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진짜 이길까?

 

 

(마음으로 보는 사진. 별 의미는 없지만, 이사갈 생각을 하다보니 묘하게 기분이 뭉클해져서 처음으로 우리 앞집 사진을 찍은 거다, 아내 기다리면서. 내 눈에만 앞집이 보인다.)

 

1.

내가 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특수한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가능하면 나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려고 하고, 내 주변이 특정 부류의 인간들로 가득 차게 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게 일부러 조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가능하면 다양할 수 있도록 의도적 노력을 한다.

 

지난 대선 때의 분위기는, 말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좌파든 우파든,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처럼 대선 5~6개월을 앞두고는 명박 시대를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미래를 디자인하거나 사업계획서를 짰다. 물론 마음이 그런 건 아니지만, 큰 돈이 움직이는 일을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거나, 장기계획을 세워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 어쩔 수가 없는 측면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시절에도 나도 대선은 물 넘어 갔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가 아니라, 독자후보에게 주는 한 표도 정말로 찍고 싶지 않았었다. 심상정과 노회찬의 맞대결에서 심상정이 이겼다. 잠깐 신났던 것 그때 뿐이었고, 결선투표에서는 권영길이 이겼다. 약속한 대로, 나는 권영길에게 투표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투표장에 가기가 싫었다.

 

그 전날, 인터뷰집을 준비 중이던 지승호와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투표 아침날 안동과 청송 같은 곳에서 두루마기를 입은 할아버지들이 투표장으로 몰려가는 기이한 풍경을 보았었다. 천천히 쉬면서 올라왔으면 투표장에 가지 않을 충분한 핑계와 이유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나는 부지런히 올라왔고, 정말 가기 싫지만 예비 선거 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권영길에게 투표했다.

 

지금의 용어로는 통합민주당의 당권파가 주도하는 선거는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정말로 지긋지긋한 생각을 가졌던 게 그날이었다. 물론 비겁한 변명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당시 정동영에게 투표할 이유도, 권영길에게 투표할 이유도 전혀 찾지 못했고, 어차피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일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에 이명박에게 투표하던 주변 사람들을 알고 있고, 또 그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심지어 나에게도 주장했던 사람들도 알고 있다.

 

노무현이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 했듯이, 이명박은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 할 거다…”

 

물론 택도 없는 얘기였지만, 왜 지지해야 할 이유를 만들지 못한 그 선거에서 이명박의 당선을 예상하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 같다. 혹시라도 투표하면 자기는 괜찮지 않을까 싶은 약간의 심리적 이유 같은 것들이 기묘하게 결합하며, 그 투표는 뚜껑 열기 전부터 해보나 마나한 투표였다.

 

2.

그때부터 다시 5년이 흘렀다. 아주 솔직히 얘기해보자. 대부분의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나 큰 돈이 움직이는 결정들, 이미 현장에서는 대부분 박근혜 시대를 전제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 드라마, 이런 문화 부문에서도 규모가 크면 어느 정도는 이런 걸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

 

배우 감우성이 육영수에 관한 영화에서 박정희 역할을 맡았다고 난리이다.

 

혹시 아나? 내년이면 감우성에게 어떻게라도 줄 대고 싶은 사람이 10리길을 넘을지도? 인생 뭐 있냐, 한 방이지.

 

감우성은 좀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 이상으로 줄 대는 사람들이 줄을 이미 10리가 넘는데, 유독 감우성만 욕을 먹는 것은? 유명해서 그런 것 아닌가?

 

노 리스크 노 리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경제의 법칙 그대로이다.

 

인생 뭐 있냐, 한 방이지

 

그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돈이 그렇게 좋더냐? , 그런 말을 할 수는 있지만, 돈 앞에 절대강자라는 건 없다.

 

그러나, “인간적 매력에 이끌렸다”, 요렇게 말을 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본다. 돈이 아니라, 연기의 동기가 있다고 하는 말이기는 한데, 그러면 정말로 박정희를 힘과 권력에 이끌려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인간적으로도 존경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감우성에게 엄청난 비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은근슬쩍, 그 보다 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박근혜 주변에 사방 십리길은 이미 섰기 때문이다.

 

권력의 전환이라는 건 그런 거다. 푹 고개 숙이고 묵묵히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감우성처럼 잽싸게 기회를 잡거나

 

3.

