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고양이는 '바보 삼촌'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덩치는 엄마보다 더 큰데, 새로 아기 고양이들이 태어나게 되면서, 동생도 아니고 삼촌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얘가 참 순박하다. 새끼 뻘인 동생들과 잘 지내고, 밥도 잘 양보한다. 틈틈히 핥아주기도 하고.
요즘은 형제들이 줄어서 그런 일이 잘 없지만, 어느 집에나 바보 삼촌에 대한 얘기들이 있었다.
얘가 딱 그 바보 삼촌의 이미지이다.
벌써 분가해서 자기 삶을 꾸렸을 나이인데, 여전히 엄마와 지내면서 새로운 동생들과 잘 지내는...
엄마 고양이는, 참 예쁘다. 그리고 지혜롭다.
어느 어미가 새끼를 키우면서 지혜롭지 않겠느냐마는, 고양이의 세계에서도 어쩔 수 없이 새끼를 버리고 도망가는 어미가 종종 있다.
집 마당이, 내가 개입해서 누군 살고, 누군 살지 말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자기들끼리 질서를 잡아나간다.
가두어놓고 키우는 게 아니라서, 갑자기 쎈 고양이들이 지금 사는 녀석들을 밀어내고 자기들이 터를 잡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삼색 고양이 모녀가 살고 있었는데, 지금의 고양이들도 그렇게 먼저 있는 녀석들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은 것이다.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지금의 엄마 고양이와 이 가족들을 오랫동안 보살피려고 한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새끼들이 이제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도 아직 전부 모인 걸 보지는 못했는데, 지금까지 본 건 4마리이다.
작년에는 세 마리가 났다가, 결국 가을까지 버틴 건, 지금 바보 삼촌이라고 부르는 녀석 한 마리이다.
그때까지는 뜨문뜨문 먹이를 주다가, 먼저 떠난 두 마리가 너무 가슴 아파서, 겨울이라도 날 수 있게 해주자고 한 게 지금처럼 다시 대가족이 된 것이다.
멘붕이라고 부르는 삼색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는데, 어제,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새끼 고양이들이 워낙 약해서, 잠시만 눈에 안 보이면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엄마 고양이가 어련히 잘 알아서 챙기겠나 싶다가도, 새끼 때는 워낙 약하니까.
생각 같아서는 예방 접종도 다 맞춰주고, 그렇게 하고 싶은데, 괜히 잡는다고 지내는 걸 힘들 게 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몰라서.
엄마 고양이와 아들 고양이.
이제는 아들 고양이 덩치가 더 크다. 별 의미는 없는 사진이지만, 뒷뜰에서 해질 무렵이라, 왠지 느낌이 있게 나왔다.
갑자기 내 생각이 났다.
나는 장남으로 살아왔고, 어머니와는 대체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마도 내가 아는 한에서, 우리 집에서는 내가 처음으로 태어난 좌파였고, 그래서 난 늘 우리 집을 위태롭게 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햐, 정말 귀엽다.
노란 고양이 두 마리는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지금 같아서는 누가 누군지, 도저히 모르겠다.
알 듯 싶었는데, 막상 이렇게 보면 정말 모르겠다.
하여간 요렇게 발발거리고 돌아다니는 녀석이 현충일날 태어났다고 해서 현충이라고 부르는 그 녀석인 것 같기는 하다.
자기도 먹어야겠다고, 얼굴 들이민다.
똑같이 나온 녀석들이라도 발육 상태가 다 같은 건 아니다. 벌써 캔과 같은 습식 사료 정도는 먹는 녀석이 있고, 아직도 밖으로 잘 못 나오는 녀석도 있고.
진짜 열심히 먹는다.
어쩌면 녀석에게는 이건 생존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일요일 오후, 야옹구까지, 고양이 여섯 마리가 전부 자고 있었다. 오후에 잠시 외출을 했던 아내도 낮잠을 자고.
나 빼고는 이 집의 모든 존재들이 자고 있었다.
평온이라는 단어를 잠시 떠올렸다.
모든 평온은 일시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헤쳐나가야 할 난관의 연속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잠시의 평온과 잠시의 행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런 걸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린 너무 많은 걸 부여잡으려고 한다.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 그런 잠시의 평온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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