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참 책을 많이 읽었다.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허리가 안 좋아서 집에 누워있던 시절이 잠시 있었는데, 그때 대만 무협지인 ‘군협지’를 읽었다. 서원평, 자의 소녀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노화자, 주인공들 이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자의 소녀의 아버지인 역천행이라는 이름도 아직 기억이 나는.. 

그게 너무 재밌어서, 세익스피어를 싹 다 읽고, 그냥 추운 방에서 이불 쓰고 뒤집어져서 그냥 책만 읽었다. 엄청나게 읽었다. 

그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살벌하게 소설들을 읽었다. 한국 소설들은 아주 야한 얘기가 많았는데, 진짜로 재미있었다. 그 시절에만 해도 국한문 혼용체인데다가, 세로 쓰기로 된 책들이었다. 스탠드도 변변치 않아서, 원래도 안 좋은 눈이 그 시절에 아작이 났다. 

그때 막연하게 책 읽으면서 한 평생 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문득 돌아보니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강연을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방송은 더더욱 좋아하기도 하는데.. 이건 성격차이다. 나는 그냥 쓰는 건 그런대로 좋아하는데, 남들 앞에 서는 건 정말 별로다. 애들하고 시간 보내다가 가끔 여유 되면 글 조금 쓰고, 이렇게 사는 지금이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내년도 계획을 세우면서, 일정과 고정된 일들을 더 줄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별 할 일도 없는데, 괜히 바쁜 요 몇 달 동안의 삶이 좀 아닌 것 같다 싶었다. 

코로나 정부 대응하는 걸로 봐서는, 내년 겨울에도 마스크 벗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다. 미룰 수 있는 것들은 다시 더 미루면서. 미국도 갔다와야 하고, 일본도 갔다와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 모른다. 

이전에 쓰던 책은 이미 손을 떠나갔고, 다음 번 책은 아직 손에 잘 잡히지가 않아서 주저주저하며 사람들과 차 한 잔 하면서 며칠을 보내는 중이다. 문득 돌아보면 소소하게 글 쓰면서 지내는 삶도 아주 나쁘지는 않다. 중학교 때 얼핏얼핏 생각했던 그 모습에 훨씬 더 가까워져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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