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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22 겨울이 온다
  2. 2018.11.01 지식경제에 관한 책
  3. 2018.10.23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4. 2018.10.12 볼링 얼론, 로터브 퍼트남
  5. 2018.09.24 젠더 경제학..
  6. 2018.09.23 이완용 평전
  7. 2018.08.21 노회찬 생각...
  8. 2018.08.14 어쩌지, 어쩌지...
  9. 2018.07.24 노회찬과의 삼겹살 파티... 1
  10. 2018.07.11 올해 강연은 마감...

겨울이 온다

낸책, 낼책 2018. 11. 22. 16:00

월요일날 직장 민주주의 인쇄 들어간댄다. 올해는 4권을 내고 싶었는데, 결국 3권으로 마감한다. 각 책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예상치 않게 생겨나면서 조금씩 늦어졌다. 직장 민주주의는 인터뷰 7개를 중간에 하게 되면서 일정을 한참 뒤로 미루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구성도 새로 하게 되었고.. 미리 꽤 준비된 내용이라도, 이제 예전처럼 빠르게 하기는 어렵다.

내년부터는 이제 출간 속도를 확 늦추려고 한다. 두 권 반 정도 하면 좀 널널하게 할 것 같다. 앞으로는 두 권 내외에서 한 해 작업 분량을 맞추려고 한다. 그것도 힘들면 더 늦추고.

나머지 일들은 예전과 같고, 방송, 강연, 이런 거 다 없애고 하는 거라서 딱히 부담될 것 같지는 않다. 기고는 내년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들이 있기는 하고.

정말 특별한 경우 아니면 급하게 쓰는 책은 이제는 안 하려고 한다. '내릴 수 없는 배' 하면서 다시는 사회적 문제에 맞추어서 급하게 발간하는 건 안 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다. 내 속도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당의 뻘짓 시리즈들 모아서 '놀부의 경제학' 같은 거로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현재의 내 여력으로는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다. 킬. 기왕 몇 년간 세종 들여다 본 거, 세종 평전 같은 거 써보라는 얘기도 있는데, 지금 내 코가 석자라서 세종의 이런 측면을 좀 보세요, 그렇게 분야를 넓히기에는 부담. 킬. 문화경제학 다음 버전으로, 진보 쪽에서는 문화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리 좀.. 필요는 한데, 애들 보는 입장에서 애들 업고 인터뷰 다닐 수도 없고. 킬.

이런 책 저런 책, 엄청 많은 제안들이 있지만, 여력이 안 되는 관계로, 일단은 그냥 하던 거나 제 날짜에 마감할 수 있게.

이렇게 12월이 온다. 겨울이 온다. 이번 겨울은 아주 긴 겨울이 될 것 같다.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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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저자로 살면서 행복한 것은 내고 싶은 책을 내 맘대로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다 잘 팔리는 건 아니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준비된 때에 낼 수 있는 것도 큰 복이다. 팔릴 책이 아니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내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 뭐가 팔릴지, 사실 나도 모른다.

 

경제 대장정 시리즈 쓰던 시절에 마지막 책으로 과학과 기술의 경제학을 배치했었다. 결국 이 책은 못 썼다. 복잡한 사정이 있기는 했는데, 결정적으로는 황우석 사건 때 확 질려서 그렇다. 황우석한테 속은 사람들은 아직도 잘 이해가 안 가기는 한다. 총리실 시절에 회의차 참석한 그를 잠시 본 적이 있다. “사기꾼 맞네…” 우리는 다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참여정부 때 죽여놨던 사업들을 다시 살려냈다. 다 속았는데, 명박만 안 속았다. “어떻게 된 사람이 정치인인 나보다 말을 잘 해.” 직관적으로 명박은 황우석이 사기꾼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황우석 사건 때 아이고 사람들 지랄들을 하시는데, 그 때 진짜 확 질렸다.

 

말로는 지식경제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지금 지식을 만들거나 담당하는 사람은 다 배곯아 죽기 직전이다. 연구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책 쓰는 사람, 그야말로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 “밤새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물어보게 생겼다. 잘 하면 된다는 개떡 같은 소리나 하고.

