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나중에 보면, 80점 정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는 잘 할 것 같다. 보수 정부는 21세기 들어서, 경제 까막눈들을 뽑았다. 윤석열은 다른 것도 그럴지 모르지만, 경제는 특히 까막눈이었다. 술 밖에 모른다고 하지만, 그것도 좀 아니다. 술 좋아하면 더럽게 복잡하게 얽힌 주세라도 좀 정리하고, 술 유통 구조 같은 거 정비했을텐데. 술 마시는 것만 좋아하지, 술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다. 개와 고양이는 확실히 좋아한 것 같다. 보신탕은 없앴다. 

이명박은 경제를 알았을까? 솔직히 돈 흘러가는 걸 그만큼 직관적으로 잘 알았던 사람이, 적어도 현대그룹 내에서는 없었을 것 같다. 돈은 잘 아는데, 돈이 곧 경제는 아니다. 그는 너무 부패했고, 효율성 보다는 자기가 해먹을 수 있는 거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렇게 생겨난 게 자원외교 아니겠나 싶다. 토목은 알아도 자원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무엇보다도 공정한 경쟁이 깨어지면서, 기업들도 줄 대는 것만 했지, 혁신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줄 서는 것과 국민경제는 작동방식이 좀 다르다. 

지금 그룹 차원의 큰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가 이때 명박과 손을 제대로 잡았다. 한 때 100년은 갈 것 같아 보이던 롯데가, 그때부터 10년 넘게 뻘짓을 하다가, 이제는 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도 경제에 까막눈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집권을 하기 위해서 그 주변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짜고 쥐어짜고,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경제는 박근혜가 명박보다 나았다. 무상보육이 전면화된 것도 그때다. 명박에게 시장 시절에 했던 버스 중앙차선제와 환승제가 남는다면, 박근혜에게 무상보육이 남을 것이다. 행복 경제는 너무 큰 프레임으로 시작해서, 없던 것이 되어버렸고.. 창조경제는 이름만 남았다. 

이재명 5년은 어떨까? 경제는 대체적으로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이재명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는 게 많고, 돈의 흐름도 잘 아는 편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거시 경제의 많은 부분은 생각보다 잘 할 것이고, 성과 지표들도 잘 나올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성과의 가장 큰 힘은 뭘 잘 알고, 뭘 잘 해서가 아니라, 해먹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그런 제도적 측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이명박은 해먹은 스타일이었는데, 이재명은 안 해먹는 스타일이다. 한국 경제는 이제 충분히 규모가 커져서, 해먹는다고 왜곡을 하지만 않아도, 어지간히는 굴러갈 정도는 된다. 

그건 전체적으로 그렇고.. 

제일 안 좋을 분야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이재명은 이 분야는 전혀 모른다. 그냥 티 안나게 적당히 선거 치룬 거에 불과하고.. 노무현도 교육은 몰랐고, 문재인은 교육은 더더욱 몰랐다. 그 시기에 교육 정책이 개판 났다. 그래도 노무현과 문재인은 어깨에 뽕 들어간 스타일은 아닌데, 이재명은 약간 좀 뽕 들어간 스타일이다.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으로 날라간 것처럼, 이재명 정권은 교육 문제로 날라갈 위험이 크다. 

또 다른 약점은, 환경과 에너지 분야인데.. 이 분야는 이재명이 관심도 없고, 잘 모르기도 한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건너 뛰고 결과로만 말하면, 이재명 시대에 전기요금은 대략 두 배 정도 오르고, 전기도 한 번쯤은 꺼먹을 가능성이 높다. 관심은 없었는데, 인기 있는 성과는 내고 싶고. 그럴 때 딱 생겨나는 일이 이런 거다. 

