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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19 50대 에세이 작업을 준비하며 2

50대 에세이 작업을 준비하며

 


(여섯 살 큰 애 생일 선물로 접는 자전거를 사줬다. 동네에 언덕길이 많아서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아파트촌에 있는 처가댁으로 자전거를. 모닝에 이런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큰 애는 앞자리로 가고. 아내와 내가 동시에 탈 수가 없다는 부작용이. 그렇다고 고 자전거 샀다고 차부터 바꾸는 것은 이상한 일이고...)



1.

살다 보면 많은 우연들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나는 68년에 태어났다. 꼭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유럽을 뒤덮었던 68혁명에 대해서 좀 더 가깝거나 친근하게 느꼈던 것 같다. 나이를 먹고 파리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68혁명의 팜플렛이 처음 뿌려진 건물이 F동이었는데, 나는 G동에서 공부를 했다. 왠지 중요한 일을 하고 같다는, 그런 어렴풋한 느낌이 있었다. 그저 우연일 뿐이지만, 아무래도 내 또래의 다른 친구들보다는 68혁명의 영향이 좀 더 많기는 한 것 같다.

 

2.

이것도 아주 우연한 일이다. 20대는 내내 군사정권이었고, 30대는 DJ 정권과 함께 시작하였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이었다. 그 때 엄청나게 즐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후에 펼쳐질 시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았던 것 같다.

 

마흔이 되었을 때, MB 정권이 들어왔다. 진짜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사는 것도 힘들었지만, 세상이 너무 추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MB 정권의 마지막 해에 큰 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평생 늘 보면서 지낼 것 같은 친구 이재영이 떠났다. 그리고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게 40대가 지나갔다. 만약 아이들 둘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그냥 지워질 것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9년이 지나갔다.

 

이 얘기를 20대들에게 했다.

 

"선생님, 저는 20대가 지워졌어요."

 

하긴 그렇다. 공교롭게 그런 열 살 터울로, 20대가 혹은 30대가 통으로 보수 정권 시절에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40대를 지내는 편이 20대를 날려먹는 것보다 나을까? 그야말로 그냥 우연일 뿐이다. 그렇지만 누가 대통령이냐, 어떤 정권이냐에 따라서 개개인의 삶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나라들이 일부 있다. 프랑스가 그런 경우인데, 한국은 좀 더 그런 것 같다. 좋든 싫든, 개인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혀 영향을 안 받는 사람도 있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변화에 민감한 편이고, 심하게 많이 영향을 받았다.

 

3.

여론조사표를 자주 보고 많이 보는 편이다. 물론 그걸 다 맞다고 생각하거나 기계적으로 여론 조사에 맞춰서 뭔가를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연령별 혹은 지역별 편차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주 보는 편이기는 하다. 여론 조사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등장하는 사회경제 집단이 자영업자와 농민, 가정주부 그리고 50대 이상의 노령층이다.

 

한 때 가정주부가 왜 이렇게 보수적으로 조사에 집계되는지, 너무 궁금한 적이 있었다. '40대 여성'에 대한 연구주제가 그 때 나왔었다. 흔히 전업주부로 잡히는 사회경제적 집단이 보수적으로 사유한다고 하면 그 사유가 보수적으로 전환되는 나이가 있을 것이라는 게 기본 가설이다. 40대에 가정주부들은 어떠한 변화를 겪는가, 아니 한국의 40대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이건 정말로 내가 궁금했다. 정말로 내가 궁금했다. 생각해본 적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어느 날, 궁금해졌다.

 

실제로 연구 설계도 일부 했다. 더 진전시키지 못한 것은, 그 때쯤 3살 된 둘째 애가 폐렴으로 연달아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연구 정도가 아니라 하던 일도 다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그렇게 40대 여성에 대한 연구는 내려놓게 되었다.

 

, 그럼 50대는? 내가 50살이 되었을 때, 춧불 집회는 더 큰 클라이막스로 가기 위해서 잠시 숨고르는 중이다. 그렇게 한 겨울,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가 왔다. 아직도 박근혜는 대통령이었고, 우리 모두 초조하게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리고 정말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조기 대선이 열렸다. 그리고 그 선거에서 더 이상 50대가 보수적이지는 않았다. 예전에 50대에서 보였던 투표 영상은 60대 이상으로 올라갔다.