 

토건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대안으로 생각한 게 지식경제와 문화경제다. 지식도 힘들고, 문화도 힘들고.. 겨우 김동연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 게 예비타당성 평가 줄여줘서 공사 좀 많이 하라는. 빠가..

 

경제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필요한 데 돈이 들어가게 하는 게 기본이다. 경제공무원들이 뭔가 아는 것 같은데, 너무 편하게들 사셔서 그런지, 그냥 자기 친구들이나 동창들에게 돈이 들어가게 하는 게 경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쨌든 지식경제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갈 길은 이거라고 생각하는데, 청와대에 있는 아저씨들은 아무래도 해저터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건 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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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문 걸어 잠그기로 했다. 내년에 꽃 피는 계절이 오기 전까지는, 강연 등 외부 활동은 일단 접기로. 운동 좀 하면서 내가 생각해도 이제는 좀 움직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는. 최소한으로 한다고 해도, 내가 동선이 커서 그런지 일단 한 번 움직이면 일이 너무 커져버린다. 별로 내 스타일 아니다.

공적인 일은, 딱 한 가지만 하기로 했다. 김윤철 박사랑 진보 쪽 미래 정책 정리하는 책 한 권을 같이 준비하기로 했다.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 어떤 정책들이 논의되는 것이 좋을 것 같은가, 예를 들면 기본소득, 직장 민주주의 등, 그런 것들을 좀 발굴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새로운 저자들을 찾아내고 좀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나도 그랬다. 김수행 선생이 '청년을 위한 경제학 강의', 한겨레 출판부에서 내면서 마지막 장을 나한테 맡겼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생태경제학에 관한 글이 나왔다. 그 시절, 나는 아직 20대였다. 그 때는 별 거 아닌 줄 알았는데, 그 글이 돌고 돌면서 처음으로 나도 입지가 생겼다.

얼마 전 광주에 가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최근의 정책이라는 게, 캠프나 정당 일각에서 몰래몰래 한다. 그래서 사람들 술 마시고, 밥 먹고, 그런 루트를 통해서 가장 최신의 논의를 하게 된다. 20년 전부터, 익숙한 일이다.

그게 좀 은밀하고 비밀스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요즘 최신의 논의라는 게, 진짜 별 거 아닌 것이기는 한데. 지방에서 출마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이게 너무 고급 정보인 셈이다. 참, 별 것도 아닌데.

10년 전에는 강연이 한참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방에서도 강연을 통해서 그런 정보들을 유통하고는 했는데, 요즘은 책만 죽은 게 아니라 강연도 죽었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정말로, 별 것도 아닌 정보마저도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유투브에 있다는데..

어떤 전문가가 머리에 총 맞았다고 공 들여서 다듬은 정책을 유투브에 그냥 올리고 설명하겠느냐. 그냥 있으면 그거 하나 가지고 꽤 높은 자리에 갈 수도 있고, 그런 거 아니더라도 논문으로 다듬어서 점수라도 챙기는 게 낫지.

유부트에는 정책에 관한 얘기도 거의 없거니와, 돌아다니는 얘기라고 해봐야 외국에서 떠돌아다니는 얘기 이리저리 '카더라', 이런 게 많다.

우리나라에서의 최신 흐름. 그딴 건 유투브에 없다.

신문에서 기획기사 쓰는 기자들에게 겨우겨우 약간의 정보가 가기는 하는데, 그것도 대부분은 작전 세력인 경우가 많다.

나만 해도 그렇다. 대뜸 무슨무슨 신문 기자라고 최신 얘기 밑도끝도 없이 물어보면, 바쁘다고 하지. 방송국도 마찬가지다. 무슨 방송국이라고, 아무 맥락없이 대충 이런 얘기 해줄 수 없냐고 하면..

아, 그러시냐고, 고생 많이 하신다고 하지. 한 번 보러 온다고 하면,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으실 것 같네요, 애 보느라..

정책 자체가 고급 정보인 것은 아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흐름' 혹은 '최근의 논의'라는 수식어가 하나 붙으면 엄청난 고급 정보가 되어버린다.

