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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21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
  2. 2018.11.21 어깨에 힘 빼고 던지기 (2)
  3. 2018.11.21 직장 민주주의, 표지 시안 (2)
  4. 2018.11.16 머니볼 (3)
  5. 2018.11.15 당인리 견학.. (4)
  6. 2018.11.14 박스 위의 스타워즈 그림..
  7. 2018.11.13 블로그 임시연습장에 대하여..
  8. 2018.11.13 책을 쓰면 쓸수록.. (1)
  9. 2018.11.13 나는 조선의 8 번 타자다..
  10. 2018.11.12 추천사에 관한 글..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

2018.11.21 21:59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책 두 권을 읽기로 했다. 가슴이 차가와지는 책,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 보들레르, 내가 참 차가운 가슴으로 살았던 시절에 읽은 책들. 슈트 스토리, 이 책의 한국편이 언젠가 써보고 싶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 패션지에 정기 기고할 일이 생겼는데, 광고주들 너무 불편하게 할 것 같다고 결국 스톱. 나이 먹고 좀 한가해지면 나도 슈트 책 한 권 쓸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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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힘 빼고 던지기

2018.11.21 21:4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1.

부다페스트였다. 도나우강에 일본 정부 후원을 받아서 UN에서 배를 띄웠다. 막 사회주의에서 전환된 부다페스트는 딱 한국 70년대 모습 같았다. 공항에서는 서독 마르크를 받았고. 해질 무렵부터 진짜 호화판으로 먹고 마시고. 그 때 도나우강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내 인생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절 외교부에서 파견 근무를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고, 청와대 외곽 조직 한 군데에서도 파견 희망을 했었다. .. 눈 딱 감았으면 UN 기구에 좀 높은 자리로 가는 순번이었다.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 파리에 본부가 있다. 우리는 그걸 International Excursion Agency, 국제소풍기구라고 불렀다. 절경마다 찾아다녔고, 툭하면 칵테일 파티였다. 그 시절 나는 개혁파 young chair, 진짜 젊은 의장이었다. 몇 년 지나면 개혁파 지지로 서브스타 의장 정도는 할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했나 보다. 하여간 혼자 차 한 잔 마시기가 어려웠다. 화려함으로 치면 극강의 화려함을 추구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

 

부다페스트에서 이렇게 사는 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2.

‘88만원 세대의 출발 버전이 여러 개가 있다. 세 번째 버전인가가 LG 투수 이상훈 얘기로 시작하는 버전이 하나 있었다. 그걸 갈아 엎으면서 어깨에 힘 빼고 던지기라고 메모를 적었다. 그 앞의 얘기들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 ‘첫 섹스의 경제학이라고 이름 붙인 장은 그 한참 뒤의 버전이었다. 결국 그걸로 출발점을 삼았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사는 게 좀 힘들기는 했다. ‘악으로 깡으로’, 사실은 이런 말을 더 좋아했던 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악도 없고, 깡도 없다. 남은 건 늘어난 배 밖에 없다. 배가 나오고 살이 붙이 시작하면서, 존심도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악과 깡으로, 그런 말이 정말 몹쓸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천민 자본주의가 해줄 거 제대로 안 해주면서 그냥 쥐어짜기만 하려다 보니까 이런 이상한 말들을 만들어낸 거 아닌가 싶다.

 

악과 깡을 권하는 시대, 정말 거지 같은 시대를 우리가 살았다. 요즘은 좀 낫나? 올해 프로야구의 키워드는 절실함이었다. 절실함이 있는 선수와 절실함이 없는 선수, 악과 깡의 21세기 버전일 뿐이다. 지랄맞다.

 

3.

나라고 가슴 아픈 순간이 없겠나? 더럽게 안 팔리는 책들, 가슴 한 켠에 묻을 때는 솔직히 눈물 찔끔 나려고 한다. 그래도 순간이다. 요즘은 훨씬 쉽게 그런 걸 잊는다. 남 탓도 이젠 잘 안 한다. 그냥, 재수 없는 것에 불과하다. 잘 되든, 못 되든, 과도한 의미부여 같은 것도 잘 안 하려고 한다. 그냥, 재수가 없는 것이다. “내 탓이요”, 요 딴 것도 싫다. 남들은 뭔데? 거적데기여?