 

물론 아직도 많은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50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보수집단의 의견을 갖는다. 대통령 지지율을 비롯해서 정치적 의미가 강한 여론 조사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50대는 보수적이다. 특히 갤럽에서 주로 하는 문화 취향 조사에서는 변화가 없다. 50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안동역과 같은 트로트와 노사연이다. 나는 좀 다를까? 트로트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정도지, 이제는 어느덧 20대가 듣는 노래와 내가 듣는 노래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 내가 50이 되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라고 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 마찬가지다.

 

나는 워낙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거의 동료로 지냈던 사람들이 나보다 열 살 많은 경우가 많다. 이제는 환갑이 되었거나 환갑을 기다리는 그들이 가끔 내 모습을 보면 놀란다. 나도 흰머리 나고, 적당히 배 나오고. 그리고 나도 또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는 일이 생길 것이다.

 

4.

이런저런 이유로 50대 에세이집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좀 된다. 물론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때에는 이 시기가 이렇게 격동의 시기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내용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고, 이제 슬슬 써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은, 무슨 얘기를 큰 줄기로 삼을 것인가, 그야말로 모지방에 관한 얘기.

 

어차피 내가 살아가는 삶과 일상 그리고 내 생각에 관한 것들이라서, 제목이 뭐가 되든, 기둥이 뭐가 되든, 기본적인 내용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써놓은 것도 일부 있고,

 

먼저 생각한 것은 '경차 타면 멋있을 나이', 요런 스타일의 제목이다.

 

경차 탄 건 몇 년 되지만, 경차만 탄 건 1년 정도 된다. 내 차를 없앤지 1년 정도 된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차가 없는 건 아니고, 아내 차를 얻어 타고 다닌다. 아이들 아침에 어린이집 데려다 줄 때 주로 타고, 지방에 가야 할 일 있을 때에도 탄다.

 

50대가 경차 탄다고 해서 엄청난 일은 아니다. 그냥 살다 보면 그런 때도 있고, 이런저런 경험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좀 느껴지는 게 없지는 않았다.

 

몇 번 아내가, 그냥 벤츠 타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아이 태어나기 전에는,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넉넉했다. 워낙 내가 쓰는 돈이 없어서. 별 필요를 못 느끼기도 했고, 실제로 계산을 해보니까 너무 돈이 많이 들어갔다. 시트로엥은 진짜로 살려고 한 적도 있었다. 현대 간부들과 밥 먹다가 그 얘기 했더니, 그냥 벤츠나 아우디 사는 게 나중에 편할 거라고

 

이젠 다 지난 일이다.

 

하여간 이렇게 경차 가지고 얘기들을 모으는 종류가 한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보수적이지 않은 50대의 탄생', 이런 얘기들로 기둥을 세우는 방법. 시대의 변화에 대해서 정직하게 맞서는 방식이다. 어쨌든 지금 그리고 앞으로 수 년간 한국의 변화를 발생하는 가장 큰 변수는 50대의 정치적 성향이 바뀌는 것이다. 물론 정확히는 50대의 성향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50대의 구성비가 바뀌는 것이다. 이게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지, 그걸 지금 알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가능한, 큰 변화가 발생하고 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어차피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쓰는 게 에세이집이라서, 경차든 보수든, 어느 쪽이든 축만 세우면 거기에 맞춰서 작업하면 된다. 그래도 선뜻 결정을 못하는 것은

 

미감상으로는 '경차 타면 멋진', 이런 게 더 내 미감에 잘 맞는다. 보수와 보수적이지 않은 것, 정직한 제목일지는 몰라도, 내 미감에는 잘 안 맞는다. 왠지 텁텁하고, 어둡고, 어쩐지 트로트 <안동역>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이런 제목의 장점은 명확하다. 에둘러가지 않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중간 우회로를 거치지 않고 들어가니까, 맞든 틀리든, 바로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경차와 보수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아직 마음을 못 먹고 있다.

 

경차든, 보수적이지 않은 50대이든, 내 삶의 특징에서 파생되어서 나오는 속성들이기는 하다. 어느 쪽이든, 내 모습이다. 하여간 어느 쪽이든, 1~2주 내에 선택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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