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아이들 메모 2023. 6. 8. 02:40

오늘은 우리 집 어린이들 수영강습 두 번째다. 오늘까지는 오고 가는 거 다 해주고, 다음 주부터는 오는 건 시내 버스 타고 오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알려줬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다. 오늘은 아내가 행사가 있어서 늦게 오는 날이다. 수영장 근처에서 차 세워놓은 김에 저녁까지 먹고 오려고 했었는데.. 지갑을 두고 왔다. 핸펀으로 결제해도 되기는 하는데, 작은 집에서는 될지 안 될지 자신이 없다. 결국 일단 회군. 

자, 어디 갈까? 밖에서 먹을 때, 의견을 합치는 게 제일 어렵다. 이런 사소한 곳에서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는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다. 오늘은 둘의 의견이 갈렸다. 큰 애는 해장국집 가고 싶다고 하고, 둘째는 동네 분식집 가고 싶다고 한다. 둘 다 괜찮은데, 동네 분식집은 차 대기가 어려워서 주말 저녁 아니면 가기 힘들다. 결국 내가 의견을 내서 칼국수집 가기로 했다. 은근히 비싼 데다. 

주문도 만만치 않다. 나는 그냥 콩국수 시켰는데, 어린이들은 전을 먹고 싶다고 했다. 이런 데 전이 비싼데.. 눈물을 머금고, 고기 전 작은 접시 하나 시켰다. 큰 애는 만두 먹고 싶다고 했다. 칼국수에 만두 같이 나오는 걸 시켰는데, 만두 하나에 천 원 꼴이다. 

그래서 먹는데, 우와. 나는 전 하나 먹었는데, 둘이서 쟁탈전이다. 하나 더 집어간 둘째가 미안한지, 한 입 먹다가 내려놓고 나한테 양보한댄다. 그냥 먹으라고 했다. 정말로 둘이서 칼국수 한 그릇씩 코 박고 먹어서, 싹 먹었다. 둘째는 국물까지 다 마시려고 해서, 염분 너무 많다고 그만 먹으라고 했다. 아내도 이거 한 그릇 다 못 먹는다. 이럴 거면 차라리 고기 뷔페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뒤늦게. 수영하고 났더니, 엄청나게들 먹는다. 

둘째가 여러가지로 스트레스 받는 게 많아서, 최대한 즐겁게 해주려고 하고 있는데.. 등골이 휜다. 잔뜩 먹더니 들어오자마자 둘 다 피곤하다고 일찌감치 잠 들었다. 나도 같이 좀 잤다. 

딸 키우면 좀 더 아기자기한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들들은 정말 동물적이라는 생각이 문득. 그렇다고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고, 은근히 취향도 있고, 선호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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