으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이래저래 더 많이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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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책은 이제 맨 뒤의 두 꼭지를 남겨놓고 있다. 봄에 끝낼 줄 알았는데, 집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계속 있었다. 많이 늦어졌다. 이래저래 여러가지 일정들이 꼬였다. 하긴. 내 인생이 언제 꼬여 있지 않은 적이 있었나 싶다. 그냥 이렇게 버티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웃음을 잃었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 두 꼭지 마저 끝내고 나면 잠시 홀가분할 것 같다. 

도서관 경제학과 죽음 에세이는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도서관 경제학도 아주 늦어진 책이기는 한데, 기왕 하는 거 조금 더 공을 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책의 앞부분은 원래는 필라델피아에서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정을 잡으려고 할 때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시 일정을 잡지 못했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하고 싶었다. 

겨울에서 봄 사이, 일정이 적당한 때를 잡아서 필라델피아에 가기로 했다. 돈이 좀 들기는 하고, 책으로 그 돈을 빼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책 작업할 때 연구비를 아낌없이 털어 넣었었다. 이제 와서 본전 생각하는 건, 왠지 나답지 않아서.. 그냥 돈을 좀 쓰기로 했다. 이래저래 순서를 좀 바꾸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책이 과연 이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책을 쓰는 게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고, 읽는 사람이 있어야 조그만 변화라도 시작할 수 있다. 그래도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데에는 아직은 책이 가장 유용한 수단인 것 같다. 

계단식 변화는 곤충들의 성장, 즉 탈피하는 동물들의 성장을 묘사할 때 많이 쓰는 용어다. 공룡은 직선 방향으로 성장하는데, 곤충들은 그렇지 않다. 내 경우에는 생각도 그런 것 같다. 조금씩 느는 게 아니라, 책을 한 권 정리할 때마다 커지는 것 같다. 워낙 집중적으로 하나의 일들을 계속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걸 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내 경우에는 그렇게 괴롭지는 않다. 그렇다고 너무 즐거워서 자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겪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보다 더 힘들거나 괴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왕에 하는 거라면, 좀 즐기려고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를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의 연속으로 이해하고, 삶의 일부를 피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20년 동안 책을 쓰면서 살지는 못한다. 그냥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책 쓸 때 가장 큰 건, 역시 보람이다. 안 해 본 생각을 하고, 안 해 본 방안을 생각하는 일은 보람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건 사회과학이라는 장르가 갖는 장점일 수도 있다. 사회과학의 경우는 자신을 위해서 쓰지는 않는다. 결국은 사회 속에 있고, 사회적인 일이다. 

그래도 그런 얘기를 너무 무겁게 하지 않고, 너무 각 잡고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차피 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얘기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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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에세이는 아버지 장례를 치루면서 나도 집중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얘기를 다루려고 하는 책이다. 나도 죽음과 노화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경제학자로서는 드문 기회인데, 지난 몇 년 동안 우울증과 자살에 관한 행정에 관여하게 되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문을 하게 되면서, 꽤 많은 행정 절차에 관련되는 특별한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얘기들을 현실에서 좀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여기에 최근에 새로 넣은 꼭지 하나가 초등학생 자살에 대한 주제다. 아이들 둘 키우다 보니까, 그런 얘기들을 좀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초등학생 자살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최근에 다룬 주제가 투신 자살한 초등학생 얘기다. 그리고 본격적인 연구까지 다 살펴본 건 아닌데, 자살에 대한 생각을 초등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건 꽤 어린 시절 부터다. “죽고 싶다”라고 표현되는데, 대체적으로 초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이 되면 그런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생겨난다. 생각보다 이르다. 

그렇다고 초등학생이 알아서 정신상담 같은 창구를 두드리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게 행정적으로 어렵다. 흔히 자살에서는 ‘고위험군’이라는 표현을 쓴다. 자살을 더 많이 하게 되는 특별한 집단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고, 자살 시도 등 이미 밝혀진 과거의 경험에 의해서 행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집단에 대한 의미다. 초등학생 자살 고위험군, 참 생소한 주제다. 

