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에세이 본문은 끝냈고, 서문까지 달았다. 우와, 죽다 살았다.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시작하기 전에는 진짜 몰랐다. 글이라는 게 뭔지, 진짜로 이번에 많이 느낀 거 같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더럽게 어렵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주제다. 보고 싶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피하고 외면하고 싶어하는 주제다. 그냥 접을까, 몇 번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다루는 것은 생각보다 에너지와 감정 소모가 많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죽음과 관련되면 사소한 일이 아닌 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죽음이라는 것은 없다. 죽음은 허투루 다룰 수가 없고, 숫자 속에 숨겨진 일들이 자꾸 보이게 된다. 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고, 아픔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나. 그때마다 나도 살아온 삶들을 돌아보게 된다. 젠장. 나는 왜 그런 개떡 같은 결정을 하였던가, 그런 생각들이 결국 들고야 만다. 나는 왜 그렇게 했을까?
내 삶을 돌아보면, 늘 이기고, 잘 한 기억만 있을까? 나에게도 수 없는 이불킥의 기억들이 있다. 그걸 되새기면, 감정이 많이 소모된다. 하이고, 나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수없이 많은 지점을 되새기게 된다. 그걸 버티고, 또 다음으로 넘어간다.
생각해봤다. 나는 이렇게 봤다와 나는 이렇게 살았다, 이건 관찰에 대한 감정적 무게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고 내가 뭐 대단하게 모범적으로 살아온 것도 아니고. 한 칸 한 칸이, 글로는 드러나지 않는 무게감을 지고 걸어가는 길 같다.
하여간 그렇게 일단 서문까지 달아서 본문은 끝냈다. 책 쓰면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앞부분의 셋업에 해당하는 얘기들은 일단 다 날렸다. 나에게는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읽는 사람에게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감정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부분은 날리고, 그 얘기는 그냥 서문에 넣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본문 고치기 시작할 거다. 셋업을 날려서, 결국은 대수술이 필요하다. 책 쓰면서 이렇게 고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능력부족이다.
톤 조정도 좀 하려고 한다. 죽음이라는 무게에 너무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는데, 여전히 톤이 좀 무겁다. 좀 더 명랑하게 바꾸어 보려고 한다. 보는 사람들이 그래도 좀 맘을 편하게 하고 읽을 수 있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장치들은 다 써보려고 한다.
죽음을 밝게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좀 웃기게 얘기하려는 시도는 해보고 싶다. 멋적은 농담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무 농담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다.
이번에 죽음 에세이를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그런 삶에 대한 생각도 했고, 책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글에 대한 생각도.
주제가 이번처럼 어려우면, 너무 고생스러운 대신에, 보람은 있다. 재미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아니고, 보람 정도 느껴지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그리고 크게 배운 게 하나 있다.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을 좀 더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런 걸 미리 계획하거나 설계하기는 힘들다. 나도 미리 다 알고 쓰는 게 아니라, 분석해보면서 하나씩 찾아내는 거라서, 이런 걸 과정을 미리 만들 수는 없다. 그래도 좀 즐기는 마음을 가지려고 하고 싶다.
내일부터는 이제 다시 고치기 시작한다. 좀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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