우리끼리야 누가 뭐 한다고 하면, 아 그러냐, 재밌겠네, 그러고 넘어간다. 사람이라봐야 워낙 뻔해서, 어디서 누가 뭐 하는지 결국에는 대충 알게 된다.

그런 가장 최근의 정책에 관한 얘기를 업데이트 하는 책을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게 견적서 내면 안 하는 게 맞는 책이다. 여러 명이 자기 글 모아서 내는 책, 거의 안 팔린다. 예전에는 힘들어도 그런 거 기획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양반들이 장관이나 뭐 그런 걸로 이미 정부에 들어갔거나, 마음에 깊은상처를 입고 두문불출.

내년 봄까지는 문 걸어 잠그고, 나도 좀 쉬면서 정책에 관한 책이나 준비해보려고 한다. 사람들도 좀 모으고, 새로운 얘기도 만들어보고.

그 정도는 내가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는 말과 같다. 내가 굼뱅이 맞기는 맞는데, 그래도 기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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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얼로운>, 겁나게 유명한 책이다. 저자 로버트 퍼트남 교수를 만나서 차 한 잔 할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데, 나름 최근에 생각하는 얘기들을 해서 나도 좀 얻어들을 기회가 생겼다. 한국의 비슷한 사례와 우리 문제 얘기도 좀 하고.

 

점쟎고 엄청 똑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시컨신 교수가 된 한국 제자 얘기를 길게 했다. 나도 마침 위스컨신 출신들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기도 해서, 이래저래 인연이 겹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88만원 세대> 쓸 때는 <볼링 얼로운>을 못 읽었고, 나중에 퍼트남 얘기랑 내가 한 얘기가 비슷한 얘기라고.. 동료 사회학자들이 얘기해줘서 알게 되었었다. 최근에 낸 책은 교육에 관한 얘기라고 알고 있었는데, 교육만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것에 대한 얘기라고. 들어보니까 진짜 그렇다. 나에게도 흥미있는 주제였다.

 

(나중에 신문사에서 기왕 만난 김에 대담도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일정이 안 된다.. 어쨌든 나름 좋은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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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경제학..

낸책, 낼책 2018. 9. 24. 21:12

내년에는 책 하나 더 찔러넣을 공간이 도저히 없다. 있는 것도 지금 덜어내게 생겼다. 최근에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부탁받은 것은 젠더 경제학이다. 박사 논문 시절에 따로 공부한 것은 아니다.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나서 1년 가까이 빈둥거리면서 지낼 시간이 생겼다. 그 때 전혀 다른 주제들이 뭐가 있나, 진짜로 순전히 호기심으로 논문들을 찾아 읽었었다. 그 시절에 gender economics라는 분야를 처음 접했다. 마침 미국경제학회 등 주요 경제학회에서 이 주제로 컨퍼런스도 많이 열렸고.. 하여튼 마침 유행이었다. 이게 뭐당가?

어쨌든 그 시절에 읽었던 논문들 때문에 1995년 이후로 gender 문제가 내 분석의 한 기준점으로 상주했던 것도 사실이다. 20년도 더 된 일이다.

여유가 되면 대학원에 강의하나 개설하면서 실험적으로 내용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수업할 시간까지는 도저히 내기 어려울 것 같다.

수업을 별도로 하지는 않았는데, 외국 대학원에서 강의할 커리큘럼 정리하게 될 일이 있었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으로 외국 대학에 가지는 않았는데, 그 때 정리한 것이 '괴물의 탄생'이라는, 한국경제론에 관한 책이 되었다. 나름 의미가 있었다.

orthodoxe하다는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내가 연구하거나 공부할 때는 무쟈게 orthodoxe하다. 젠더 경제학에 대해서 뭔가 쓰려면, 그렇게 orthodoxe하게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도서관 경제학 끝나고 나면 좀 여유가 생길까? 대학원에 수업 하나 개발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야 할 참고문헌과 논문 리스트도 각 절별로 좀 달아넣고..

