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보기 시작한지 3년 가까워진다. 앞으로 4년만 더 버티면 둘째 초등학교 2학년이 끝난다. 그리고 몇 년간 어린이집부터 이어진 등하교가 끝날 것이다. 솔직히 애들이 조금 더 크니까, 애들 보는 일이 훨씬 더 편해졌다. 이제는 똥 기저귀 가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일 보다는, 끊임없이 뭔가 물어보는 아이들의 질문에 요령껏 그리고 약간은 철학적으로 답하는 보다 지적이고 정신적인 작업에 가까워졌다.

지난 몇 년간, 무슨 책을 쓸지, 무슨 작업을 할지, 주도적으로 한 게 별로 없다. 그 전에 하려고 생각했던 것들을 빠개먹지 않고 어떻게든 마무리 짓는 일들이었다.

요즘은 뭘 하고 싶은 것들이 조금씩 생겨나는 중이다. 뭐,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mb를 모티브로 하는 블랙 코미디, 이런 건 여전히 자신 없다. 내가 뭘 들고 낑낑 거리는 것보다는, 주진우 기자를 해보라고 설득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기도 한.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몇 년째 그냥 비우기만 했더니, 이제야 뭔가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럼 누구랑 할까? 이런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인간 다 거기서 거기다. 나도 마찬가지다. 친한 사람, 편한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이 뭔가 하면 재밌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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