농업은 더 망가질 게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 이재명 농업 5년은 대체적으로 엉망날텐데, 그렇다고 크게 티 나지는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별 관심 없는데, 누가 하든 무슨 상관 있겠냐? 이재명은 생각보다 약은 사람인데, 똥 바가지 뒤집어 씌우기의 결과가 장관 유임이라고 본다. 이재명의 농업 정책이 성공했는지 아닌지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토마토 가격을 보면 된다. 현재로서는 제일 현안이 된 농작물인데, 아마 두 배쯤 오르지 않을까 싶다. 대중들이 잘 보지 않는 지표 중의 하나가 양식업이다. 여기서 몇 가지 지표를 살펴보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하여간 부분적으로 개별 산업 분야 등 망가지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지만, 거시 경제 전체적으로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80점 정도 받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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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구가 캔을 잘 안 먹는다고 글을 썼다. 이게 그걸 봤을 리는 없는데, 싹싹 비워서 먹었다. 어제 오후 4시에 줬는데, 낮 12시에 바닥까지 비웠다. 새 캔 뜯어줬다. 나이로는 살아있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 나이인데.. 오늘 기분이 좋았는지, 한 캔 더! 이런 분위기다. 그야말로 고양이의 기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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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 어딘가 같이 가자고 하여.. 문자로 내 상황을 짧게 설명했다. 

둘째는 아프고, 아내는 바쁘고, 큰애는 엄청 속 썩이는 중이다. 2025년, 초여름 상황이다. 

그래도 이 중에서 제일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 집의 18살 고양이다.

6개월 때 죽어가는 것을 구조대가 동물병원에 데려다줬고, 마침 입양하게 되었다. 두 살 때 장염으로 죽다 살아났다. 

하여간 입이 까다로워서 어릴 때에도 캔 주면, 일제, 프랑스제, 이런 것만 먹었다. 그것도 약간 맛만 보고, 국물만 먹는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도 수술한 뒤로는 아예 캔은 안 먹고, 건식 사료만 먹었다. 

두 달 전, 참치캔을 먹는데, 자꾸 밥상 위로 올라왔다. 그래서 간만에 캔 좀 먹을까, 편의점에 가서 캔 사다줬더니 허겁지겁, 코 박고 먹었다. 그때부터 건식 사료는 안 먹고, 캔만 먹었다.

하여간 드럽게 까다롭다. 나중에 슈퍼에서 사다줬더니, 그건 본 척도 안 한다. 편의점 캔만 먹는데, 그것도 수시로 먹다 안 먹다, 종류별로 취향도 명확하다. 그럼 캔 하나를 다 먹냐? 국물 위주로 먹고, 몇 시간 후에 고기가 마르면 안 먹는다. 

그리고는 나한테 와서 계속 지랄을 한다. 새 거 줘. 돌아비리. 나도 루틴을 만들어서, 오후 다섯 시 정도에 준다.  그전에 새 거를 뜯어주니는 않는다. 

나도 별 지랄을 다 해봤다. 수저로 반만 덜어주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뒀다가 나눠 주기도 했는데, 딱 첫날만 먹었고, 그 다음부터는 별 효과가 없었다. 포기.

두 달 동안 고양이랑 이런 실랑이를 하던 중에, 드디어 편의점에 있던 얘가 먹는 유일한 캔이 떨어졌다. 멸치 들어간 거다. 

결국은 이러구 살아야 하나 싶으면서도 인터넷 뒤져서 한 박스 샀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집에 남는 공간이 없어서, 이걸 둘 데가 없다. 두 아이들 살림살이로, 수납공간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우리 집 두 아들들도 속 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을 하면 알아듣는 척은 한다. 고양구는 못 알아들은 척, 그냥 내놔, 내놔.. 50대 중반,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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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책 읽다가..