그렇게 딱딱하지만 좀 오래갈 교과서 스타일의 책으로 gender economics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가 좀 이런 거 하면, 나는 그냥 사서 보고 싶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근데 2년 후에도 아마도 별 거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연구 분위기가, 돈 안 되는 분야에는 거의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인기 있는 분야에도 정부기관이나 연구소에서 바로바로 인용해서 써먹기 좋은, 깊숙하지만 중립적인 그런 분석이 유행이다.

이론적인 것, 이론의 원류, 사상사적인 흐름 그리고 사회문화적 맥락, 이런 것들은 취업이나 경제활동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것만 재밌게 생각했는데...

그래서 추석 중에 후년 일정표를 잠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젠더 경제학에서 해놓은 것들의 상당수는 직장 민주주의에 들어간다. 그렇게 일부분은 털고... 나도 간만에 orthodoxe한 접근을 한 번 해볼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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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평전

낸책, 낼책 2018. 9. 23. 11:59

나도 나이를 먹는다. 언젠가는 지금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놓치고 있는 것을 팍팍 잡아내는, 그러지 못하는 나이가 올 것이다.

나이 먹어서 '새로운 것'이 힘든 나이가 오면, 그냥 버티고 채우는 마음으로 평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부 때는 경제사 전공을 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대학원 때에는 국제경제학을, 박사과정 때에는 사상사 분야에 있었다. 물론 그리고 실제로 경제사나 사상사를 계속 공부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평전 쓸 기본 정도는...

그런 마음을 먹으면서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리스트에 올라간 것이 이완용 평전이다. 그거 한 번 해보라고 추천한 사람이 가장 많기도 했고,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털어서 무능한 사람으로는 원균이 1번일 것 같고, 유능한 때 나쁜 사람으로는 이완용이 맨 앞일 것이다.

최근에 이완용 얘기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좀 생겼다. 와, 아직 이완용은 해보겠다는 마음만 있지, 들여다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해보겠다는 생각이, 아직도..

똑똑하다는 것이 뭔가,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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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생각...

낸책, 낼책 2018. 8. 21. 14:31

"이재영이 죽었다. 나는 공산당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나는 아무에게도 지켜야 할 약속이 남지 않게 되었다. 그는 'MB시대'를 버텨내지 못했다. 50이라는 나이는 그런 나이다. 친구나 지인 한두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것, 그게 20대와 다른 점 아닐까? 내 친구들은 참 많이도 죽었다. 민주노동당에 재영이가 두 명 있었다. 정책을 맡았던 이재영, 조직을 맡았던 오재영. 나는 두 명의 재영이와 모두 친했다. 오재영은 나와 한 잔 하기로 약속을 잡은 주에 죽었다. 과로사였다. 서울시장 선거에 노회찬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노회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오재영과 그 선거를 치르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의사 박상표는 광우병 싸움으로 유명한 인사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영향을 받아서 나는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다. 꽃처럼 아름다웠던 친구들이 50이라는 나이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 우리끼리 모였을 때, 너무나 친했던 친구나 지인이 한두 명 죽는 건 술자리 화제 축에 끼지도 못한다. 그게 20대나 30대 시절의 우리와 50대가 되어버린 우리가 다른 점이다. 이제는 죽음에 조금 더 익숙하다. 그렇게 자신의 죽음도 준비해나가기 시작한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50대 에세이에 썼던 한 구절이다. 이 귀절에 나온 친구들이 결국 다 죽었다. 그렇지만 이걸 쓸 때 노회찬도 죽을 줄은 진짜 몰랐다. 틈틈이 기억 속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 시간을 견뎌나가는 것은 남은 자의 몫이기도 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노회찬과 미처 하지 못한 일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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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에 대체적으로 하고 싶다고 노트에 끄적거렸던 일들을 대부분 했거나, 하게 되었다. 성공과는 별도로 말이다. 아직 그 중에서 손을 못 대고 있는 게 동화책이다. 나도 정신이 없었고, 상황도 그렇게 좋지 않고. 그 사이에 이제 두 아이들도 동화책을 읽을 나이에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어쩌지, 어쩌지, 그러는 사이에 그냥 시간만 흘러가는.

