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때에는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을 하더니, 문재인 때에는 적폐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했다. 유행어이기는 하지만, 정권 속성이기도 한 것 같다.

진정성은 "좌회전 키고 우측 깜빡이 한다"는 정권의 속마음을 알아달라는 얘기 아니겠는가? 나를 믿어주세요, 그 말을 표현하는 단어다.

적폐는 박근혜가 세월호 때 처음 쓴 걸로 알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초등학생들이 "쟤 때문에 그래요", 그 말과 다를 게 없다. 내가 잘 못 한 게 아니라, 원래 쟤네들이 잘 못 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이 말 아니겠는가?

진정성의 시대를 넘어 10년만에 적폐의 시대가 되었다.

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많은 문제들을 미리 알아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전쟁이 났는데, 적폐라고 하고 있을 것인가? 일단 막고 봐야지. 태풍이 왔는데, 이게 동북아시아에 사는 오래된 적폐와 같은 것이라고 하겠는가? 대책부터 세워야지.

진정성과 적폐라는 단어의 공통점이 한 가지가 있다. 자기 편에게 하는 말이다. 적이 나의 진심을 어찌 알겠는가? 그리고 적폐로 몰리는 적에게 무슨 메시지가 전달되겠는가?

진정성과 적폐가 단어로서 갖는 나쁜 점은 통합적이지 않고, 모두에게 메시지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듣자마자, "나는 너의 진정성을 알 수가 없다"라는 문장과 "그럼 내가 적폐란 말이냐?, 이런 말이 나오게 된다. 대통령이 직접 써서는 좋지 않은 용어들이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도 이전 정권에서는 없던 말이었고, 적폐라는 단어도 이전 정권에서는 이 정도의 빈도수로 사용되지 않던 단어다.

경제는 의도를 구분하지 않고 행위만 본다. 경제는 오래된 일이든 아니든, 결과만 본다. 그리고 결국에는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

미안한 것을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나라 망하고, 지지율 급등으로 정권 붕괴하는가?

미안한 것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다 쟤 때문이예요.. LH 사건에 대해서 대통령이 한 얘기는 요렇게 보인다.

미안하다, 최선을 다하겠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적폐라고 말하는 것 때문에 참모 정치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사람의 말로 얘기하지 않고, 정치, 그것도 참모들이 술자리에서나 할 법한 이상한 단어를 들이대는 언어. 그래서 참모 정치의 시대라고 이 시대를 보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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