 

요 몇 년 사이, 남들한테 화 내는 일도 거의 없다. 유일하게 화 내는 건 우리 애들. 좀 정리 좀 하시고 사세요들.

 

그냥 기능적으로, 한다, 안 한다, 이렇게는 안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무감각하고 무심하게 조건만 얘기할 뿐이다.

 

그래도 가끔 어깨에 더 힘을 빼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도 하다. 진짜 이상하게 끼어드는 벤츠 보고, 저 놈의 벤츠 새끼가.. 그리고 금방 후회한다. 왜 욕을 해, 어차피 듣지도 못할 건데, 비겁하게 숨어서.

 

4.

뭔가 정부기관 기관장들 모아놓고 석학 발표 같은 것을 해달라고 한다. 뭔지도 모르고 추천한 사람 얼굴 보고 그냥 한다고 그랬더니, 발제문이 필요하단다. 젠장. 그냥 생각 자유롭게 얘기하면 된다고 하더니, 뭔 발표문이야.

 

가만히 돌아서서 생각해보니까, 근데 내가 석학인가? 나는 그냥 애 둘 키우는 아빠일 뿐. 뭔가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는, 바로 그 생각을 안 한지 벌써 몇 년 된다.

 

나이만 처먹으면 그냥 대우가 높아지는 것은,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의 장유유서 분위기. .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에 도달한지 몇 년 된다. 2년 조금 넘는 것 같다. 광주의 모 공기업 사장 자리 안 간다고 한 뒤로,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에 드디어 도달한 것 같다.

 

남들은 불쌍하게 보는데, 나는 이 편안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몇 년간 내 속을 몇 번씩 다 뒤집어가며 남은 허세들 탈탈 털었다.

 

그래도 아직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젠장, 나오기 시작한 배에 신경 쓰여서 배에 힘을 주다 보니, 온 몸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이거 아닌데.

 

5.

어떤 신문사에서 올해의 책 선정 해달라는 부탁이 왔다. 지방 여행 중이라, 바로 답변을 못했다.

 

잠시 생각을 했다. 올해의 책 선정을 전혀 안 한 건 아닌데, 나는 무슨 심사위원 이런 거 안 한다. 내일은 그 얘기를 하고, “저는 빼주세요”, 통화를 해야겠다.

 

그런데 이런 마음에는 약간의 심통도 있다. 지 책도 제대로 못 파는데, 무슨 심사는 심사. 한 물간 노털 느낌 드는 것도 좀 편치는 않다. 써야 할 글도 잔뜩 밀렸구만, 책 선정이나 하는 건, 약간 가슴이 서늘한 느낌도.

 

좀 더 넓게 마음을 먹고, 이것도 예, 저것도 예, 그냥 그렇게 대충 살아야 하는데, 지켜야하는 원칙이 아직은 너무 많다. 이것도 안 해, 저것도 안 해, 이건, 그냥 기분 나빠서 안 해..

 

애 보는 아빠가 이 정도는 좀 가려도 되지 않나, 나에게만 넓고 관대한.

 

teleology라는, 목적론이라는 개념이 있다. ,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생태학 공부를 시작하게 되기도 하였다. 인생에 도달할 목표, 그딴 거 없다. 하면 뭐하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

 

개인이 집을 사는 게 목표가 아니라, 국민들이 집 같은 거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게 북구 스타일이다. 아직은 전환기다. 국가의 목표가 하나하나씩 개인에게 전이되어, 개인들이 결국 악과 깡으로 살게 만드는 개떡 같은 나라 흔적을 아직도 못 버렸다.

 

목표는 국가가 고민해야 하는 거지, 개인은 목표 같은 거 필요 없다. 그게 선진국이다.

