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관 책으로 독자들과 티타임을 했다. 거의 20년만인가? 막 수능 끝낸 고3이 한 명 왔다. 사회과학으로서의 내 연구는 10대 연구부터 시작을 했었다. 물론 그 시절의 시도가 아주 성공적이지는 않았고, 그 시절 나는 매우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부천에서 이사를 갔고, 그냥 잠실 근처에서 남들 사는 것처럼 티 안내고 살았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88만원 세대>를 내던 즈음에는 내가 진행하는 행사에 고등학생들이 종종 왔었다. 그리고 오랬동안 10대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고, 나도 10대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의도적으로 10대들을 많이 만났다. 학교에서 부탁이 오면, 좀 멀어도 시간을 내서 되도록이면 가려고 했고.. 주기적인 일은 아니지만, 중학생들을 위한 글쓰기 교실도 가끔 했다. 

그리고 돌고 돌아서, 10대들을 위한 책을 세 권을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최소한’ 시리즈로 준비를 했는데. 결국 농업경제학은 포기했다. 도저히 1쇄를 넘길 자신이 없었다. 경제 책, 인권 책, 그렇게 두 권을 준비했다. 최근에 좀 더 뒤로 미루어두었던 평화 경제학을 내년으로 당기게 되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한국의 10대는 경제가 변한 것 이상으로 많이 변했다. 거기에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10대가 된 아들 둘을 키우는 형편이라, 좋든 싫든, 그 세상에서 꽤 긴 기간을 살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그 또래들의 삶을 매일매일 고민하게 되었다. 

어머니를 따라서 온 고3이 자기가 볼 책 한 권을 하고, 친구에게 준다고 책 한 권에 더 사인을 받았다. 기분이 아주 복잡했다. 이제 몇 년간 가게 될 새로운 길에 첫 발을 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대와 대화하기, 이게 요즘 같아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사회적으로는,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10대들에 대한 애기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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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낭독을 한 앨범들이 나오던 적이 있었다. 박인희의 시낭송은 가끔 들었는데, 이제는 음원으로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김미숙의 시낭독 앨범은 지금도 구할 수 있는데, 손가락 오그라들을 정도라서 차마 끝까지 듣기가 어려웠다. 요즘 내가 개인적으로 사정이 아주 안 좋다. 2002년에 당시 아남에서 일하던 엔지니어가 따로 나와서 만들던 진공관 앰프를 호기심에 산 적이 있다. 몇 년 전에 그걸 만든 사람을 동탄까지 찾아가, 진공관 싹 갈고, 전면적으로 손을 본 적이 있다. 더워서 자주는 못 튼다. 최근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다시 틀었다. 

배우로서 김미숙을 좋아한 적은 없었다. 좋고 싫고가 아니라, 그냥 별 관심이 없었다. 오랫동안 드라마를 안 봤는데, 다시 보기 시작한 게 <덕이>였나? 2000년 초반의 일이다. 내가 드라마를 볼 때에 김미숙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 배우 있겠지, 그런 정도가 전부다. 드라마는 꼭 봐야 할 드라마만 보는 편이라서, 본 드라마가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다. 다만 한 번 본 건, 여러 번 보는 편이다. 

20년 넘게 가지고 있는 진공관 앰프에,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배우 김미숙의 목소리로, 정말 옛날 감성 가득한 스타일의 시낭송을 몇 시간째 듣고 있다. 지독한 퇴행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하지만, 시가 이렇게 앨범으로 나오던 시절이 한국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그냥 놀라울 뿐이다. 

조금 있으면 창원대학교에 가서 포럼의 오프닝 강연을 하기로 되어 있다. 혹시나 늦을까, 아주 일찍 자고, 아주 일찍 일어났다. 1956년 수에즈 위기 때 프랑스가 핵개발을 시작한 얘기에서 영화 <고질라>에서 남태평양의 프랑스 핵실험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서 원고를 쓰면서, 김미숙의 시낭송을 듣고 있었다. 90년대에 녹음된 시낭송을,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앰프로 들으면서, 1950년대에 벌어진 얘기들을 회상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애기들은 지금 고등학생들이 읽을 책이다. 지독할 정도의 시간 격차가 잠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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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 가본 적은 없다. 처음 유학을 준비할 때, 벨기에 루뱅 대학도 리스트 중에 하나이기는 했다. 정운영 선생이 거기에서 공부를 하셨다.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스위스는 여러 번 갔었는데, 벨기에는 도통 갈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머리 속에 신비로운 나라라는 인상이 있다. 

벨기에에 새로운 극우 정당이 생겼는데, 이름이 트럼프당이다. 이게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유로 의회에서는 극우 정당이 1당으로 알고 있다. 최근 유로 의회에서 녹색당이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극우 정당이 밀고 들어갔다. 그야말로 세계적 추세이기는 하다. 

이 흐름을 90년부터 지켜보게 되었는데, 한국의 변화도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개도국 시절의 극우와 선진국 극우를 구분하는 방식에 대해서 요즘 고민하는 중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111940001

 

글로벌 극우 아이콘?···벨기에 새 극우정당 탄생, 당명은 ‘트럼프’

벨기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극우 정당이 출범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브뤼즈를 인용해 벨기에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살바토레 니코트

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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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새 책 나오면 출판사랑 준비해서 아주 조촐하게 독자들과 티타임을 했었습니다. 출판사 형편이 되면 출판사 사무실에서 하는 게 기본이었습니다. 김영사의 한옥 사무실, 한겨레 출판사 사무실, 이런 데가 기억이 납니다. 환경재단에서 한 적도 있었고,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데서 할 때에는 좀 더 많이 오셔도 별 문제가 없었드랩니다. 최근에는 작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서, 출판사 사무실은 전혀 어려운 상황이라서, 카페를 빌려서 하기도 했습니다. 공지 올리는 것 말고는 특별히 더 한 게 없어서, 대체로 열 분 내이가 오셨고, 비가 오거나 혹은 뭔가 마가 끼는 날에는 정말 조금 오시는 날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조촐하게 얘기 나누는 게 목적이라서, 사실 작으면 작을수록 얘기는 더 재밌었습니다. 