다른 자살 이슈에 대해서는 나도 좀 다루어 본 적이 있기는 한데, 초등학생 자살은 나도 살펴봐야 하는 주제다. 그렇지만 아무도 안 볼 것 같다. 물론 관련된 논문들은 좀 있을텐데, 보통 사람들 특히 보통의 학부모가 논문까지 살펴보게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여러 가지 의미로 아주 유명한 사람의 자녀가 작년에 자살과 관련된 얘기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 문제는 잘 해결되어서, 지금은 아주 정상적인 상태가 되었다. 물론 부모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 특히 아빠가 많이 변했다. 부부는 이혼 절차에 돌입하기 직전이었는데, 자녀의 자살 문제 앞에서 꽤 많은 노력이 생겨났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엄마 문제보다 아빠의 문제로 자녀가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기는 하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청소년 심지어는 성인의 자살도 많은 경우 근본적인 동기는 아버지로부터 나온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더 많을 것 같다. 자녀가 자살을 하면 부모에게 생긴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기는 한데, 아버지 중에서 노력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가 않다. 

아주 비극적인 얘기지만, 아버지로부터 문제가 생겨난 자녀의 자살은 형제나 자매들에게도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죽음 에세이에서 초등학생 자살에 관한 절은 아버지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담을 생각이다. 그리고 약간의 행정적 절차에 대한 개선. 청소년 자살은 이미 마음 속에 응어리 진 상태라서 풀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초등학생 자살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얘기했을 때, 전문가들은 어렵다고들 했다. 스스로 개선하려고 하는 아빠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게 그렇게 풀기 어려운 문제일까? 내가 던져보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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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조금 지나면 환갑이다. 환갑이 지나면 어떻게 살지는 아직 생각해둔 것이 없다. 어디에서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88만원 세대’ 스면서 시작한 경제 대장정이라고 불렀던 일련의 출간들은 환갑 전에 마무리하려고 한다. 50권째 책은 예전에 정해둔 게 있다. 윤석열이 ‘가짜 평화’라고 불렀던 바로 그 평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면 아직 별 계획이 없다. 

아마 시민단체에 소소한 봉사활동 같은 거 하면서 노년을 마무리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 평생 아주 노곤하고 피곤한 삶을 살았다. 2005년에 첫 책을 내고, 대부분의 시간을 정말 사회 최전선에서 살았다. 한때는 격렬했고, 한때는 덜 격렬했고, 그런 차이만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냥 내가 누리면서 살았던 많은 것들을 다시 사회와 자연에 돌려주고 사는 삶, 그런 정도만 생각한다. 생태 문제로 박사 논문을 썼고, 그런 문제 의식으로 평생을 살았는데.. 아마 노년은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평생 그랬던 것처럼 시대의 어려운 사람들이나 힘든 일 옆에 서 있으려고는 할 것 같다. 나는 높은 곳, 영광스러운 곳을 보면서 살지는 않았다. 거품 없이 살고 싶었고, 허세 없이 살고 싶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아이들 둘 키우다 보니까. 문제가 없는 날은 하루도 없다. 정말로 머리 아프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날 그리고 그보다 좀 덜 골치 아픈 게 있는 날, 그런 날들만 있다. 그 안에서 느끼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은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 행복은 없다. 그냥 판타지일 뿐이다. 뒹굴면서 잠시 만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책을 못 냈다. 연초에 좌파 에세이가 나오기는 했는데, 그건 제작년에 썼던 책이 출간만 일정상 작년으로 넘어온 것이었고. 

아버지가 2년 전 겨울에 쓰러지시고, 몇 달 동안 병원에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주로 주말에 병원에 몇 달간 있었고, 그게 끝나고 나서는 무리했던 막내 동생이 쓰러졌다. 진짜 한해에 두 번 상 치르게 될까봐 시껍했다. 다행히 막내 동생은 의식이 며칠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둘째가 병원에 입원했다. 그 와중에 씩씩하게 잘 버텨준 큰 애한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게임기 사준다고 약속한 것은 연초였다. 큰 애가 게임기 있는 친구 집에 놀러가고 싶어하고, 집에서는 틈만 나면 게임 유튜브 보다가 혼나고, 그런 게 이래저래 좀 안되었다 싶었다. 그러다가 둘째가 힘들어지고.. 결국 닌텐도 사줬다. 그게 행복을 줄까 싶지만, 우리 집 어린이들과 나 사이의 타협 같은 것 아니겠나 싶다. 

