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새 책 나오면 출판사랑 준비해서 아주 조촐하게 독자들과 티타임을 했었습니다. 출판사 형편이 되면 출판사 사무실에서 하는 게 기본이었습니다. 김영사의 한옥 사무실, 한겨레 출판사 사무실, 이런 데가 기억이 납니다. 환경재단에서 한 적도 있었고,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데서 할 때에는 좀 더 많이 오셔도 별 문제가 없었드랩니다. 최근에는 작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서, 출판사 사무실은 전혀 어려운 상황이라서, 카페를 빌려서 하기도 했습니다. 공지 올리는 것 말고는 특별히 더 한 게 없어서, 대체로 열 분 내이가 오셨고, 비가 오거나 혹은 뭔가 마가 끼는 날에는 정말 조금 오시는 날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조촐하게 얘기 나누는 게 목적이라서, 사실 작으면 작을수록 얘기는 더 재밌었습니다.
이번에는 도서관 책이 나오면서 한 번 더 공지를 하게 되어서, 댓글 기준으로 정원이 넘었네요. 카페가 바짝 붙어 앉아도 12명이 맥스랍니다. 상황은 그런데, 이게 공식 행사도 아니고, 무슨 엄청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라서.. 제 생각에는 아마 댓글 안 다시고 오시는 분도 몇 분 있을 것 같아서, 늦게 오시는 분은 서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 분만 더 오시면 제가 서서 하면 되지만, 더 넘으면 몇 분은 서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게 몇 분이 오실지 미리 알기가 어려워서, 적당한 크기를 예측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하여간 상황은 그렇고, 추가적으로 더 받기는 좀 어려워졌습니다.
강연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제일 기억나는 강연은 이명박 때 부산대에서 했던 강연이었습니다. 계단 강의실에서 했는데, 분위기가 유독 좋아서 기억이 오래납니다. 그즈음 강남교보에서 했던 강연도 기억이 오래 갑니다. 강남 교보에 그렇게 큰 방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 시절이 아마도 한국 사회과학의 마지막 클라이막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뒤로는 많은 서점에서 사회과학 칸이 뒤로 빠지거나, 아예 안 보이는 곳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책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저도 이렇게 오래, 이렇게 많이 쓸 줄 몰랐습니다. 최종 목표는 ‘한중일의 평화 경제학’이라는 책이었고, 그 책을 향해서 빌드업을 하는 게 최근의 행보입니다. 상황이 녹녹지 않아서 계속 뒤로 미루다가, 결국 내년에 내는 걸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원래는 일본과 중국에서 동시 발간하는 걸 생각했는데, 1쇄 겨우겨우 터는 요즘 제 형편에서 그런 건 택도 없고요. 원래는 마지막 책으로, 좀 더 화려한 마무리를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군요. 일본의 변화를 보면서, 이제는 오래 된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과학 저자로서 참 오래 활동했습니다. 원래 책 하나를 3~4년 정도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라서, 몇 년치 출간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숙원이었던 도서관 경제책을 마무리하면서, 이제 많이 소화를 했습니다. 그 사이에 1쇄 털기 어려워 보이는 책들은 버렸습니다. 초고를 다 끝내고 버린 책이 두 권이 있고, 중간 정도 쓰고 버린 책이 몇 권 됩니다. 요즘 형편이 형편이라, 실험적인 것들을 해 볼 상황은 아닙니다.
버릴 건 버리고, 낼 건 내고,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최종 리스트가 아주 단촐합니다. 내년까지만 계획이 있고, 그후로는 계획이 없습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출판사에 추가 계약을 한 게 없습니다. 남아있는 책이 있기도 하지만, 저도 별 자신이 없어서 새 주제를 정하기가 겁이 나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제안한 주제들도 있었습니다만, 제가 추가적으로 늘릴 형편이 아니라서.
평화 경제학을 마무리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바다에 관한 일을 계속하고 있어서, 인생 마지막 일로 태평양에 관한 일을 할지 말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작가는 아니었고, 오랫동안 월급받고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그야말로 월급쟁이입니다. 그 시절의 얘기가 아직도 있어서, 현장에서 일할 데가 아직은 좀 남아있습니다. 둘째 육아까지 마무리되면, 다시 현장으로 갈지, 그런 생각도 아직 있기는 합니다. 원래 작가가 꿈이 아니었고, 그렇게 작가로 살겠다고 생각한 적도 거의 없습니다. 그건 지금도 그렇습니다.
환갑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현장에 다시 한 번 돌아갈지, 몇 권 더 내고 작가로서 마무리할지, 그런저런 생각 중입니다. 바다에 대한 로맨스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국제기구에서 가끔 제안이 오기도 합니다.
평화 경제학까지 가기에, 다딤돌로 쓸 책들이 몇 권 더 남아있습니다. 아마 그것까지 마무리하면, 뭔가 또 다른 게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얘기들을 이번 티타임에서 할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