이번에는 도서관 책이 나오면서 한 번 더 공지를 하게 되어서, 댓글 기준으로 정원이 넘었네요. 카페가 바짝 붙어 앉아도 12명이 맥스랍니다. 상황은 그런데, 이게 공식 행사도 아니고, 무슨 엄청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라서.. 제 생각에는 아마 댓글 안 다시고 오시는 분도 몇 분 있을 것 같아서, 늦게 오시는 분은 서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 분만 더 오시면 제가 서서 하면 되지만, 더 넘으면 몇 분은 서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게 몇 분이 오실지 미리 알기가 어려워서, 적당한 크기를 예측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하여간 상황은 그렇고, 추가적으로 더 받기는 좀 어려워졌습니다. 

강연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제일 기억나는 강연은 이명박 때 부산대에서 했던 강연이었습니다. 계단 강의실에서 했는데, 분위기가 유독 좋아서 기억이 오래납니다. 그즈음 강남교보에서 했던 강연도 기억이 오래 갑니다. 강남 교보에 그렇게 큰 방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 시절이 아마도 한국 사회과학의 마지막 클라이막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뒤로는 많은 서점에서 사회과학 칸이 뒤로 빠지거나, 아예 안 보이는 곳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책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저도 이렇게 오래, 이렇게 많이 쓸 줄 몰랐습니다. 최종 목표는 ‘한중일의 평화 경제학’이라는 책이었고, 그 책을 향해서 빌드업을 하는 게 최근의 행보입니다. 상황이 녹녹지 않아서 계속 뒤로 미루다가, 결국 내년에 내는 걸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원래는 일본과 중국에서 동시 발간하는 걸 생각했는데, 1쇄 겨우겨우 터는 요즘 제 형편에서 그런 건 택도 없고요. 원래는 마지막 책으로, 좀 더 화려한 마무리를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군요. 일본의 변화를 보면서, 이제는 오래 된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과학 저자로서 참 오래 활동했습니다. 원래 책 하나를 3~4년 정도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라서, 몇 년치 출간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숙원이었던 도서관 경제책을 마무리하면서, 이제 많이 소화를 했습니다. 그 사이에 1쇄 털기 어려워 보이는 책들은 버렸습니다. 초고를 다 끝내고 버린 책이 두 권이 있고, 중간 정도 쓰고 버린 책이 몇 권 됩니다. 요즘 형편이 형편이라, 실험적인 것들을 해 볼 상황은 아닙니다. 

버릴 건 버리고, 낼 건 내고,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최종 리스트가 아주 단촐합니다. 내년까지만 계획이 있고, 그후로는 계획이 없습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출판사에 추가 계약을 한 게 없습니다. 남아있는 책이 있기도 하지만, 저도 별 자신이 없어서 새 주제를 정하기가 겁이 나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제안한 주제들도 있었습니다만, 제가 추가적으로 늘릴 형편이 아니라서. 

평화 경제학을 마무리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바다에 관한 일을 계속하고 있어서, 인생 마지막 일로 태평양에 관한 일을 할지 말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작가는 아니었고, 오랫동안 월급받고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그야말로 월급쟁이입니다. 그 시절의 얘기가 아직도 있어서, 현장에서 일할 데가 아직은 좀 남아있습니다. 둘째 육아까지 마무리되면, 다시 현장으로 갈지, 그런 생각도 아직 있기는 합니다. 원래 작가가 꿈이 아니었고, 그렇게 작가로 살겠다고 생각한 적도 거의 없습니다. 그건 지금도 그렇습니다. 

환갑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현장에 다시 한 번 돌아갈지, 몇 권 더 내고 작가로서 마무리할지, 그런저런 생각 중입니다. 바다에 대한 로맨스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국제기구에서 가끔 제안이 오기도 합니다. 

평화 경제학까지 가기에, 다딤돌로 쓸 책들이 몇 권 더 남아있습니다. 아마 그것까지 마무리하면, 뭔가 또 다른 게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얘기들을 이번 티타임에서 할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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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끝났다. 올 시즌에 들은 얘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가 하나 있다. 야구 기자가 9팀 시절에 야구장에 갔는데, 8회쯤 사람들도 많이 없는 그런 순간이었다. 한 쪽에서는 “무적 LG” 응원이 한참이고, 또 다른 쪽에서는 “최강 한화” 응원이 한참이었단다. 무적과 최강. 그때 LG와 한화가 8등, 9등, 최하위에 있었다. 이게 뭐지? 아련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9팀 체제에서 8등, 9등 하던 두 팀이 올해는 한국 시리즈에서 붙었다. 야구장 가본지도 참 오래 된다. 문정동 살던 시절만 해도 집에서 가까워서 자주 갔었다. 이제는 도저히 야구장 갈 형편이 안 된다. 내년에는 좀 여유를 찾아서, 아들들과 야구장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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