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얼굴 쳐다보는 거 사실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블로그 대표 사진은 바꾼지 얼마 안되는데, 사실 별 생각 없이 파일 크기 맞는 걸로, 그냥 잡히는 대로 걸었다. 거의 방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러다 자꾸 내 얼굴 보니까 우울해질려고 한다. 그냥 얼마 전에 큰 아이 읽어주느라고 읽은 동화책 표지를. 별 의미는 없지만, 내 얼굴 보고 있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바꾸는 김에, 페이스북 사진도. 몇 달 전 제주도 갔다오면서 찍은 아이들 사진인데, 그냥 오늘 강화도 가서 아무 생각없이 찍었던 사진으로. 역시 별 의미 없다.


1년 좀 넘게, 진짜로 돈이 부족해서 쩔쩔 맸었다. 몸부림을 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진짜 몸부림을 치면서 살았는데, 이제 그 시기도 거의 끝나간다.


정말로, 아무 것도 안 했다. 아무 것도 안 사고. 그리고 일 때문에 정말 필요한 경우 아니면, 아무도 안 만났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부림을 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50대 에세이집 준비를 하면서, 부제로 '절대 자유는 절대 겸손에서', 이런 말을 생각했다. 뭐, 꼭 그 부제를 쓰겠다는 건 아니다. 별 이유 없이, 그런 제목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남 신경 쓸 일도 아니고, 몸부림을 치면서 살 일도 아니고.


그냥 평소에 하던 대로, 어깨에 힘 빼고, 하고 싶은 대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요즘 청년들에게 어떤 어감으로 느껴질 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절대 자유'라는 표현이 좋다. 헤겔 용어에서는 '절대'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반대말은? 아마도 '악' 혹은 '악무한' 정도가 될 것 같다. bad infiny... 여기에 댓구해서 절대라는 말이 사용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불교적이기도 하다. 요 구절만 떼어놓고 보면, 얼마 전에 읽은 능엄경 얘기와 비슷하기도 하다 (말년의 세종이 능엄경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 같고, 그래서 새로만든 한글로 최초로 번역한 책이 능엄경이기도 하다.)


이제 50이다. 지켜야 할 것도 많고, 책임져야 할 것도 많고, 기타 등등. 마음이 무거웠다.


근데 절대 자유라는 말을 생각한 다음부터,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죽는 날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약간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하던대로, 돈 조금 더 벌고, 애들 조금 더 잘 키우고, 에 또 에 또, 약간의 허세를 가지고, 그리고도 좀 넉넉하면서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고, 어어, 그리고 또 조금은 착하게, 에 또 그리하여...


요런 게 다 개수작이다.


자기 두 다리로 자기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질 수 있는 책임의 전부다. 그 외의 책임은, 사실 아무도 못 진다.


절대 자유, 그 정도 삶이면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을 문득.


그러면 진짜 <월든>처럼 그렇게 고독한 사색의 길을?


그런 건 아니고, 카메라를 다시 집어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한동안 늘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가 여의도 가면서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닌데, 워낙 검색대를 많이 통과해야 하니까 가방도 안 가지고 다니고, 그냥 몸만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차도 없앴다. 이래저래, 카메라를 내려놓고. 또 마침 센서 청소도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귀찮아져서 그냥 내려놓게 되었다.


당장 카메라를 바꾸거나 그럴 건 아니고, 내려놓았던 카메라를 다시 집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뭐, 그렇게 좋은 카메라는 아니지만, 내 능력으로는 그 정도도 감지덕지.


요즘 나오는 카메라 스펙을 보니까, 어마무시, 입이 딱 (안 갖고 싶다면 거짓말.)


원래 인생에서 최고 남는 것은, 얻어 걸리는 것이다. 마치 뭔가 엄청난 준비를 하고 기획을 하면서 세세하게 계획한 것 같지만, 그런 건 대부분 사후적으로 갖다 붙이는 얘기들이고, 진짜로 의미 있는 것은 얻어걸리는 것.


근데, 이 얻어걸리는 것도 무조건 적인 것은 아니고, 약간의 조건들이 필요한 것 같다. 뭘 좀 해야, 하다보니까 얻어걸리기도.


그 얻어걸리는 일이 자주 벌어지게 하는 것, 그것을 자유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유롭지 않으면, 얻어걸리는 건 없다. 준비한 것만 꾸역꾸역, 진짜로 몸부림이 몸부림을 다시 낳는다. 힘만 들고, 억지로 억지로.


그리고 그 얻어걸리는 확률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이 전제조건을 떼고, 뮤턴트가 등장하기 편한 상황을 최대로 하는 것, 그것을 '절대 자유'라고 정의할 수 있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 좋은 점은?


늘상 보던 것을 조금은 더 신경 써서 보게 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보다 보면 전혀 생각지 못한 딴 생각이 들게 된다.


그냥 눈으로 잘 보면서 생각하면 안돼? 그건 천재들이 하는 거고, 나는 절대로 천재 아니다. 기계의 도움도 좀 받고, 장비의 도움도 좀 받는 스타일이다. 왜냐? 난 평범하니까.


카메라를 통해서 보고, 사진을 통해서 보면 현장에서 있던 느낌과는 다른 각도, 다른 형태의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 자꾸 하다보면 카메라 없이도 그런 경지?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기는 좀 어렵고.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 만드는 일을 좀 더 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블로그든 페이스북이든, 눈이 가게 되고, 생각을 고정하게 되는 사진들을 치워버렸다. 아주 약간의 느낌만 남고 담백한 것. 그래야 눈이 자유로와지고, 생각도 자유로와질 것 같은, 그런 느낌적 느낌.


열심히 한다고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참 잔인하다.


그렇지만 좀 맘 편하게 생각하면 가끔 얻어걸리는 게 있다. 그래서 살만하다.


이런 점에서 세상이 공평하지는 않다. 몸부림을 치면서 살려고 해도, 결국 개수작으로 종료되는 잔인함이 있다.


그렇지만 가끔은 얻어걸리는 게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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