나는 주로 에디터들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면서 책을 준비하는 편이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최근에 에디터들이 회사를 옮기면서 몇 권이 중간에 붕 뜨게 되었다. 나도 정신이 없고, 준비도 덜 되고, 그래서 그냥 시간만 지나가게 되었다. 최근에야 정리를 좀 했다.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다. 예전에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더 길었고, 움직이는 범위도 더 컸다. 이제는 그때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고,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얘기하지도 않는다. 얻어걸리는 얘기도 줄어들었다. 그냥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얘기들을 정리할 뿐이다. 

저출생에 관한 책과 도서관 경제학은 순차적으로 붙여서 쓰는 중이다. 워낙 오랫동안 밀리기도 했고, 이제는 더 미루기도 그렇다. 

보통 진보와 보수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도서관이 거의 유일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좀 묘한 게, 도서관 문 닫는 일에 열심이다. 도서관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걸 그냥 문을 닫으려고 하나 싶다. 마포구에서 촉발된 논쟁인데, 생각보다는 본질적인 얘기인 것 같다. 도서관은 뭐고, 책은 뭐고, 그런 생각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도서관 경제학과 책에 대한 에세이 두 권으로 디자인을 했었다. 사회적 경제 준비하면서 같이 준비된 책이니까. 진짜 오래된 얘기다. 책에 관한 에세이는 안 쓰기로 했다. 내 책도 겨우겨우 팔면서 책이란 이런 거다, 이렇게 쓰면 도움이 된다, 그런 얘기할 처지가 아니다. 꽤 긴 시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쓰면서 나도 일종의 작업 노하우나 루틴 같은 게 생겼다. 그런 얘기를 좀 차분하게 해볼까 했었는데, 내 문제도 제대로 못 푸는 형편이다. ‘바담 풍’ 하게 생겼다. 그래서 이 책은 없애기로 했고, 그 대신 최근에 많이 생각했던 죽음에 대한 에세이를 별도로 준비하기로 했다. 지난 몇 년간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문을 하면서, 우울증과 자살 특히 이런 문제의 행정적 절차에 꽤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늙어가면서 생겨난 변화들이 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화를 부정한다. 아니 부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더 그렇다. 은퇴 준비가 안 된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좋든 싫든, 어떻게든 더 돈을 벌어야 한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늙어가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건 성숙이 아니라 미성숙으로 가는 길이라고 가끔 생각을 했다. 

올 하반기에는 인권연대랑 같이 ‘경제와 인권’에 대한 강의를 하기로 했다. 대학교 한 학기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가 될 것 같다. 아마 이건 좀 손을 보고 내년에 나가게 될 것 같다. 

내년에는 그 외에도 두 권이 더 있다. 올해 도서관 경제학 자리에 있다가 내년으로 넘어간 것이 젠더 경제학이다. 벌써 몇 년째 계속 뒤로 미루어지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정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계약상 밀려 있는 마지막 책이 10대를 위한 경제학책이다. 이것도 사연이 좀 많다. 안 해 본 출판사인 북멘토랑 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년까지 가면 계약 해 놓고 아직 마무리 못한 책들이 다 끝난다. 중간에 시급한 책이 끼어들어 올 수는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아버지 상 등 이것저것 개인사가 많이 끼어들어서 뒤로 밀린 것들을 이제서야 정리할 일정을 짰다. 그냥 묵묵하게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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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밀려 있는 거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기는 한다. 밀려도 너무 밀렸다. 내년까지는 꼼짝할 공간이 없다. 이게 뭔가 잘 되서 그런 게 아니라, 진작에 썼어야 하는 게 이래저래 밀려서 그렇다. 

2년 전 가을에 둘째가 병원에 입원했고, 좀 있다가 아버지 쓰러지시고. 아버지 상 치르고, 좀 있다 또 둘째 병원 입원하고, 이러다 보니까 지금 딱 이 형편이다. 도저히 시간 관리가 안 되어서 작년에는 학교도 그만두었다. 좀 낫다. 

미루고 미룬 책 두 권을 이제는 정리하려고 한다. 저출산에 관한 책이 하나 있고, 도서관 경제학도 이번에는 마무리하려고 한다. 

두 권 다 강연이 좀 필요한 책이기는 한데, 지난 가을부터 강연 일정은 거의 안 잡고 있다. 언제 둘째가 아플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곤란했다. 도서관 경제학 같은 경우도 강연이 자신이 없어서 내년으로 다시 넘길까 했는데.. 이게 그냥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올해는 정리하려고 한다. 

