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킹>의 한 장면. 안희연 감출부 검사, 내 삶에 다시 명랑을 끌고 들어온..) 

 

1.

블로그 설명에 이것저것 복잡한 것들을 다 날리고 그냥 명랑이 함께 하기를!”, 요렇게 딱 한 문장 적었다.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나름 의미 있는 책이었다. 칼럼집이었는데, 어쨌든 나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막 들이받던 30대 시절의 글들이 묶여서 그렇게 나왔다.

 

명랑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쓰지 못한 것은, 이후 명박과 근혜, 진짜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버거워하는 사람들 앞에, 명랑하세요, 이거 미친 넘 같아 보여서. 그만 내려놓았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명랑한 것은?

 

영화 <더 킹>은 그렇게까지 코미디는 아닌데, 감찰부 검사 안희연이 10년 넘게 굳어 있는 나의 감성을 풀어주었다.

괘안습니까, 여기 좋네요.”

 

하여간 명랑한 능청의 극한을 본 것 같다. <더 킹>을 백 번 봤다. 하여간 틈만 나면 봤다.

 

그리고 또 나를 명랑하게 만든 것은? 얼마 전부터 영화 <1987> 반복해서 보기 시작했다. 하정우가 엄청 웃겼다.

 

너 요즘 못돼졌다.”

 

,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려>”

 

그리고 박종철 시신의 화장 명령서 대신 시신보존명령서를 쓴다. 영화는 그렇게 웃으라고 만든 건 아닌데, 아이고 배야.

 

그리고 사투리 좀 고치세요, 김일성이네, ?”

 

요렇게 남영동 대장에게 똥꼬 발사.

 

이것저것 다 필요 없고, 명랑한 게 최고다.

 

2.

굳이 명랑을 다시 꺼집어든 것은, 어느 신문사에 칼럼을 쓰다보니 나도 내가 대인기피증이던 시절에 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나도 늘 밝고, 늘 명랑했던 것만은 아니다. IMF 경제위기의 기억이 나에게도 그렇다.

 

살다 보면 그런 시기가 생길 수도 있다. 그걸 명랑을 모토로 한 30대를 지내면서 이겼다. 어쩌면 이긴 게 아니라, 좀 완화시키고, 덜 부자연스럽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싫고, 잘 모르는 사람하고 말하는 것도 싫어한다. 극단적으로 내향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자발적 왕따.. 필요 없어, 근처에 오지 마.

 

촛불집회가 끝났다.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는 그 잠깐의 공간은 그렇게 다시 닫혔다. 요즘은? ‘빚 권하는 사회를 지나 우울증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미친 집값 현상 속에서 빚 진다고 집 살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 버렸다. 집 가진 사람 중 30% 정도만 한 채를 가지고 있다. 미친겨.. 이미 살 사람은 다 샀고, 몇 채 살 사람도 다 샀다. 그리고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아예 집이 없고.

 

촛불 집회 이후, 이제 어렴풋한 동료와 친구 사이는 끝났고, 돌아서면 욕하고, 또 욕할 것 없나 싶어 살펴보는. 그냥 우울증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재명이 한국 사회에 기여도 있고, 앞으로 할 기여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우울증 권하는 사회에 결정적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확 죽어버려”, 이렇게는 말을 못하니까, 서로 우울증이나 권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여러분 우울증 한 사발씩! 요게 이번 여름과 가을을 지나면서 내가 본 한국 사회의 모습, 촛불 집회 이후의 찬란한 문화 현상이다. 화려하시다!

 

요즘 보면 편 가르기를 하다 보니 우울증을 권하는 게 아니라, 우울증을 권하고 싶어서 편 가르기를 하는 것 같은. 에라, 여기 우울증 한 사발 투척!

 

일찍이 이동엽계서 이런 명언을 하셨다.

 

개미 퍼먹어”. 우울증보다는 개미를 퍼먹고 있는 게 낫다.

 

3.

시대는 돌고 돈다. 내가 명랑을 모토로 집어 들은 게 노무현 중반기였는데, 10여년을 지나 다시 명령을 집어 들게 되었다.

 

명랑이 함께 하기를!

 

포스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명랑은 조금은 알 것 같다. 유머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명랑에는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명랑이 함께 하기를!

 

아이고, 근엄한 것도 싫지만, 악다구니하면서 주먹 꽉 쥐고 풀파워로 휘두르는 것도 싫다. 사방에 칼질이다. 오매 무서워, 집 밖에 나가기도 싫어요.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정의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서로 우울증 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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