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 후기 2. 김학도와 슈퍼모델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백화점 사진이다. 생방 중에 사진 찍기는, 영 형편이 어렵다.)

 

주변 사람들과 몇 달 전부터 경제 방송의 새로운 포맷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논의를 하고 있었다. 경제 방송이라는 게,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달이 아주 어렵다. 지금의 경제 방송은 그야말로 남성 엘리트 중심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자기들끼리 덩더쿵 덩더쿵, 북치고 장고치고, 그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 시청률 거의 나오지 않고, 볼 사람만 보는 방송이라서 그래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좀 험악하게 얘기하면,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인 셈인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전달력도 떨어진다는 게 다를 것 같다. 사라 제시커 파커는 빅 데이터 분석에서 후원 저녁모임으로 가장 많은 모금이 될 것 같다고 컴퓨터가 꼽아준 인사였고, 실제로 오바마 캠프에서는 그녀를 주빈으로 한 후원 모임을 했다. 돈만 많이 걷힌 게 아니라, 진짜로 오바마는 대역전극을 거두면서 대통령이 되었다. 엘리트 남성들이 모여서 거의 그 수준의 덩더쿵 덩더쿵 얘기를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고, 영향력도 별로 없다는 거, 이게 한국의 경제 방송의 현실이다.

 

그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좀 강도 높은 토크쇼 형식이나 예능 포맷을 전폭적으로 도입한 그런 경제 방송에 대한 기획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간간이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은 정말로 정기 개편 때 편성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 혹은 현실적 이유로 공중파 내에서 전격적으로 다른 포맷의 경제 방송이 론칭되지는 못했다. 대선이 끝나고 다시 경제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즈막하게 진행되기는 했는데, 대선 이후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전격적으로 새로운 방송을 론칭하기는 힘에 부쳤다.

 

SBS CNBC의 집중분석 takE의 기획 과정에 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이 시대가 원하는 보편적 정서 같은 게 있던 것인지, 나나 내 주변 사람들이 구상하던 경제 방송과 거의 근사한 모습의 포맷을 가지고 있다.

 

이 방송에서 MC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김학도씨다. 옆에서 한동안 지켜본 바로는, 일단 머리가 비상하고, 순발력이 아주 좋다. 김미화 선배랑 1년 넘게 방송을 하면서 느낀 것은, 경제방송에서 일단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같이 있으면, 접근성이 아주 좋아진다. 근데 경제 이슈라는 게, 별 거 아니지만 일단 밑밥으로 먼저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 좀 많고, 개별 이슈들은 쓸 데 업이 용어가 어렵고 특수 사례가 많다. 게다가 엄청나게 높은 사례를 하느냐, 그런 것도 아니고. 들이는 품은 많고, 나오는 건 별로 없고, 그야말로 비경제적 방송의 대표 사례가 경제 방송이다. 사실 경제적으로만 따진다면, 경제 방송은 안 하는 게 경제적인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여기에 김미우씨, 황세진씨, 두 명의 슈퍼모델이 번갈아 참여하면서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리 역할 외에 독특한 영역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아직 우리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팀웍에 의한 제 3의 힘을 만들어낼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여간 이 정도로 진행팀을 모은 상태라면, 뭔가 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걸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짧게 두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건,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서, 언젠가는 한국을 뒤흔들 정도의 폭발력을 가질 것 같다. 이제 막 세상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만들고, 높게 날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힘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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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내가 가장 늦게 합류하면서 기본 포맷이 잡히기는 했는데, 아직도 우리는 시행착오 중이고,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좌충우돌, 실험 중.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자리 부족이다. 내가 끼어들면서 게스트가 두 명이 나오면 자리가 부족해서 우리의 슈퍼모델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벌어진다. 찬반 토론이 있는 방송을 기획하면, 뭔가 순간순간 난감한 경우가

 

오늘 북핵 방송의 경우가 그랬다. 동국대 북한학과의 김용현 교수와 탈북 북한장교인 장세율 대표, 키맨이 두 명이 되면서 슈퍼 모델이 앉을 자리가 없어서 결국 다시 아저씨들끼리 앉아서 덩더쿵 하는 아저씨 방송이!

 

(장세율 대표. 북한군 장교 출신. 털털하고 재밌는 분이었고, 가끔 빵 터지는 개그를…)

 

마침 공공 전산망 마비가 있던 다음 날이라, 타이밍 한 번 기막혔다. 1부에서는 핵폭탄이 갖는 파괴력에 대해서 조금은 과장스러울 정도로, 정말 무서운 거다, 그리고 2부에서는 현실적인 해법에 대해서, 다시 땅 위의 얘기로.

 

북핵이라는 민감 만땅의 주제를 다루면서 너무 한 극단으로 갈 것에 대해서 걱정을 좀 했었는데, 실제 그렇게 가지는 않았고, 출연진들이 적당한 선을 타면서 토크 자체는 말끔하게 끝났다. 물론 그게 장점이면서도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무난하다는 건, 재미 없다는 것! 좀 격할 지라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얘기를 끝까지 끌어내야 할텐데, 그건 이제 좀 격렬하고 다소 거칠어진다. 물론 그 편이 재미는 있다.

 

토크가 있고, 토크쇼가 있다. 오늘은 토크에 가까웠고, 쇼는 아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국가 혹은 세계의 장래가 걸린 핵폭탄에 관한 얘기를 쇼로 접근하는 것, 이건 사실 내 양심에 걸리는 일이다. 하여간 두고두고 이런 고민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듯싶다.

(sbs cnbc 9:10~10:40, 생방송. 4월부터는 오후 4시 방송으로 옮겨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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