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개인적으로 돌이켜보면, 좋은 일은 거의 없고, 모든 게 힘들어지기만 했던 한 해였습니다. 초고가 작년 말에 끝났던 책인데, 그 뒤로도 더 넣고 싶은 게 많아져서.. 너무 많은 체력과 건강을 탈탈 털어넣은 책이 망하면서,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0대에는 뭔가 좀 이상하다고 싶어지면, 해볼 수 있는 게 많았습니다. 이제는 나이를 너무 처먹어서, 바꿀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냥 버티고 버티면서 한 해가 갔습니다. 

10대용 경제학은 무사히 끝내서, 출판사에 갔고, 출판사에서는 재밌답니다. 고칠 게 많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답니다. 

처음으로 인권에 대한 책을 쓰는 중인데, 초장에 매우매우, 베리 머치, 방향을 못 잡고 헤맸습니다만. 어떻게든 인트로와 첫 장을 끝냈고, 두 번째 장까지 끝내고 해를 넘기고 싶었는데, 그렇게는 못했습니다. 

젠더 경제학까지는 한숨에 갈 생각입니다. 젠더 경제학을 써보라고 누님들이 저한테 얘기했던 게 2002년입니다. 하이고, 그때만 해도 30대였는데, 이제 환갑을 앞에 두고, 오랫동안의 숙제를 이제야 마무리하게 됩니다. 

살면서 망했다고 생각했던 해가 사실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이것저것, 제대로 망한 한 해가 되었습니다. 하이고. 분위기를 좀 바꿔 보려고 수영장을 한동안 열심히 갔는데, 몇 달 후에 학교 리모델링 3년간 한다고 그 동안에는 주차장 문닿는다는 공고가 뙇! 그때 그 공고를 천천히 읽으면서, 진짜 되는 일 없네, 그렇게 10분 동안 멍하니 섰던 기억이. 그게 아마 올해의 기억의 될 것 같습니다. 안 된다, 안 된다 하니까 별 게 다 안 되는. 

문득 오늘 들었던 생각입니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 즈음에 아내가 아주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애들은 속 썩이고, 아프고, 취업은 안 되고.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주 좋은 호텔 방을 잡고, 혼자 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밤 호텔에 데려다주고 오다가, 과속 카메라에 찍힌.) 나중에 알고 보니까, 곧 문 닫을 호텔이라서, 특급 호텔인데도 제가 지불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던. 운 좋게 좋은 호텔을 싸게 예약할 수 있었던, 한참 크리스마스 성수기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는 어렵기는 했어도, 약간의 운빨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힘들긴 해도, 이래저래 운이 조금씩 받쳐주면서 버텼던. 올해는 그때와는 정반대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망하는 해라도 망년회는 꼭 해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었는데, 올해는 망년회도 안 했습니다. 어른이 되고는 처음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어려웠던 것 치면, 그래도 허걱허걱하면서도 한 해를 넘겼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올해는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첫 번째 해였습니다. 내년에는 조금씩 일정을 좀 잡아보려고 합니다. 2016년 이후, 진짜 10년만의 나들이 같은.. 

봄에 순천에서 환경포럼을 하는데, 발제를 해달라는 부탁이 왔습니다. 보통 같으면, 택도 없는 상황인데, 간다고 했습니다. 이젠 조금씩 움직여봐도 될 것 같은. 

새롭게 오는 한 해에 대해서, 그래도 뭔가 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설레임이 생긴 것은 진짜 오랫만입니다. 어쩌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동안 운이 너무 좋았고, 새해라서 특별히 좋아질 것을 생각할, 그럴 상황 자체가 없었습니다. 정말 운 좋은 인생을 살았었다는 생각이 문득. 



여러분들에게도, 내년이 매우 값지고 기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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