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크 맨지오니가 죽었다. 한 시대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mbc fm에서 한 시간씩 해주는 영어 강좌를 매일 들었다. 아침 다섯시였다. 회화랑 스크린 영어 그리고 토플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시절에 영어 공부로 그만한 게 없었다.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게 문제인데, 그때는 fm이 24 시간 하지 않았다. 5시 한참 전에 방송조정 시간을 했는데, 그때 척 맨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을 끝도 없이 틀어주었다. 일제 타이머가 있었는데, 그걸 4시 반 정도에 맞추면, 라디오가 저절로 커지게 할 수 있었다. 그때는 그게 후르겔혼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냥 드럼의 타격음과 고음의 트럼펫이 잠 깨는 데 딱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그 시절에는 잘 몰랐는데, 대학에 가서 어휘력만 더 공부하고, 더는 영어 공부를 따로더 하지는 않았다. 아 물론, 대학에서 영어 소설을 좀 읽기는 했다. 우와, 겁나게 어려웠다. <파운데이션> 1권을 영어로 읽었는데, 그래서 이 소설의 셋업에 대해서 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겨나기도. 2권부터는 불어로 읽었다.
단일 음악으로 가장 많이 들은 게, 여전히 <산체스의 아이들>이다. 지금도 스피커 위치를 바꾸거나 뭔가 변화가 생기면, 시스템의 소리를 보기 위해서 가장 먼저 듣는 게 이 노래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어를 공부해서, 평생 도움을 받게 되었다. 졸면서 듣거나 외웠던 문장들을 지금도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그 외에는 성문영어에 있던 미국 대통령 연설문들 외웠던 것들의 도움을 좀 받고.
몇 년 전에 방한한 그의 콘서트에 갔던 사람에게, 이제는 나이 먹어서 키를 낮춰서 연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주변에 척 맨지오니의 음악을 듣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못하는 비밀 얘기를 같이 나누게 되었다. 척 맨지오니를 그 정도로 듣는다면, 다른 비밀을 못 나눌 게 없다는 생각이.
한 시대가 지났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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