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책 서문을 새로 썼다. 순서가 좀 뒤집히기는 했는데, 그 동안 죽음 에세이 초고를 쓰면서, 내가 많이 변했다. 생각도 많이 변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도 많이 변했다. 

중국어도 배우기로 했고, 일본어도 배우기로 했다. 20대 이후로는 어학은 거의 공부한 적이 없다. 독일어 조그만 더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여유가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냥 미루어 두었었다. 

프랑스에서 박사 과정 마무리하기 직전에 있었던 일이다. 암으로 죽어가던 전직 프랑스 외교관 집에 초대를 받아서, 하루 밤 자고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양반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외국어 공부한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언어 몇 개까지, 7개 국어를 아주 능통하게 했다. 자기도 경제학 공부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문학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재주가 아주 많은 사람이었는데, 결국 말만 배우고 삶을 마무리하게 되었다고. 

내가 불어하는 거 보니까, 앞으로도 언어 몇 개는 더 배우려고 할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말은 2~3개 하면 충분한데, 자기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아서,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웠다고 했다. 인생이 긴 줄 알았는데, 막상 죽는 순간이 되니까, 어학 공부하면서 인생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도 그때 느낀 게 좀 있었다. 사실 그때 좀 찔렸다. 원래는 7개 정도 언어를 배울 생각이 있었다. 그때 안 배워두어서 후회했던 것은 포루투갈어.. 브라질 연구를 좀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읽기가 너무 힘들어서 결국 포기. 

그렇게 살았는데, 죽음 에세이를 쓰면서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짧은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일본어도 배워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내가 중국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무식해도 이렇게까지 무식한 줄 몰랐다가, 크게 충격을 받았다. 내가 다른 사람 보다 잘 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호기심이 많은 거였다. 사실 지금까지도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한 적은 거의 없고, 호기심이 생기면 그걸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게 된 거였다. 

아직 알고 싶고, 살펴보고 싶은 게 많이 있다는 것을 50대 중반에 알게 되었다. 중국 역사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고, 일본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졌다. 중국 연수도 갈 생각이다. 

책이라는 게 그렇다. 책을 한 권 쓰고 나면, 인생이 변한다. 알고 모르는 것의 경계선에 있게 되고, 자신이 살아온 삶,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한 번을 다 뒤집어보게 된다. 그냥 아는 얘기 쓰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는 책이 되지가 않는다. 논리와 내용만 가지고 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감정이 들어가야 하고, 감정이 진짜로 생겨나기 위해서는 그 얘기가 가짜 얘기라서는 안 된다. 내가 배운 것은 그런 거다. 

죽음 에세이는 특별히 더 그런 게 많았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다 보니까,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이 부정확했거나, 임시 방편 같은 지식인 경우도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50대 중반이다. 그렇지만 한 턴 더 공부할 기회는 남아있는 것 같다. 별로 하는 일은 없는 시간을 지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변화도 없는 것은 아니다. 30대 초반에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이후로는 가장 큰 변화가 요즈음 있었다. 

습관대로 살다가, 습관처럼 나이를 먹고,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변한 내 생각을 저출생 책에 좀 반영을 하려고 한다. 어쨌든 뭔가 배우고 싶고, 뭔가 알고 싶다는 변화는 좋은 변화다. 나이 먹고 새로 뭔가 배우는 게 다 귀찮아지고, 하기 싫어질 수도 있다. 나는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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