 

꿈이라는 것은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들고 싶다, 달나라에 가보고 싶다, 그런 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해저 2만리같은 것이 꿈이다 (그리고 쥘베른은 해저2만리에서 제국주의가 진짜 꼬진 것이라고 끊임없이 외친다..)

 

그래도 어쩌겠냐, 국민들 소득수준은 선진국인데, 개도국 수준도 채 못 마치는 청와대 행정을 보면서 살아야 하니, 자꾸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그래서 어깨에 힘을 빼고 또 빼야 한다. 그러면 정말 좋은 볼을 던질 수 있게 된다. 언젠가는.

 

(국립 제주박물관에서 다섯 살 둘째가 난리를 치면서 찍어준 사진.. )

Comment

  1. 그별 2018.11.21 22:02 신고

    저도 진짜 힘을 빼야지 생각은 자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서…. ㅠㅠ

직장 민주주의, 표지 시안

2018.11.21 20:30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곧 표지 확정되면 인쇄 들어간다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을 경계로, 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 같다. 느낌이 그렇다..

Comment

  1. 2018.11.21 22:52

    비밀댓글입니다

    • 네, 여름이면 마무리가 될 줄 알았던 일이, 첫 눈 내리는 때가 되어서야.. 사람 일이 다 그렇습니다, 그려..

머니볼

2018.11.16 11:12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은 머니볼 이론으로 2002년 20연승을 이루었다. 그해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가 거액의 연봉을 빌리 빈에게 제시한다.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높은 승률을 추구하던 빌리 빈은 보스톤으로 이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여기 이 낡은 구장에서 우승하고 싶다, 바로 여기", 이런 얘기를 한다. 의미 있는 얘기다. 머니볼의 단장도 돈에 의해서 움직이면, 팀 형성이 안 된다.

영화 <머니볼>은 40대 이후의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나는 계산 먼저 하는 게 하는 일의 거의 전부다. 이게 될까, 안 될까, 얼마가 들까, 얼마나 남을까, 그 계산만 한다. 그렇게 계산은 하지만, 나는 돈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빌리 빈은 아직도 우승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젠 승진도 해서 팀의 부사장이 된.

행복은 우승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우승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닐까 싶다. 10년 전에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우승을 못하는데.. 그렇게 생각했다. 요즘은 과정에 모든 게 있다는 생각을 나도 한다.

목표가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기쁜 것도 아니다. 그 과정이 아름답거나 의미가 있거나, 하다못해 작은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한다. 요즘 나도 생각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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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구탁 2018.11.18 22:46 신고

    '국가의 사기'를 며칠 전부터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클랜이라 비판하고 있는 토건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몇 년만 지나면 이렇게 욕먹을 자격도 없어집니다^^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이건 아닌데 하는 의심과 찜찜함이 들지만, 이것도 만성이 되면 견딜만 해집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클랜에서 적극적으로 같이 해 먹었던지 또는 대충 못본체 하고 넘겼던지, 자신이 지나온 과거를 부정하기란 참으로 어려습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도 떨어지니 오히려 잘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 답답하면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뭔가를 하겠지요. 답답한 놈이 우물파지 않습니까? 얼마있지 않아 은퇴할 꼰대들보고 밥상 정리 잘하고 나가라고 요구한다고 그렇게 하겠습니까? 경험상 절대 안합니다. 오히려 자기들이 앞으로도 더해 먹을려고 더욱더 엉망으로 망쳐놓기 십상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니 머리는 맑아지지만, 가슴은 오히려 무지 답답해 집니다.
    선생님,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가셔서 이런 엉킨 실타래를 자세하고도 연속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어떨지요? 실상 지금의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해, 대안모색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며칠 안에 책을 다 읽도록 하겠습니다.

  2. 길군 2018.11.21 16:41 신고

    머니볼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우석훈 선생님 자주 뵙고 싶은데, 예전에는 간간히 팟케스트 에서라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책에 집중 하시는것 같아서 뵙기가 어렵네요. 1인분인생이라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응원 합니다. 선생심

    -대전 비정규직 직장인 올림 -

당인리 견학..

