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때문에 난리다. 우리 집도 가스 요금이 10만 원 정도 더 나오는 것 같다. 전기 요금도 좀 늘어서, 소위 수도광열비가 늘어난 것은 맞다. 애들 있는 집이라서 그렇다고 난방을 줄이기도 어렵다. 몇 달 전에 둘째가 천식으로 입원을 해서, 괜히 감기라도 걸리면 완전 망한다. 

국민의힘이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지금 정권에서 그 부담을 안게 된 것이라는 얘기가 제일 이상하기는 하다. 이 정도까지 대충 설명하고 넘어갈 줄은 몰랐다. 가스 요금을 덜 올려서 적자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게 전기랑 무슨 상관이 있겠나 싶다. 해명은 좀 성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사실 이번 겨울에 도시가스와 관련해서 가장 큰 위기는 가격 문제가 아니라 물량 확보 자체였다. 러시아 전쟁 한참 위기로 고조되던 순간에는 가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겨울을 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느냐, 그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야말로 국제적 입도선매, 미리 가스 안 사뒀다고 완전 줄경을 칠 판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난방비 어떻게 할 거냐가 먼저는 아니고, 그나마 가스라도 제대로 나오는 게 잘 한 거다, 그게 1차적인 논평이 되는 게 맞을 것 같다. 꼭 전쟁 아니더라도 가스는 늘 수급이 문제였다. 영국을 비롯해서 유럽에서는 겨울에 가스 공급이 중단된 전례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슈퍼에서 그냥 사오면 되는 물건과 달리 국가 계약이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는 가스 같은 천연 자원은 없으면 그냥 없는 거다. 비싼 건 다음 문제다. 

이번 겨울은 가스 물량 확보가 1차 관건인 경우라서, 공급 중단이나 순환 공급 같은 거 없이 가스 난방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잘 했다고 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싶다. 사실 가을에는 애들 때문에 전기 난로를 좀 사야하나,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보일러가 워낙 잘 돌아서 우리 집에는 이제는 전기 난로 등 보조 열기구가 없다. 전에 세검정에 살 때에는 난방이 부실해서 프로판 난로가 두 개나 있었다. 

가을에 전기 난로를 알아보니까 다른 요금이 올라간 것에 비해서 전기요금이 안 올라가서 중고 전기 난로가 완전 인기였다. 사면 뭘 사야하나, 몇 개나 사야 하나, 그런 고민을 했었다. 대충 올겨울 나는 데 부족하지 않은 가스 물량 확보가 되었다고 해서, 전기 난로를 안 샀다. 사실 앞으로 살면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비상용으로 보조 난방을 갖춰두는 게 맞기는 하는데, 둘 데도 마땅치 않고, 결국 안 샀다. 

가스요금이 폭등이라서 문제는 문제인데, 추세적으로 난방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를 조금 더 올리는 게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15만 원 정도 하다가 18만 원 정도로 올린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단기 대책이다. 한시적으로 이걸 확 높이는 정도는 합의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흔히 에너지 리모델링이라고 하는 주택 단열사업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길게 보면 지금 대책으로 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요소가 여러 가지 있다. 아파트들은 베란다 확장하면서 단열이 아주 어려워졌다. 여기에 중문을 달면 난방과 냉방에 모두 도움이 된다. 미국의 2층짜리 단독 주택에 중문이 아주 많아진 것은 거기도 광열비 부담이 되니까 리모델링을 한 번씩 한 거다. 당연한 얘기지만, 단열이 좋아지면 난방 효율도 좋아진다. 

좀 더 어려운 것은 저소득층 주거지 등 건물 자체를 리모델링하는 것인데, 여기는 애로사항이 아주 많다. 하자고 하면 못할 것은 없는데, 건교부랑 산업부 그리고 복지부로 업무가 나뉘어서 어려운 문제를 풀기가 좀 어렵다. 에너지 리모델링에 대한 인허가 자체가 아주 어렵고, 오래된 건물은 도면 자체가 없다. 그렇다고 못할 건 아닌데, 인허가가 너무 힘들어서 민간은 아예 시도 자체를 안 한다. 특별법 같은 것을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에너지 리모델링을 하기는 해야 한다. 이게 어려우니까 건물을 구축과 신축으로 나누어서, 신축에 대해서만 접근하고 있는 게 현재 실정이다. 

횡재세 애기는 좀 뜬굼 없다. 물론 나도 횡재세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광열비용에 대한 구조적 해법이 되지는 않는다. 그건 사회 정의 등 좀 다른 차원의 논의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걸 목적세로 바꾸어서 그걸로 저소득층 에너지 비용에 환원하겠다, 한국의 조세 메커니즘메카니 실현하기 아주 어렵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주 가격..  (1) 2023.02.26
사의재 유감  (12) 2023.01.29
유승민 건에 대한 단상..  (3) 2023.01.02
노동개혁을 전쟁 선언처럼 할 이유가..  (4) 2023.01.01
서울시 혁신 파크에 대한 기억..  (0) 2022.12.19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