"특히 50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경우, 추모시설을 사고 현장과 무관한 곳에 설치한 것은 두 번째 비극이었습니다. 같은 서초구이긴 하나, 서초등의 삼풍백화점 자리가 아닌 양재동의 양재꽃시장 근처에 추모시설을 놓았죠. 사고 현장에 지어진 고급 아파트단지의 주민이 2024년 12월 3일에 비상계엄 선포라는 정치적 사건을 일으킨 것은 세 번째 비극이었고요. 저는 종교도 없고 미신도 믿지 않지만, 500여명이 사망한 사고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후과가 지금껏 한국 사회에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아크로비스타가 뭔가 했는데, 그게 삼풍백화점 자리였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순간, 나도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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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는 책들은 코로나 이전에 준비했던 것들이다. 둘째가 아팠고, 나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많아서, 이래저래 계속 뒤로 밀려왔었다. 도서관 경제학이나 젠더 경제학은, 우와, 거의 20년 밀려온 것 같다. 젠더 경제학을 써보라는 얘기를 들은 것은, <88만원 세대> 보다 더 먼저다. 몇 번 시도를 했는데, 이래저래 계속 밀렸다. 

지금 가진 일정으로는 내년 여름까지 밀린 책들을 다 쓰고 나면, 이승만 얘기, 김대중 얘기, 요렇게 할 생각이다. 이승만 얘기는 얼개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데, 부산 지역에 대한 조사가 계속 미루어지는 상황이다. 부산에 몇 달 체류하면서 준비할 생각인데, 내가 없으면 둘째가 큰 일이니, 아직은 꼼짝할 수가 없다. 노태우도 한 번 다루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역부족이다. 

김대중 얘기는 아직 얼개가 없다. 권노갑은 만났고, 적당한 때 한화갑도 만날 생각이다. 얘기를 어떻게 끌어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IMF로 시작해서 임기 끝나는 순간, 그렇게 대통령이었던 시기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영삼 정부 때는 현대에 있었는데, 김대중 정부 때는 정부에서 일했었다. 총리실에도 있었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의 청와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까지는 아니고. 

청와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처음 갈 기회가 생겼을 때가 김대중 정부 초기였다. 싫다고 했다. 글쎄..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 뒤에도 매번 싫다고 했다. 내가 약간, 아니 심하게 삐딱선 인생이다. 다들 그렇게 하라고 하면,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 싫은 일은 안 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라고 하면 직장을 옮겼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라고 할 때는 아예 직장을 그만뒀다. 

최근에 잡 오퍼가 몇 번 있었다. 하나는 국내에서, 하나는 해외에서,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기는 했다. 그래도 이미 잡아놓은 일정들이 있어서, 내가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 밀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학교도 그만두고, 방송도 그만뒀는데.. 뭔 일을 또하겠나 싶다. 

돌아보면 책 쓰면서 산 게 20년 가까이 되니, 그야말로 감사한 인생이다. 세 끼 밥 먹고 사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으니, 진짜로 감사하다. 

지금 잡힌 일정대로 글 쓴 뒤에는 뭘 할지 아직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죽을 때까지 책만 쓰면서 살고 싶지는 않고. 적당한 때에 적당히 내려놓을 생각이다. 

나중에 뭐 할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최근에 바다에 대한 책을 한 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다라고 해도 전세계 바다는 아니고, 주로 한국 연안에서 북태평양까지의 일이다. 배와 바다 그리고 물고기에 대한 얘기들. 

박사 논문 쓰면서 ‘지속가능한 어업’에 대한 미분 방정식 풀면서, 우와, 돌아버리겠네,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논리적으로는 그렇게 어려운 얘기는 아닌데, 그걸 미방으로 풀어야하니, 조금 더 깊게 들어갔더니, 시스템 다이나믹스 모델링을 해야 해서. 진짜 울면서 문제들 풀었던 기억이. 그냥 컴으로 풀면 되는데, 그 시절에는 아직 인터넷도 없고, 심지어 이메일도 안 쓰던 시절이었다. 연습용으로 써볼 시스템 다이나믹스 프로그램 같은 것은 아직 없던. 힘들기는 더럽게 힘들었는데, 그래도 바다에 대한 얘기라서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들었었다. 