2018.11.15 09:00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어제는 애들 자는데 옆에서 그냥 잤다. 늦게 자거나 일찍 자거나, 일어나는 시간은 어린이집 가는 시간으로 똑같아졌다. 내년에는 큰 애가 학교 들어가서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게 내 삶의 거의 유일한 고민인 것 같다. 하는 일이 없으니, 고민도 없다.

점심 때 최운열 의원과 밥 먹기로 했다. 참 복잡하게 얽힌 인연인데, 짧은 몇 달간을 뜨겁게 보냈던 것은 맞다. 복잡한 상황은 결국 간단하게 해소가 되었다 - 해결이 아니라. 둘째가 거푸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방법 없이 내가 애들 돌보는 수밖에 없었다.

오후에는 당인리 발전소와 서울에너지공사 견학가기로 되어 있다. 현대에 입사한 것은 96년이었다. 과장 특채라서 별도의 교육 과정은 없었는데, 그 대신 그 사람들이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짜주었다. 몇 주에 걸쳐서 공장 시설들을 돌아보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달 공장 등 시설들에 들어가면서 살았다. 같이 가기도 하고, 혼자 가기도 하고.

20년이 넘게 그렇게 살다보니, 그게 생각의 원천이 되었다. 처음 인천의 전기로 보러 갔을 때 그게 내 삶의 일부가 될 줄은 몰랐었다. 공장도 가고, 유기농 현장도 가고.. 그렇게 살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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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현희 2018.11.15 12:59 신고

    작가님, 안녕하세요?
    인천지역 초등학교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입니다.
    제가 주안도서관에서 독서토론 연수를 받으며 읽어봤던 선생님의 책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를 이번에 교사용 도서로 구입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안도서관에서 빌려봤을 때 오자를 두 군데 발견했는데요.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지만 다음에 개정판 내실 때 참고하세요.
    p. 36.음식적 주인들이->음식점 주인들이, p.244. 비용을 떠앉고->비용을 떠안고
    어디에 댓글을 달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최근 올라온 글에 달아야 보실 것 같아 여기에 남깁니다.
    앞으로 더 좋은 책 많이많이 내주시고, 행복하세요~~^^

  2. 박현희 2018.11.20 13:52 신고

    구입 의뢰했던 새 책이 오늘 들어왔습니다.
    1판 3쇄(2018년 2월 10일)본인데 p.36, p.244 오자 부분 그대로입니다.
    확인하시어 출판사에 교정 의뢰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박스 위의 스타워즈 그림..

2018.11.14 19:4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큰 애가 박스 위에 스타워즈 그림 그렸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깝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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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임시연습장에 대하여..

2018.11.13 22:2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임시연습장'이라고 부르는 블로그는 이래저래 사연이 참 많은 블로그가 되었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 첫 책 내고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결국 티스토리에 정착.

요즘 눈으로 보면 진짜 불편하다. 기사 같은 거 다 손으로 긁어야 하고, 그것도 양식 뻑나고.. 귀찮아서 이제 그런 건 안 한다.

그래도 그런 와중에 <88만원 세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처음 여기서 벌어졌다. 그보다 더한 일들도 많이 벌어졌다.

나중에는 약간의 도장깨기 비슷하게 되서, "계백이 나오라카이", 좀 이런 피곤한 일들도 벌어지기는 했다. 그것도 시간이 흘러가니까 다 옛날 얘기가.

아이들 태어나고 아프고, 정신 없었다. 그리고 민주당 도와줄 때, 내가 가진 인맥 등 모든 걸 다 개방했는데, 블로그는 개방 안 했다. 뭐, 별로 그런 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고.

하여간 그 후에 황망하게 썰렁한 곳이 되었다.

그래도 여기에서 그 때 그 때 단상을 적으면서 36권의 책을 내게 되었다. 진짜 말 그대로 임시 연습장, 아직 정리되지 않은 초기 감성이나 톤 혹은 전체적인 얼개 같은 것을 여기에 적는다.

블로그는..

아주 까칠한 내 성격 그대로다. 볼려면 보고 말면 마..