먼저 할 건 저출생 얘기다. 사실 진작에 냈었어야 했는데, 앞의 일정들이 끝나지 않아서 많이 늦어진 책이다. 할 말이 없다. 이런저런 제목을 생각해보다가 거의 최종 버전으로 잡혔던 게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였다. 느낌은 딱 이건데, 너무 길다. 그리고 문장이 입에도 잘 안 붙는다. 그래서 결국 한 발 양보, “모두의 문제”라고 줄이기로 했다. 

부제에는 ‘10대’라는 키워드를 넣을 생각이다. 사실 10대라는 말이 좀 애매하기는 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건데, 그 사이에는 어마무시한 변화가 있다. 요즘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묶어서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것도 좀 애매하고. 예전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에 엄청난 취향의 차이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문화적 취향으로는 한 집단으로 묶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10대에게 얘기하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몇 번 시도해봤는데, 별로 효과는 없었다. <생태요괴전> 낼 때만 해도, 10대 대상의 책으로도 만 부 넘기는 건 일도 아니었었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오래 전 일이다. 

책에서 누구랑 얘기할 것인가, 이걸 정하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난의도와 깊이 이런 것들이 많이 결정된다. 

이 책의 청자를 10대로 정한 건, 이제 우리 집 어린이들도 10대에 들어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해주는 얘기 같은 톤으로 이 복잡한 얘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아무려면 아비가 자식에게 해로운 얘기들을 해주겠느냐.. 나도 그런 심정이다. 

대략적으로 10여년 전에 탈계몽의 시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계몽.. 그딴 거 통하지 않은지 이미 좀 된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들을 사람은 없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나도 그런 계몽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슨 변화가 올 것인가, 이런 얘기들을 좀 차분하게 해보고 싶다. 

인구가 줄면 더 많은 사랑이 생겨날 것 같지만, 우리의 경우는 더 많은 혐오가 생겨난 것 같다. 

경쟁압에 대한 얘기를 이번에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하고, 북유럽 국가들과 한국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왜 우리는 누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그런 질문들을 좀 던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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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간 일정을 뒤늦게 잡았다. 뒤로 미룰 걸 좀 미루고, 순서도 재배치했다. 

1. 제일 먼저 나올 책은 출산율과 노동 시장의 변화에 대한 책이다. 저출산과 저출생을 구분한다면, 저출생에 관한 얘기일 것이다. <솔로 계급의 경제학>에서 연결되는 책이다. 올해 나올 책 중에서는 가장 이론이 많이 나오고, 가장 혁신적인 책이다. 제목이 마땅치가 않다. 제일 땡기는 제목은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이건데, 좀 길다. 

2. 고심 끝에 도서관 경제학을 상반기에 먼저 하고, 젠더 경제학은 다시 내년으로 넘겼다. 개인 일정도 좀 그렇고, 저출산 책에서 연결되는 내용들이 좀 있어서, 아예 거리를 확 떼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도서관 책도 몇 년째 밀리고 밀렸는데, 오세훈을 비롯한 보수 아저씨들이 도서관 닫느라고 한참 열내고 있을 때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원래는 ‘책에 대한 책’ 정도의 가제로 책에 대한 가벼운 글들을 모아서 에세이집을 하나 할 생각이 있었다. 그걸 없애고, 책에 대한 얘기들도 다 도서관 책에 몰아넣기로 했다. 중간에 여유가 되면 펜실베니아에 갔다 올 생각은 있는데, 그럴 형편이 될지는 모르겠다. 맨 처음 구상을 할 때, 책 앞머리는 펜실베니아에서 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사이에 내 형편이 쪼그라 붙어서,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3. 이것저것 다 내년으로 넘기고 여름부터는 죽음과 늙어감에 대한 얘기들을 모아서 간만에 에세이 한 권 내기로 하였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이제 한참 치매가 진행 중인 어머니 모시고 살아가는 내 애기이기도 하지만, 늙어가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작년에 해보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귀찮아서 그냥 시간만 끌고 있던 주제다. 정태인 선배의 죽음이 꽤 영향을 미쳤다. “형도 이제 환갑이네요.” 쓰러지기 직전에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다. 그때는 나나 정태인 선배나, 그렇게 인생이 덧없이 지나갈 줄 몰랐을 때였다. 