나중에 그 얘기를 가지고 박사 논문을 쓴 사람과 동료가 될 기회가 있었다. 한동안 바다 얘기 정말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고래 연구를 했었고. 우럭, 가자미, 이런 것들의 생태계 모델링도 좀 들여다봤었다. 

얼핏 생각해보니까 준비하는 데 5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지아, 인도, 이런 데 상황도 좀 살펴봐야하고. 

이거 하겠다고 하면 연구비 대줄 해외 펀드도 좀 있는데, 둘째가 아직 사정이 만만치 않고. 또 나도 써야할 것이 있어서, 거창하게 벌렸다가는 나중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사정 되는대로 소박하게 시작해볼까 한다. 

바다에 대한 얘기를 한 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게.. 세월호 때 <내릴 수 없는 배> 쓰면서 연안 여객에 대한 얘기들을 한 번 정리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섬에 대한 얘기들도 했었고, 지금도 가끔 섬의 날 같은 때나 섬에 대한 컨퍼런스가 있을 때 기조발제 같은 거 해달라는 부탁이 온다. 너무 예전 자료들만 있어서 최근 자료들을 새로 볼 형편이 아니라서, 힘들다고 하기는 했다. 이런 게 정말 돈 안 되는 분야라서, 전체적으로 섬에 대한 얘기들이 정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바다 얘기들이 좀 정리가 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키워드는 ‘지속가능한 바다’다.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내가 바다 얘기를 오래 했다. 기업 전문가와 관변 학자에서, 사회적 얘기로 처음 기자회견 한 게 새만금 문제였다. 아내와 결혼하게 된 것도 새만금 싸움하면서였다. 제주도에 해군 기지 놓고 크루즈항 놓는다고 할 때, 크루즈항의 경제성 평가를 검토한 것도 내가 관여되었던 일이었다. 울산에 고래 박물관 만들 때에도 기조 발제를 내가 했었다. 몇 년 전, 사양산업이라고 조선업 그만둬야 한다는 논쟁이 있을 때, 지금 조선업 포기하면 다시는 조선 못 한다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논쟁을 했었다. 내가 이겼고, 어쨌든 산업으로서의 조선업을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 

바다를 워낙 좋아했다. 지금도 바다에 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마음은 그렇다. 처음 노르망디 갔을 때, 에트르타 인근의 해변을 보면서, 나중에 죽을 때에는 여기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람들이 습기 때문에 백퍼 류마티즘 걸리거나, 날씨 때문에 우울증 걸린다고 다 말렸다. 고뢔? 

어쨌든 진짜 오랜만에 새로운 책을 준비하게 되었다. 5년 정도, 차분히 들여다보면서 바다에 대한 얘기들을 모아보고 정리해볼까 한다. 목표는 태평양 금어기 정도 된다. 태평양에 거의 물고기가 없이 텅비어 있다. 풍성한 바다, 거의 옛날 얘기고.. 우리나라 인근 바다? 태평양보다 더 심하게 아무 것도 없다. 배타고 7~8시간 걸려서 나가야 뭐라도 좀 있다. 

중고등학생이 상식선에서 읽을 수 있는 바다에 대한 책, 그런 게 일단 목표다. 

결정적으로 바다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재명 정부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걸 봤을 때였다. 이 사람들이 부산은 좀 알지는 모르지만, 바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좀 커지고 커져서, 아예 전면적으로 바다에 대한 얘기를 한 번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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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에서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사람들에게 긴급 소비용 돈을 주게 된다. 코로나 때도 본 거라서 새삼일 것은 없다. 일본은 90년대 경기 후퇴로 거의 수시라고 할 정도로 소비 쿠폰 같이 많은 소 지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종류의 정책은, 자신이 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런 데 관심이 가게 된다. 건강보험 상위 10% 기준이라는 걸 보는 순간, 일단 나는 아니라고 바로. 집도 있고, 차도 두 대나 있고. 나도 소득이 꽤 많은 적도 있지만, 작년에는 번 게 아주 험블해서, 하위부터 따지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기는 하지만. 건보 기준으로는 택도 없다. 얄짤 없이 상위 10%에 들어간다. 덩달아 우리 집 소년들도 해당사항 없다. 중요한 건 아니다. 