나도 참 내 성격을 싫어하는 게, 이게 진짜 지랄맞다. 맺고 끊는 게, 너무 불같다. 좀 적당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게 아직도 안 된다.

좀 블러핑도 하고, 적당히 숨기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면서 포장도 해야 하는데.. 그냥 스트레이트 기사 쓰는 것처럼.

그래도 내가 만드는 시제품들은 사정이 있어서 공개할 수 없는 아주 일부를 제외하면 일단은 여기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연습장이면서 동시에 공방 성격을 좀 갖는다.

물론 내가 하는 모든 게 다 여기로 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하여, "오늘도 걷는다"가 아니라 "오늘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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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면 쓸수록..

2018.11.13 11:34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책으로 먹고 사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 요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게, 책이라는 게 묘한 거다. 쓰면 쓸수록 쓸 얘기가 늘어난다.

 

나는 책 쓰는 것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하다 보니까 하고 싶은 얘기가 생겨서 책을 쓴 거지, 책 쓰는 게 직업은 아니다. 죽을 때까지 쓸 마음도 없다. 적당히 하다가 쓸 얘기 다 떨어지면 내려 놓아야지, 그런 마음으로 산다. 그게 10년이 넘었다.

 

10년 내내 2~3년 정도의 출간 예정을 늘 가지고 있었다. 가졌다기 보다는,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 시간이 그렇게 편치만은 않았다. 예정된 시간, 그거 재미없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배운 게, 출간 일정을 미리 잡지는 말아야겠다..

 

그렇기는 한데, 내년에는 정말 바늘 하나 찔러넣을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차 있다. 그 다음 해의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은, 절대로 장기계획을 세우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스스로 내 삶을 재미없는 일정이라는 틀 안에 가둘 이유가 전혀 없다.

 

책을 계약하면 계약금을 받는다. 돈으로서 큰 의미는 없다. 나는 그래도 좀 많이 받는 편이기는 한데, 어차피 받을 돈을 미리 당겨서 먼저 받을 뿐이다. 프로야구 같은 데에서 보는 사인 보너스, 그런 건 아니다. 둘째 아프고 돈이 빠듯할 때에는 나도 계약금 받기는 했는데, 보통은 안 받는다. 앞으로는 따로 받을 생각은 없다. 그러면 쓸지 안 쓸지도 불투명한데, 출판사하고 미리 먼저 뭘 약속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몇 년치 일정을 미리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 병신들이 하는 짓이다. 내가 그 병신 짓을 10 년 넘게 했다. 해보고 나니까, , 내가 병신짓을 한 거구나..

 

물론 계약금을 많이 받으면 출판사에서 좀 더 열심히 팔아주기는 하는데, 그건 외국 작가들 얘기다. 엄청나게 돈을 주고 외국 번역서 들여올 때에는 그렇게 하는데, 한국에 있는 대형 출판사 하시는 분들이 국내 작가들에게 투자하고 뭐 그런.. 그럴 생각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작가들 잘난 척 하는 거 눈꼴 셔서 일부로라도 안 하겠다는 입장이 99.99%.

 

독자들이 책 안 사줘서 출판이 요 모양 요 꼴이기는 한데, 그 얘기는 대형 출판사들이 할 얘기는 아니다. 당신들은 한국의 작가들을 어떻게 대하셨는데? 개차판 아니면 쪼다.. 지켜보는 마음이 아프다. 존경은 못 하더라도 존중은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감?

 

하여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책을 쓰면 점점 쓸 내용이 늘어난다. 이건 데뷔할 때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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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모르는 얘기, 겪어 봐야 아는 얘기네요.
    쓰면 쓸 수록 쓸 게 늘어난다.
    자기가 틀을 만들어 미래의 자신을 가둘 필요가 없다.
    내 경험상 국내 출판사는 국내 저자를 존중하지 않는다. 99.99% ㅠㅠ

나는 조선의 8 번 타자다..

2018.11.13 10:3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어제 야구는 재밌게 봤다. 시즌을 마감하는 경기.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빈은 마지막 경기에서 지면 꽝이라고 했다. 그 마지막 경기다.