동화책과는 별도로, 애니메이션 같이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왔다. 이제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과, 이미 하는 일들이 꽉 짜여져서 더는 일정을 빼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동시에.

사는 게 그렇다. 좋아하는 일들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데, 그래도 재밌는 거 하면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빨리 지나간다. (시간 흐르는 게 정말 아쉬울 정도로...)

50이라는 나이가, 한 번만 더 미루면 다시는 이번 생에 그걸 해볼 수 없게 되는. 어쩌지, 어쩌지, 여전히 나는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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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건물 2층 사무실에 한국 진보정당 초창기 시절의 멤버들이 모여 있었다. 그 시절 공식적인 상근자는 이재영과 지금은 20대 국회의원이 된 노회찬, 단 둘이었다. 내가 이사간 집은 마당이 있는 전셋집이었다. 나와 이재영 그리고 지금만큼 유명해지기 전의 노회찬, 이렇게 셋이 그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날이 있다. '불판'으로 약간 유명해진 노회찬이 그날은 고기 굽기를 담당했다. 그는 고기를 구울 줄 아는 남자였다. 그 두 사람이 아직 너무너무 아름답던, 찬란한 어느 하루의 오후였다. 햇살도 더없이 좋았다. 어쩌면 내 삶에서 그날이 가장 행복하고 화사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 생의 단 하루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그날을 돌려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독자 한 분이 50대 에세이의 한 구절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겨울, 노회찬과 삼겹살 구워먹은 날을 내 인생의 가장 화사한 하루라고 썼었다. 이걸 쓴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노회찬과 다시는 마당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걸 쓸 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향한 생각이 아니라, 과거를 향한 생각.. 진짜로 난 그 날이 가장 내 삶의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억은 아니다. 가끔 나는 돗자리 깔라는 소리 들을 정도로,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흠칫하게 맞추는 경우가 있다. 오후에는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는데, 자꾸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내 에세이집 한 구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의 기억으로 노회찬을 남겨놓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정의로운 사람, 강인한 사람, 유능한 사람, 노회찬의 여러 얼굴이다. 나는 노회찬이 크게 웃고, 행복해하던 순간의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끼리 모이면, 정치 얘기나 사회 얘기, 그런 얘기들은 하지 않았다. 애 낳아라, 빨리 낳아라, 안 낳으면 나처럼 된다, 그런 얘기들을 많이 했다. 이제 나는 아이 둘의 아빠다. 애 빨리 낳아야 한다고 달달 볶던 사람 중의 한 명이 노회찬이었다. 그 집에서 큰 애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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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표를 보니까 9월에 강연이 하나 있고, 12월에 강연이 있다. 그리고 파주 쪽 도서관에 10월쯤 해준다고 약속 한 게 하나. 지난주, 이번주 강연 부탁 엄청 들어온다.

하루 정도 생각을 했는데, 올해 강연은 이걸로 마감할까 한다. 강연하고 나서 푹 자고, 이런 직업형 인간으로 살면 좋은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 강연은 싫은데 참고하는 거라서, 강연하면 소주 두 병은 마셔야 그날 하루가 끝난다. 나는 남들 앞에 서는 것도 안 좋아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더 안 좋아한다. 그 때마다 스트레스 만빵이라, 소주 두 병씩 처먹게 된다. 안 그러면 암 걸릴 것 같은 기분이다.

책 나오면 그냥 하는 강연 빼고는, 일단 올해는 이걸로 마감할까 한다. 건강도 좀 신경 써야 하는. 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책 일정도 빡빡하다. 후년도 스케쥴 잡는 중이다. 잘못하면 후년도 것도 가을이면 다 잡힐 것 같다.

방송도 명분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면 연말까지는 일단 잠글 생각이다. 예전에 한참 돌아다닐 때에는 땜빵도 하고, 잠깐 떼워주는 것도 하고 그랬다. 이제는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연말까지는, 외부활동은 정말 최소로. 그래야 내 동료들 입에 밥이 들어간다.

강연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녔는데, 이제 내 코가 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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