그 때나 지금이나 민주당 쪽에는 별 감흥 없는 후보들이 서 있는 건, 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거야 개인적 주관이니,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 와중에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내가 대선후보들의 캠프를 속속들이 구성원이니 분위기를 다 뒤져본 건 아니지만, 나도 이 짓을 10년째 하다 보니, 다른 건 몰라도 정책 전문가나 조언 그룹의 배치 구조나 흐름 같은 건 조금은 알게 된다.

 

약간의 차이점을 감안하고 내가 느낀대로 얘기해보자.

 

문재인 주변에, 일단 선수는 없다. , 꽤 줄을 서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몇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만 보자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박쥐이다. 이건 나를 포함해서 하는 얘기이다. 그리고 소위 선거 시장에서 정말로 자신이 무엇인가 내다팔 게 있다면, 그리고 그걸 정말로 자기가 만들었다면, 최소한 5년간 작업한 걸 한 번에 파는 일이다. 문재인에게 줄을 대서라도 자기가 가진 걸 팔고 싶다면, 차라리 박근혜에게 가서 파는 게 낫지 않겠는가?

 

30대 전문가들이 명박에게 줄을 대는 건, 5년 전에는 보기 어렵던 일인데, 요즘 박근혜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문가들의 행동 패턴만 보면, 명박 때보다는 박근혜 쪽을 줄을 서는 빈도가, 훨씬 높다. 명박과 근혜 사이에 무슨 특별한 차이점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벌써 새누리당의 두 번째 집권을 바라보는 시기라서 그런 건지, 그건 판단이 잘 안 선다. 어쨌든 30대 혹은 40대 초반 전문가들이 새누리당에 줄줄이 줄을 서는 것은, 지난 번에는 잘 못 보던 현상이다.

 

약관 과장해서 말하자면, 문재인을 만나고 싶은 전문가가 1명이 있다면, 근혜를 만나고 싶은 전문가는 100명이다. 도저히 그 규모상, 개임이 안 된다.

 

지난 대선 때 전문가 그룹이 가장 많았던 사람은 정동영이었고, 그 이후에 측근에 괜찮은 학자가 많았던 것은 손학규와 정세균이었다. 두 사람 다, 그렇게 이번에는 그렇게 든든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지는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 팀이 리그 순위가 내려가면 잘 하던 선수들도 송구 에러 같은 것을 주로 일으키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할까? 돕기는 돕는데, 목숨을 걸거나 신명나게 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쩔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김두관? 여기는 좀 판단이 어렵다. 김두관이 갖는 인간적 장점과, 또 동시에 발생하는 인간적 약점이, 사실 같은 문제의 앞뒷면 같은 건데

 

그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서류응시 분위기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대기업이 뭐 특별한 거 해준다고 하는 것도 아닌데, 하여간 서류가 물밀듯이 밀린다. 반면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사람 뽑기가 정말 어렵지 않은가?

 

캠프 규모만이 아니라 캠프 분위기만으로 본다면, 근혜와의 게임은, 사실 하나마나다.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어지간히 사정 좀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벌써 몇 달 전부터 이구동성으로 하던 얘기이고.

 

그렇다면 안철수는? 줄 대고 싶은 사람은 적지 않은데, 안철수는 줄 대는 걸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 사람인 듯 싶다.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매우 외롭고, 그래서 외로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4.

객관적인 정황이나 상황 아니면 사기 같은 걸로 보더라도, 이 게임은 이미 하나마나한 게임이기는 하다. 이거야말로 하나마나한 말이고.

 

그렇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의 계획이나 내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을 근혜시대라고 전제하고 구상하지는 않는다. , 어차피 별 하는 일이 없어서 그런 이유도 있고. 그러나 진짜로는, 나는 아직도 근혜가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그렇다고 지금부터 남은 기간, 야당 쪽의 대선후보가 뭘 엄청나게 잘하거나, 갑자기 대오각성해서 신기를 부르면서 한 손에는 장창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하늘의 바람을 부르며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명박 때나, 근혜 때나, 누가 뭘 잘 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저 쪽이 너무 못해서 이기는, 그런 형상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후보다 너무너무 잘 해서 승리했던 건, 적어도 대선에서는 노무현 때가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몇 년 전부터인가, 한국에서는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지면 망한다는, 이상한 징크스 같은 게 있는 듯 싶다. 홍준표가 대표적으로한나라당 대표되고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졌는데, 아드레날린 과다분비로, 망했다.