영화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선의 8번 타자다." 원래 8번은 투수들이 들어가는 자리다. 지명타자가 있으면 그 팀에서 제일 못하는, 수비 전문 같은 사람들이 들어간다. 하여간 타격으로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그래도 게임에는 나오는.

남은 인생, 8번 타자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뭔가 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또 그럴 실력도 안 되고. 그래도 8번에서 뭔가 나오면 게임 풀어가기가 훨씬 쉬워진다. 누가 나한테 인생을 대하는 태도 같은 거 물어보면, "나는 조선의 8번 타자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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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에 관한 글..

2018.11.12 10:47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요즘은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도, 애들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오면 꼭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된장. 일정표를 보니까, 점심 약속, 커피 약속, 오매나야 줄줄줄. 강연과 방송 일정을 다 없애고나니까, 또 뭐 별로 우선순위에 넣지 않아도 되어도 좋은 일들이 줄줄줄. 내 입장에서는 집에서 나가게 만드는 일은 다 일이다. 그리고 책 추전 부탁이 엄청은 아닌데, 꽤 온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본다.

책 추천이 귀찮은 일이다. 특히 나에게 추천 부탁이 오는 책들은 어렵거나 까다로운 책들이다. 전에 내가 지금처럼 요 모양 요꼬라지 아닐 때에는 추천사나 해제로 어마어마하게 팔아준 책들이 있기는 하다. 연이나... 그것은 힘 좋던 시절의 일이고. 지금은 그냥 밥 세 끼 입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하는 시절. 내 추천사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까다로운 책, 그것도 읽을 일정에 없던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요즘 애들 보면서 책 한 권 읽는게, 진짜 없는 시간을 쥐어짜는.

그래서 추천사는 가급적 안 쓴다. 예전부터 그랬다. 꼭 써야 할 거면 차라리 좀 더 공을 들여서 해제를 쓰고, 해제 쓸 정도로 여유가 없으면 아예 안 쓰고.

이 짓도 10년이 지나니까 약간의 이해가 생겼다. 추천사도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추천사로 고마워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저자나 출판사나.. 사람이 원래 그렇다. 잘 되면 자기가 잘 한 거고, 안 되면, 다른 넘들이 못한 거고. (88만원 세대 때 남재희 장관이 정말 공들여서 추천사를 써줬고, 그 이후로는 가급 술 받아들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도 한 가지 배웠다. 정말로 고맙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그 때가 아니라 훨씬 늦게라도 꼭 고맙다고 전화라도 한다. 그게 어려우면 안부 인사라도 한다. 쑥스럽다고 고맙다는 말을 미적미적하면, 나중에 진짜 어색해진다. 고맙다는 말은, 고맙다고 생각드는 순간에.

출판사에서 부탁오는 경우는 거절이 쉽다. 내가 하루 단가로 생각하는 나의 일당은 50만원이다. 난 가끔만 일하니까. 물론 단가 안 맞거나, 돈 안 줘도 남들 돕거나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한다. 돈 내고도 한다. 그렇지만 상업적인 활동의 최소 단가는 50만원이다. 그 밑은.. 원칙적으로 안 한다. 애 둘 보면서 한 번 움직이기 위한 원가를 생각해보면, 그 이하로는 정말로 삶만 힘들어지고 고달픈 뿐이다. 추천사의 원가는.. 뭐, 택도 없다.

머리 아픈 경우는 저자가 직접 부탁하는 경우. 이 순간 참, 다양한 종류의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그걸 해봐서 좀 더 생각이 많아진다. 거절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내가 거절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사람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야.

냉정하게, 한다 안 한다, 이것만 결정한다. 안 하는 경우에는 최대한의 예절로, 하는 경우에는 아주 짧고 드라이하게 '예스까 노까', 이렇게만 대답한다. 나머지 얘기는 원고로.

추천사 하나를 오늘 내로 써야 하는데, 추천사는 안 쓰고, 추천사에 대한 글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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