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6. 국민행복기금편

 

매일 방송을 만든다, 그것도 하나의 아이템을 정해서, 이게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특정 주제에 관해서 2~3주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발전시키는데, 가끔 전날 주제가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 어쩔 수 없이 비상이고, 담당팀은 날밤 까는 수밖에 없다. 12시까지 대본이 오면 읽고 자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포기하고 그냥 잤다. 내일 일은 내일

 

 

(LG 경제연구소의 조영무 박사. 점잖고, 생각보다 소박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잠시 얘기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같이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키맨은 한 명이다. 밤에 연락이 와서 몇 사람 연락처를 급히 알려주었는데, 하여간 무사히 섭외가 되었다. 가끔 기업경제연구소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는데, 실상과는 좀 다른 얘기들이 많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자주 접하기 어려운 특수한 영역이라서 그런지 환상이나 편견 같은 게 섞여 있는 것 같다. 나의 첫 직장도 기업연구소였고, 흔히 보는 경제연구소의 연구원과 내가 하는 일도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았다.

 

 

(우리 팀의 막내라고 할 수 있는 황세진씨. 내가 오기 전에 슈퍼모델들이 진행하는 코너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성공적이지는 않았었나 보다. 요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김유식 PD가 카메라를 받았는데, 예쁘게 나왔다.)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미하리라!”

 

성경구절의 패로디 버전이다. 이게 국민행복기금의 정확한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18조 이상, 혜택 대상 300만명 이상, 이게 원 버전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걸로는 1 5천억 정도, 최대 수혜 대상 44. 이 발표를 처음 보고 내가 가졌던 생각은, 하거나 말거나. 국채를 대거 발행해서 결국은 토건 자본 쪽으로 돈을 몰아줄 것인가, 이게 내가 신경을 곤두세워서 봤던 점인데, 이래저래 논란이 되었었다. 결국 그렇게 하우스푸어의 부채를 일방적으로 탕감하지는 않는 식으로 결정이 났다.

 

그건 일단 다행인 거고.

 

그렇지만 다음 문제가 생긴다. 아주 제한적으로, 그러나 탕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군가는 부채의 50%를 감면 받는다. 조건만 맞으면, 진짜하게 부채 50%가 탕감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누가 그 행운의 대상이 될 것인가?

 

누군가는 오예, 삶의 희망을 갖게 되겠지만, 최소 250만명 이상은 홧병나게 생겼다. 부채를 너무 일찍 떠 앉았거나, 너무 늦게 떠 앉았거나너무 작거나, 너무 많거나, 그래도 안 된다. 오 마이 갓! 운이 좋은 사람은 세상에 따로 있는 법?

 

(생방 시작 전에 카운트가 들어가도, 우리 팀은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원래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이 분노보다 더 강한 동인이 되는 법, 국민행복기금 방안 발표 하루만에 국민 불행기금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되었다. 여기에 이걸 딱 한 번, 원타임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배드 뱅크처럼, 정크본드 관리기법을 국가가 직접 사용하는 항상 정책으로 할 거냐, 이건 쉽지 않은 딜레마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이런 복잡한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내 생각은?

 

탕감 규모는 줄이고, 수치 조건으로 수혜자를 판단하는 것 보다는 지역 즉 동네에 일종의 지역위원회를 만들어서, 도와줄 사람을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하면 좋을 듯 싶었다. 어쨌든 나에게 이걸 운영해보라고 한다면, 지금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제도를 디자인할 것 같다.

 

모랄 해저드라는 비난에 너무 쫄아서 최소화로 만드는 데 관심을 두었지만, 지역경제의 사회적 주체들과 연계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는 않은 듯 싶다.

 

하여간 부채탕감에 대해서 나는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같은 이유로, 농가부채 탕감에 대한 주장을 예전부터 했었다.  서민경제라는 관점 그리고 긴급구제라는 관점에서 사안을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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