장례식에 우리 집 어린이들 다 데리고 갔었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집에서 장례 치룬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장례식이 아주 익숙했다. 삶이란 그렇게 덧없는 것. 이재영 죽을 때는 벌써 10년 전이다. 안 되었다는 슬픔만 많았지, 내 일일 것이라는 생각은 많이 안 들었다. 환갑 넘자마자 정태인 선배 쓰러지면서, 나도 내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살았는데, 나라고 무슨 고래 힘줄처럼 강하기만 한 건 아니다. 

일부러 한 건 아닌데, 살다보니까 자살에 대한 연구도 꽤 하게 되었고,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문을 벌써 3년째 하는 중이다. 얼마 전에 자살특위 위원장을 해달라고 해서, 나에게는 과분하다고 물린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르다고 하지만, 안락사에 대한 얘기도 좀 하고 싶다. 죽을 날 기다리면서 그냥 앓다고 죽는 건 좀 그렇다. 지금도 연명치료에 대한 서약이 제도로 있다. 이거 신청하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안 받아도 된다.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어렵지만, 나에 대한 얘기들은 할 수 있고, 이제 나도 그런 나이가 된 것 같다. 

좌파 에세이 쓰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많이 털어낸 것 같다.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런 얘기 없이 좀 어정쩡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좌파 에세이에서 그런 사회적 짐을 많이 덜었다. 이제는 좀 편안하게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얘기인가, 아닌가, 이제 그런 생각만 하기로 했다. 내가 편안해야 읽는 사람도 편안할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편안해야 더 어려운 얘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박찬일의 노포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게 많다. 잠깐 성공할 수 있고, 잠시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오래 가서 50년 넘게 망하지 않은 가게는 그렇게 화려한 데는 아니다. 박찬일의 예전 책도 좀 봤는데, 확실히 노포 얘기를 다루면서 박찬일의 스타일도 좀 변했다. 

내가 다루는 애기는 쉬운 얘기도 아니고, 그렇게 인기 있을 얘기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얘기를 편안하게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와 한 발 떨어져서 가는 게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별로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변하는 사람은 나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박찬일 책을 읽기 이전에 나는 그런 생각을 잘 못했던 것 같다. 올해 쓸 책들은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좀 편안해질 수 있는 데 신경을 좀 쓰려고 한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 잘 못 했다. 나도 좀 배운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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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둘째가 태권도장에서 송판 한 번에 깼다고 송판 들고 와서 한참을 자랑을 했다. 나는 숨 잘 쉬어서 너무 고맙다고 했는데, 둘째는 뭐가 고맙냐는 반응이다. 지금도 매일 호흡기 치료를 하고 있어서 그냥 괜찮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 입원해 있던 거 생각하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기념으로 2주 후 주말에는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가서 짜장면도 먹고, 월미도 가서 범퍼카도 타기로 했다. 둘째는 키가 안 되어서 혼자는 못 탔는데, 이젠 얼추 키가 된다. 

가능하면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했는데, 두피의 지루성 피부염이 최근 다시 심해졌다. 원래 그런 거 없었는데, 아버지 병실에서 간호하면서 병이 몇 개 생겼는데, 그 중에 사소한 게 지루성 피부염이다. 병원 다녀서 없어졌는데, 둘째 입원하면서 다시 생겼다. 병원에서도 이건 원인을 모르고, 완치는 어려우니까, 그때그때 다시 치료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젊은 의사가 너무 웃기고 유쾌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자기 동생도 증상이 나랑 똑같은데, 의사인 형 말 더럽게 안 처먹어서 도저히 나아지지가 않는다고 한다. 그때 의사가 약을 정말 왕창 처방해주면서, 또 증상이 생기면 적당히 조절해서 먹으라고 했었다. 결국 오늘 다시 먹기 시작했다. 나는 스트레스 안 받는다고는 하는데, 아주 안 받는 건 아닌 듯 싶다. 

다음 번 책 제목은 “10대들이 살아갈 세상”과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두 개를 놓고 꽤 고민을 했었다. 부제는 ‘노동 희소 사회’ 정도 된다. 좀 고민을 하다가, 그냥 정직한 제목을 달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내가 한국에 대해서 갖게 된 생각이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그런 것이다. 저출생은 여러 경로로 결국은 모두에게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지만 이걸 진짜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아직 못 봤다. 그게 누구에게 뭐라고 할 문제도 아닌 것 같다. 당장 생겨나는 문제들이 많은데, 이런 답 없는 문제를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결국 아무의 문제도 아닌 게 된다. 