 

싸움이라는 게, 꼭 많은 군대와 튼튼한 보급 그리고 확실한 작전, 그런 것만으로 이기는 건 아닌 듯 싶다.

 

이유가 몇 가지가 더 있는데, 너무 길어지니 대충 생략하고하여간 난 누가 이길지는 모르지만, 이길 가능성은 높다고 아직도 생각을 한다.

 

요즘 박근혜 쪽 책사들,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특히 경제 전문가들, 얼마나 신이 났던지. 옛말에 호사다마라고 했다.

 

나는 꼽사리다운영할 때, 나는 대선에서 진다는 전제로 그 방송을 기획하거나 준비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진다고 생각하면서, 아니 질 것이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는, 그렇게 매주 내용을 채우고, 몇 주 후 혹은 몇 달 후에 방송할 아이템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그렇게 만들지는 못한다.

 

연구소로 치면, 연구원 두 명과 보조 연구원 둘이서 매주 연구 보고서 하나씩을 내놓는 건데, 최선을 다한다는 정도의 마음으로는, 그렇게 못한다.

 

5.

요즘은 참 어려운 시기이다.

 

난 축구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국가대표 축구팀은 싫어하고, 월드컵에서의 스포츠 쇼비니즘 광기는 정말 싫어한다. 그렇다고 기왕 나갔는데, 우리 팀 지라고 하지는 않는다. 나도 게임은 보고, 가능하면 이기면 좋겠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우리나라의 대표팀이니까 꼭 잘 해야 한다고 하는 건, 요건 아주 싫어한다.

 

하여간 국가대표 축구팀이 게임에 나서면, 아주 지겹도록 경우의 수를 계산하다. 박근혜와 이 쪽의 게임은, 16강 턱걸이에 걸려있는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경우의 수 따지기보다 더 고약하다. 객관적으로 따져볼 게 없지 않은가?

 

요즘 호사가들이 하는 말을 그냥 옮겨보면

 

민통당 경선은 문재인이 무난하게 이기고, 문재인과 안철수의 경선에서는 안철수가 무난하게 이기고, 안철수와 박근혜의 본선은 박근혜가 무난하게 이긴다

 

누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게들 말한다.

 

이걸 보고 있으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혹은 어떤 다짐을 하든, 참 어려운 시기 아니겠나?

 

위로라는 말은, 솔직히 오랫동안 재수없다고 생각했었다. 위로의 뜻이 나쁜 게 아니라, 요게 속된 말로 신자유주의의 자본의 음모와 결합된 기묘한 상술 같은 경우가 많아서, 참 재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위로가 필요해”, 이 문장에 대해서 공감을 하게 된다.

 

이 쪽이 뭘 잘 해서 이기기가 아주 어렵게 된, 진짜 더럽게 꼬인 게임, 그런데도 시간은 다섯 달이나 남아있고, 마음 속에서 무너지면 안되는 게임. 게다가 상대방은 언론과 검찰 등 법제도의 철저한 보호 아래, 전문가들 마저도 학자라는 이름은 버리고 그냥 줄줄 서 있는 상황, 여기에서 최소한 지지 않는 접점을 유지하는 것,

 

그게 위로의 힘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좀 한다.

 

물론 그런 마음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로가 필요하다면, 그게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건 아주 요상한 야구 게임을 외야에서 응원하고 있는 것과 같다.

 

실책을 줄이는 팀이 지지 않는 것.

 

그러나 우리가 응원하는 팀은, 급조된 팀이며, 2군에서 엉겁결에 올라와 1군 게임을 치루는 팀과 같아. 실책이 아주 많고, 상상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실책을 할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더 많은 실책을 하기를 바라면서, 특히 더 결정적 실책을 하기를 바라면서 야구 게임을 보는 것과 같다.

 

오랫동안 꼴찌만 하는 팀들을 계속해서 응원했었다. ‘G’라고 불리던 LG를 오랫동안 응원했고, 붙박이 꼴찌 한화를 응원했다.

 

그래도 나름, 즐겁고, 재미도 있다. 이런 말이 위로가 될까? 하여간 그렇게 아주 가끔씩은 서로 위로를 하면서,

 

기본적으로는 연합군인 데다가, 연패 중이고 리그 꼴찌를 기록하는 팀

 

, 그게 우리 팀이다.

 

그러나 이번 리그에는 프로야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마지막 한 게임 이기는 팀에게 리그 우승이 주어진다는 거.

 

이런 말이 좀 위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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