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둘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두 군데를 가야하니까 아침 등교 시간이 더 힘들어지기는 했다. 큰 애는 육교 위에서 혼자 내려보내는데, 육교를 내려가기까지 연신 뒤를 돌아다본다. 교문까지 혼자 가는 걸 어려워한다. 이번 달 안에는 육교를 혼자 건너는 연습을 해야 한다.

둘째는 혼자 움직이는 것에 아주 익숙하다. 어린이집 현관문까지만 데려다주면 혼자 자기 방까지 간다. 큰 애는 어린이집 졸업하는 순간까지, 방에다 데려다 달라고 했다. 둘째는 많이 아팠고, 부모 손길도 덜 받았다.

토요타 공장의 일본 분포도와 센다이 공장의 연혁 같은 걸 찾아보려고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 자꾸 미국 토요타 홈페이지로 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센다이 공장 갔을 때 자료들 좀 잘 챙겨둘 걸.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료가 거의 없다. 그나마 책이라도 좀 있으면 생큐, 책은 물론이고 논문도 관련된 게 전무한 경우가 많다. 유튜브에 다 있다는 사람들 말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찾거나 보는 자료들이 유튜브에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주변의 작가들이나 기자들 작업하는 거 보면.. 중요하고 알고 싶은 순서대로 찾아가지 않고, 결국에는 일상적으로 접하거나 찾을 수 있는 자료 순서대로 가게 된다. 가고 싶은 데 가는 게 아니라, 갈 수 있는 데 가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개념들을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보는데.. 문득 먹고 사는데 크게 구애받지 않고 남들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내 삶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타 센다이 공장이 왜 생겼고, 거기서 무슨 차종을 만들고, 그게 지역 경제와 여건에 무슨 철학에 기반한 것인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서 다시 프리우스 플러그인이 갖는 상징적 가치.. 이런 걸 찾는 한국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후키시마 사고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그러나 프리우스 플러그인과 두 사건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한국에서는 못 봤다.

얼마 전에 미세먼지 책 낼 생각 없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일정상 도무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실이 그렇다. 내가 2005년 에 미세먼지 책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낸 사람이고, 그걸로 저자 데뷔했었다. 미세먼지 문제로 제일 고민 많이하던 시절은 2001년으로 올라간다. 총리실에 있던 시절이다. 그 후로 3년간 고민을 했고, 결국 그게 데뷔작이 되었다. 그 책을 다시 내고 싶지 않은 것은, 미세먼지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저자로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작업을 하겠다는 대략이 밑그림도 그 책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그걸 지금 다시 하기는 어렵다.

먹고 살기 위해서 지금 하는 일들의 일정을 맞추지 않아도 상관 없는 것, 그것만 해도 내 삶은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물론 지금 당장 뭘 해야 우리 집이 먹고 살 수 있으면, 아내가 아침마다 날 좀 덜 구박할지도 모른다. 빨리빨리 일어나, 오늘도 디비 처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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