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교보가 문을 닫은 이후로, 괜히 실없이 돌아다니면서 돌 데가 없어졌다. 결국 강남 교보에 2년만에 가고야 말았다.

 

키모메 식당 DVD와 추노 ost 등, 영화 몇 편과 cd 몇 장을 샀다.

 

얼마 전부터 정진영 나오는 영화가 너무 좋아서 손에 잡히는대로 보는 중인데, <즐거운 인생> DVD는, 하여간 서울에서 DVD 파는 데는 용산까지 싹 뒤져봤는데, 도무지 팔지가 않는다.

 

<와일드 키드>에서 정진영이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듣고 또 듣는 장면이 나온다. 좀 다른 이유지만, 나도 지난 한 달 동안 '백만송이 장미'만 지겹도록 들었다.

 

몇 주 전에, 홍세화 선생이랑 홍대 앞에서 소주 한 잔 할 일이 생겼었다. 근데 이 양반이, 노래방에 가자는 거다. 내가 마지막 가본 노래방이, 몇 년 전에 정태인 선배와 홍기빈 등, 그렇게 가본 적이 있었다. 정태인 선배, 하여간 노래 더럽게 못한다. 김광석 노래를 그렇게 못부르는 사람은, 보다보다 처음 본 것 같다. 홍기빈은, 카수다... 여기는 밴드 보컬 출신이라, 발성이 다르다.

 

홍세화 선생 노래는 조그만 연주회에서 들은 적이 있다만... 이 양반도 올드 버전, 카수다. 연극반 출신이라서...

 

그 때 백만송이 장미를 불렀는데, 이게 키가 잘 안맞아서 영 어색한데... 홍세화 선생이, 저런 똘아이가 있느냐는 표정으로.

 

하여간 너무 한 노래만 들었더니, 이제 지겨워서 추노 ost로 바꿀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한참 보다가 ost를 들으면, 나름 재밌다. 아내는 이해를 못하지만, '대한민국 변호사' ost도 한참 들었었다. 예전에는 ost에 영화 대사도 조금씩 집어넣어서 나름대로 생동감이 있는데, 요즘은 그런 식으로는 잘 안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어느 라디오에서 신청곡을 대라고 해서, 임재범의 추노 주제가를 댔다. 사실은 '민초의 난'을 신청하고 싶었는데, 가수가 누구인지를 잘 몰라서.

 

와, 이제 보니, 엠시 스나이퍼다. 군대 가기 전에는 MC 스나이퍼 노래 많이 들었었는데, 풍이 거의 같은데, 못 알아보다니.

 

추노의 최고의 장면을 뽑으라면, 사람들은 보통 대길이 죽는 장면을 뽑는데, 나는 업복의 마지막 사격을 꼽고 싶다. 정말 멋지다.

 

근데, 나의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업복이 왜 좌승을 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분' 말고는 더 위층을 업복이 알리가 없는데, 하여간 지겹게 얽히고 얽힌 음모의 끈을, 업복이 그냥 화승총으로 싹둑.

 

살면서 그렇게 시원하고 통쾌한 장면을 경험하는 적이 있을까? 우리가 사는 삶은, 보통은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유야무야해지는 것 같다.

 

용산 참사의 소식은, 동경에 가 있다가 마침 일본 어느 신문사에 가 있다가 일본 기자한테 건네 들었다. 뭔가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죽은 사람들만 슬프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들이 아버지의 살인자라는 이 엄청난 죄명 앞에. 추노가 따로 없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봉은사 사건도 다 봉은사에서 용산참사에 위로금을 갹출하면서 시작된 것 아닌가?

 

업복의 마지막 사격이, MC 스나이퍼의 '민초의 난' 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살면서, 이렇게 명쾌하고 통쾌한 일을 볼 가능성이 있을까?

 

생각 같아서는, 이 '민초의 난'이 공중파는 아니더라도 길보드 차트에서라도 올라가면 싶지만.

 

다음 번 원고료 받는 거 있으면, 이 CD나 10장 사서 주위에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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