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에 관한 영화는, 예전에 <구로 아리랑>을 아주 재밌게 본 적이 있고, 얼마 전에 황석영 원작의 <오래된 정원>을, 아주 찝찝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보았다.

 

지진희는 언제 봐도 멋지고, 염정아는 이 영화에서 처음 보았다.

 

(<이장과 군수>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기억이 나지가 않는다.)

 

한국에는 기업과 관련된 영화가 잘 없는데, 이제 역사 속의 한 장면으로 그런 것들도 영화로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

 

현대와 관련되어 나는 세 가지 정도가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나는, 소복 사건이다. 현대건설의 어두운 얘기를 할 때, 현대 있을 때 상사들에게 들었던 얘기이다. 현대건설 계동 본사에, 아침마다 소복을 입은 여인들이 줄을 서는데, 점심 때가 되면 싹 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시간 동안에 어떻게든 해외 건설 현장 혹은 국내 건설 현장에서 생겨난 문제들을 해결해놓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또 새로운 소복의 여인들이... 현대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얘기할 때 하는 얘기들이다.

 

둘째는, IMF  경제위기. 몇 가지 재밌는 모티브들이 있는데, 명동 출근 사건, 프린스 사건 등등, 안에 있던 사람들, 물론 그것도 좀 상층부이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건들이 있다. 이건 내가 현장에서 본 사건들이다. IMF 경제위기의 한 현장을 우리는 주로 명퇴 사건으로만 기억을 하지만, 그 안에는 반은 음모론 반은 현실론, 그런 아주 역동적인 모습들이 있다.

 

세째가... 현대에 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기는 한데, 바로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진 구사대의 식칼 테러 사건이다. 노조로 재밌는 사건들은, 현대 자동차에도 있지만, 그래도 가장 짜릿하고 역사적인 사건은 식칼 테러 사건이 아닐까 싶다.

 

과연 이 사건의 전모가 어떻고, 누가 지시를 했고, 어떤 모습들로 진행되었을까, 혹은 이 사건의 의미는?

 

좀 알고는 싶었는데, 삼성 전자 수준은 아니지만, 현대 중공업도 어지간해서는 정보가 잘 나오지 않는 회사이기도 하고, 또 여전히 찝찝한 구석이나 우스운 구석도 많은 회사로 알고 있다.

 

아마 한나라당의 정몽준 선수가 이런 걸 영화로 만든다면 방방 거리겠지만...

 

역사적 주제라서 다루어보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을 경계로, 현대는 노조와 어느 정도는 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이걸 지켜보던 삼성은, 아예 무조노를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서.

 

삼성의 내부는, 사실 나는 생각만큼 잘 알지는 못한다. 삼성 경제연구소 내부는, 회의실에도 가봤고, 꽤 많이 들어가보기도 했지만. 뭐, 그래봐야 껍딱만 본 거고.

 

예전에는 친한 사람들이 삼성 내부에도 꽤 많았었는데. 얘기가 통할만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10여년이 지나는 동안에 나와 동료였던 사람 중, 아직도 삼성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세상에나, 한 사람도 없다.

 

일부는 교수가 되어 학교로 갔고, 일부는 짤린 다음에 아예 연락이 되지가 않고.

 

삼성경제연구소의 임원 중의 한 분이 새로 정권 바뀌면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가셨다는데... 연유는 모르겠지만, 연구원들 사이에서 요즘 곡소리 나는 중인가 보다.

 

운동권과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만나는 접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이런 얘기들이 영화로 만들면 아주 재밌을 것 같기는 한데, 그런 흐름이 가장 큰 접점이 바로 식칼 테러 사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삼성 전자 수준은 아니지만, 현대 중공업도 대한민국을 놀이터처럼 쓰는 회사 중의 하나이다.

 

이제 이런 큰 얘기들도, 영화의 소제로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드라마로 하면 재밌겠지만, 아마 명박이 그랬던 것처럼, 드라마가 되면 몽준 만세!가 될 것 같다. 식칼 든 구사대의 선봉은, 장혁이 하면 딱일 것 같다는 의견이... 하긴, 정말 장혁이 잘 어울리기는 할 것 같다. 아저씨, 많이 아프지는 않을 거요, 잠깐만 참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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