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좀 춥지만, 어쨌든 이 추위를 밀어내면서 새싹들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어느 날 하오, 집 밖을 나가는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엄마 고양이와 아들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빠 고양이는, 일주일째 보이지 않는다.
등을 돌리고 있는 건 엄마 고양이이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엄마 고양이는 자태와 모양새가, 어쩌면 새끼를 배고 있는 건지도...
하여간 느낌이 그렇다.
확실하지는 않다.
누군가 평온한 모습을 보면, 자신도 평온해지는 게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 마당에 이렇게 저렇게 다섯 마리쯤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세 마리는 가족이고, 나머지는 그냥 군식구.
이렇게 또 모질도록 추운 지난 겨울을 났다.
검은 고양이가 얼마 전에 머리에 큰 상처가 난 후,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좀 걱정을 했었다.
워낙 떡대 좋고 기세 좋은 녀석이라, 잘 이겨냈겠지... 싶었는데, 하여간 보이지 않아서, 좀 걱정을.
며칠 전에 밤에 산책을 나갔다가 녀석과 딱 마주쳤다.
얼핏 보기에는 상처도 거의 다 나은 것 같고, 건강이 이상해보이지는 않았다.
한시름 놓았다.
아들 고양이,
오늘 따라 밥 먹는 것보다 간만에 나온 따스한 햇살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뒹굴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최근에 낸 에세이집에는 겨울을 나기 전 아들 고양이의 모습이 작은 사진으로 들어가 있다.
뭐, 엄청난 사건은 아니지만, 하여간 아들 고양이가 메인으로 찍힌 사진이 책에 들어간...
대박, 고양이 아들 고양이 하품하는 모습이 제대로 잡혔다.
고양이 하품 하는 모습이, 워낙 포착하기도 어렵고, 빛이 조금만 어두우면 그냥 흔들려서 나오기가 일쑤다.
엉겹결에 카메라 켜자마자 찍은 거라, 이것저것 조정할 틈도 없이, 어제 썼던 ISO 800값에 그냥 맞추어져 있어서...
사진은 맘에 들지는 않는데, 역시 우연히 잡은 하품하는 모습이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잡혔다.
글쎄...
나는 연출하거나 그런 사진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그 상황대로 찍는 편이라... 너무 날 것을 찍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마지막에 잡힌 아들 고양이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순간, "행복이란!", 그런 문장이 머리를 스치고 갔다.
조금 더 가까이가서 클로즈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 그것은 약간 멀리에 있을 때,
자기가 알아서 오는 것이다.
더 들어가서 자세히 보려고 하거나, 손에 쥐려고 할 때,
그것은 포말과 같이 날아가는 것.
그건 누가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도 아닐 성 싶다.
어쨌든 봄,
행복이 잠시 피어오르는 것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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