학부 시절 홍성찬 선생의 서양경제사 시간에 들었던 얘기가 하나 생각난다. 로마 시절에 폭군 황제를 젊은 장군들이 물리쳤다. 그런데 그 장군들도 그날 집에 돌아가면 노예들이 몸을 씻겨 주었단다. 독재를 했던 폭군도, 그걸 뒤집어 엎은 장군들도 노예에게 일을 시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스팔타쿠스 반란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 깔았던 말이다. 그 얘기가 나에게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똑 같은 얘기는 아니지만, 유사한 얘기가 경제인식론에 나온다. 밤에 가로등 밑에서 동전을 줍던 신사를 길가던 어떤 소년이 도와서 같이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동전이 나오지 않으니까 소년이 여기에서 동전을 잃어버린 게 맞냐고 물어봤다. 신사는 동전을 잃은 곳은 저 쪽이지만, 그래도 가로등 앞에서는 뭐가 보이니까 여기서 찾고 있다고 했다. 그게 경제학의 문제라고 배울 때 너무 재밌었다. 우리는 풀어야 하는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풀 수 있는 수단이 있는 문제만 풀려고 한다. 통계가 있고, 방법론이 정립된 문제를 푸는 게 논문이다. 그렇지 않은 문제는? 어지간히 노벨상급의 의견이 아니면, 이미 잘 정립된 질문 말고는 논문 쓰지도 않고, 써도 받아주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애로우가 그런 뜬굼 없는 얘기들을 하면서 사람들 방향을 한 번에 바꾸는 역할을 했었는데, 애로우 죽고 나서는 그런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와 같다. “칠 수 있는 볼만 치고, 잡을 수 볼만 잡는다..” 경제학이 사실 그렇다. 풀 수 있는 문제만 푼다. 애로우는 박사 논문이 ‘불가능성 정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상징적이다. 

답 없는 질문은 원래 안 던지는 게 답이다. 나도 이제 나이를 처먹을 만큼 처먹었다. 뻔한 질문만 던지면서 남은 생을 살고 싶지는 않다. 어려운 게 아니라, 아예 답이 없는 질문을 던져도 좋은 나이가 되었다. 

며칠 전에 어떤 정부 연구원에서 신임 경제학자 모집 공고가 나온 걸 우연히 봤다. 아이만 안 아팠으면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물론 내가 내면 욕 더럽게 처먹을 건데, 그냥 그렇게 출발점 위에 다시 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은 애 봐야 해서, 사실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둘째 등하교 이제 그만 신경 써도 될 나이면, 이젠 내가 힘들어서 그런 건 못 할 것 같다. 

칠 수 있는 공만 치고, 잡을 수 있는 공만 잡아야 할 처지에, 답이 없는 질문들만 찾아가는 내 삶도 참 팍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밋밋한 인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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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수업 듣는 학생들하고 준비해서 만든 책이다. 이래저래 평균치는 한 책이다. 

성결대에서 4학기째 수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전혀 몰랐는데, 이것도 시간이 좀 지나다보니까 약간의 이해가 생겼다. 지난 학기에 처음 가능성을 보았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수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쓴 학생들이 좀 생겨났다. 그때 처음부터 책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면 할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 내내 고민을 했는데,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그냥 하기로 했다. 얼마나 팔릴 지는 자신은 없는데.. 출판사에서는 필요하면 진행해도 된다고. 좌파 에세이가 판매에서도 어느 정도 되었으면 안 해도 되는 고민이었는데, 현실이 또 그렇지가 않아서. 

청년 그것도 예술을 키워드로 한 일종의 문화관찰지 같은 것을 생각한다. 경제 인류학 공부하던 시절에 종종 하던 작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대체적인 틀이 잡힌다. 

일부러 4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했고, 문화와 예술 그리고 서브컬처 같은 게 키워드다. 

올해는 일정이 빡빡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 정도 작업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렇게까지 빡빡하지는 않다. 원래 올해 있던 책 몇 권을 내년으로 넘겼다. 

나도 이제 50대 중반이다. 필드 작업을 하기에는 점점 더 힘이 부치고, 아마 실제 대상들을 만나서 하는 거로는 내 인생의 마지막 작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전문가들 인터뷰 이런 건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그 사람들은 훨씬 더 준비된 사람들이다. 짧게 만나고 필요한 얘기만 주고 받아도 된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은 좀 다르다. 훨씬 힘이 더 많이 들고, 더 조심스럽다. 문화기술지는 나도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 점점 힘이 떨어지고, 내 시간을 만들기가 더 어려워진다. 

