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형 입시 도입에 찬성이다. 지금의 반복형 암기 교육이 낮는 지금의 강남 학원식 스타일이 갖는 폐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의 방식에 결함이 잇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쳐보면, 사실 입시 성적과 대학 진학 이후의 성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대학 본부 쪽 사람들하고 얘기해보면, 농특 전형 학생이나 일반고 학생들이 2~3학년 뒤에는 더 점수가 높다는 얘기들을 종종 한다. 실제로 봐도 그렇다. 특히 대학원 이후 혹은 박사 과정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이미 학원빨은 다 끝나고, 독창성과 체계적인 사유가 중심이 된 과정에서 혼자 공부하는 법이 결국 많은 것을 가른다.
가끔 경험이 많은 간부들의 대학원 성적이 더 좋지 않느냐는 얘기를 하는데.. 글쎄다. 고급 과정에서는 경험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독창성이라는 영역이 있다. 대체적으로 일반고에서 어떻게든 성공해서 살아나온 학생들이 박사 과정에서는 단연 성과가 더 높다.
다들 알지만, 지금까지 서술형 시험을 보지 못한 것은 편파적인 채첨에 대한 사회적 믿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데, 이걸 전국 규모에서 어떻게 일괄적으로 채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처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문제가 있는 방식을 계속 유지해온 것 아니겠나 싶다.
한 가지 물리적 변화가 생기기는 했다. 저출생 추이가 누적되면서, 점점 더 수험생들이 줄어들 게 된다. 일괄적으로 많은 학생들을 공부시키고 졸업시켜야 하는 시기와는 양적으로 전혀 다른 변ㅇ화가 우리에게 생겨난다. 선생님들은 더 많이 투입할 수 있고, 학생들은 줄어드는 게 현재의 조건이다. 게다가 적은 졸업생으로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생산적이고 입체적인 지식으로, 더 많은 사회적 창의성을 기대하는 게 한국 경제가 잠재 성장률 저하를 극복하는 유일한 기술적 방법이다.
이건 객관적인 형편이고.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 초반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역사에서 업적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본다.
코스피를 성과로 내세울 때, 나는 위험하다고 봤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안정화되면 코스피가 오룰 수 있지만, 단기 처방으로 코스피가 왕창 뛰는 거, 그런 건 없다. 제도 개선으로 일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할 수는 있지만, 그런 경제 체질에 대한 근본적 변화 같은 것은 이재명 정책에서 보지 못했다. 이재명 경제에 장기계획과 구조적 변화가 사실상 없다. 경제 안정의 효과로 장기적으로는 코스피가 오르기는 하겠지만, 구조 변화에 따른 단기 변화가 있기는 어렵다고 본다. 게다가 코스피를 정치적 성과로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그걸 일종의 보너스라고 봐야지, 정책 목표로 내걸어서 좋은 일이 벌어지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반도체 지방 공단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이게 힘으로 될 일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반도체 지방 공단 발표한 다음 날부터 코스피가 자빠지기 시작했다. 코스피 만도 넘어갈 거라는 전망들이 나오던 시점, 지방 반도체 산단 발표와 함께 처음 출발한 지점으로 결국 돌아가게 되었다. 시간이 좀 더 흘렀는데, 시장의 판단이 크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기술적인 문제점과 경영상의 문제점 혹은 투자 자금의 성격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 결국은 자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김영삼에 대한 수많은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금융 실명제 도입이라는 성과에 대해서 부정할 수는 없다. 일본은 아직도 제대로 못했다. 여전히 지하경제 같은 빈 공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금융의 투명성, 이게 20세기의 한국 경제가 누리는 경제적 번영의 기본 인프라가 된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재명에게는 뭐가 남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없다. 나는 오랫동안 이재명에게 우호적이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그가 역사에 확실한 뭔가를 남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현재까지 한 정책 중에서 가장 유의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농지에서의 부재 지주 처리 건이다. 중요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과가 불투명하다. 그리고 금융실명제급으로 큰 건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논술형 입시 도입은, 지금까지 나온 이재명발 정책 중에서, 가장 확실한 변화를 만들 정책이기는 하다. 문제는 다 알고 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도도 하지 못한 정책이다. 반대야, 스테레오타입이 될 정도로, 어떤 것인지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걸 넘어설 수 있을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많은 교육 정책은 사교육계의 은밀한 반대로 좌초하는 경우가 많은데, 논술형 입시가 사교육 입장에서 그렇게 반대가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걸 토론식 교육 등 학교에서 수용하는 게 맞기는 한데, 현실이 과연 그렇게 흘러갈까, 그건 확실치 않다. 역설적으로, 그게 오히려 장점이기도 할 것 같다. 이걸 죽어라고 반대해서 이익 볼 집단이 많지 않다. 누군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라, 생소하기 때문에 못한 정책에 가깝다. 그래서 하면 할 수 있는 것.. 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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