하여간 할까, 말까, 이걸 놓고 두 달 동안 고민을 했는데.. 오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배는 곧 출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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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잡지에서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경제 책을 좀 분야별로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정말 며칠을 끙끙거렸다. 그런 기준에 맞는 책이 거의 없거나, 너무 오래 되었거나.. 

한 때 장하준 책이 이 분야에서 거의 독보적으로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마땅한 책이 없다. 돈 버는 법, 이런 건 엄청 많다. 어린이 증권 교육 등 최근에는 아주 많아진 것 같다. 그렇지만 좀 더 균형잡힌 시각으로, 돈이 아니라 경제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은 이제 아주 씨가 마른 것 같다. 

예전에는 ‘대안 경제’ 같은 이름으로 이 분야가 형성되어 있기는 했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성인용 책에서도 그렇지만, 이게 청소년 혹은 교육 분야로 들어가면 더욱 그렇다. 

요즘은 책이 아주 어렵다. 특히나 사회과학 같은 경우는, 이런 장르가 존재한 적이 있었나 싶게, 존재 자체가 거의 화석처럼 변했다. 나도 겨우겨우 버티고만 있는 것 같다. 책 한 권 한 권 내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10대용 책은 더욱 어렵다. 인터넷 서점에서 10대용 인터페이스 자체를 아예 없애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책의 위기는 더더욱 빨라져서, 10대들의 책들은 내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나도 몇 권을 시도했다가, 영 여의치가 않아서 포기했다. 

그러다 보니까 대안 담론 같은 것은 10대 안에서 아예 형성되기가 어렵다. 뭐 그걸 꼭 책으로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자기가 가진 가장 최상의 내용들을 책의 형태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냥 유튜브로 하면 안 돼? 글쎄올시다.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책을 쓰기에 최적화된 사람들의 경우에는 몇 곱의 힘과 품이 들어간다. 현실적으로는 개인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소재가 매일매일 발생하는 정치평론과 달리, 경제 담론은 정리하고 사색하는 여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책이 지식을 만드는 최전선에 여전히 서 있는 것은, 책이 그런 특징이 있어서 그렇다. 

여기에 또 하나 문제가 생긴 게,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역할을 사서 선생님들이 움직일 공간이 팬데믹 이후로 매우 협소해졌다는 사실이다. 학교도 대면 수업과 원격 수업을 왔다갔다 하는 몇 년 동안, 학교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 사이에 청소년 도서 시장 자체가 거의 붕괴하디시피 한 변화가 벌어진 것 같다. 

나도 우선 순위에서 약간 떨어져서 10대용 경제책을 준비하고는 있는데.. 이게 내 삶의 준비가 아직 안 되어서 계속 미루어지는 중이다. 내 삶의 경제적 기준이라는 게, 단순하다. 지금보다는 더 넉넉하게 몇 년치 생활비가 충분히 확보되면, 나도 그냥 최소 판매만 생각하고 이런 책들을 좀 더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는 있다. 

최근에 낸 좌파 에세이와 10대용 경제책을 비교해보자. 둘 다 최악의 경우에 손익분기점을 못 넘길 것을 염두에 두면서 준비할 수밖에 없는 책인데, 이 책 두 권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좌파 에세이가 더 앞이다. “나는 좌파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나는 좀 더 큰 불이익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걸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건 내 삶에도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10대용 경제책은 그렇게까지 내가 모든 것을 제치고 앞으로 나올 분야는 아니다. 보람은 있지만, 내 모든 것을 걸 정도로 나에게 시급한 주제는 아니다. 도서관 경제학 같은 경우도 10대용 경제책에 비하면 우선 순위가 훨씬 더 높다. 그러니까 결국은 다시 뒤로 밀리게 된다. 

이런 구차한 얘기를 하는 것은, 이게 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라고 사정이 좀 낫겠나 싶다. 사정은 그만큼 안 좋다. 

그래도 내가 10대용 경제학책과 같은 10대용 책을 계속 준비하는 이유는, 정말로 개인적인 이유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애가 곧 중학생이 될 거고, 이 아이들과 그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나에게도 있다. 설마 아비가 자식에게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얘기를 이념적으로 해주겠느냐? 세상에 그런 아비가 어디 있겠느냐? 그런 전차로… 10대용 책들이 아직 나의 출간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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