이번 추경에서 진짜로 내 눈을 끈 건, 빚 탕감이다. 7년 이상 연체한 4천만 원 이하의 소액채권에 대한 빚탕감이 있다. 7년 이상 그리고 개인파산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전액 탕감이다. 상환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최대 80%까지 감면하고, 남은 돈은 향후 10년간 갚도록 한단다. 방법은 소액 채권을 정부가 채권사로부터 매입해서 소각한다. 배드뱅크 방식이다. 소액채권의 현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사실 기술적 문제이기는 한다. 어차피 못 받을 불량채권을 배드뱅크가 액면가 그대로 사지는 않을 것이고. 90년대 남미 국가들이 파산했을 때 국가 채무를 이렇게 처리하면서 소위 정크 본드라는 단어가 유행했었다. 배드뱅크가 정크본드를 처리하는 방식과 같으니까, 생각처럼 액면가 그대로 정부가 그대로 지출하지는 않게 된다. 아울러 개인파산 수준이라는 것을 평가하기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정부의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해서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박근혜 때에도 악성 채무에 대해서 정책이 있기는 했는데, 지금처럼 전면적인 빚 탕감은 처음 본 것 같다. 새삼스럽게 이 문제가 크게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악성 부채보다 더 격렬한 논쟁이 농가 부채 탕감 때 있었기 때문이다. 그전에도 농어촌 부채 경감 조치는 간헐적으로 있었는데, 김대중 때 전면적인 농가 부채 탕감이 공약으로 나왔었다. IMF 이후로 아주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그때는 배드뱅크 방식이 아직 전세계적으로 많이 활성화되기 이전이다. 이 논쟁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보수 쪽 주장이 모랄 해저드다. 그렇게 빚을 탕감해주면, 누가 성실하게 빚을 갚으려고 하겠는가. 다 그냥 기다리다 정치적 결정에 의해서 그냥 안 갚을 수 있으니, 평소에 누가 그런 행위를 하겠는가, 이런 얘기다. 그 연장선에서,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은 억을해서 어떡해! 그냥 버텼으면 정부가 처리해줄텐데, 왜 미련하게 돈을 갚았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물론 이런 우려도 논리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의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회 전체적으로 혹은 국민경제의 시각에서, 어느 쪽이 편익이 높은가에 의해서 판단하게 된다. 그냥 일상적이고 주기적인 부채 탕감은 곤란하다. 그렇지만 구조적 문제 등의 시스템적 결함에 의하여, 정상적인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고 판단될 때, 제한적으로 부채 탕감이 가능할 수 있다. 매번, 이때가 바로 그때냐, 아니면 과잉 정책이냐, 그런 논쟁을 하게 된다. 

어쨌든 추경과 함께 전면적인 부채 탕감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이재명 정부가 정치의 효능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었다. 김대중이 농어촌 부채 탕감을 대선 공약으로 걸면서도 결국 못했던 일이다. 글쎄. 악성 부채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얼마나 이재명에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악성 채무자와 사회경제적 분포도는 알 수가 없지만, 대체적으로 저소득이거나 경제적 약자일수록 한국에서는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실제로는 49%보다 더 적게 이재명에게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투표를 했든 하지 않았든, 적지 않은 사람들의 경제적 삶이 부채 탕감으로 바뀌게 된다. 지금 한국은 거시 경제가 저성장을 넘어, 마이너스 국면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일본식 표현으로, 한 명 한 명의 경제적 ‘활력’을 높이는 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전면적 부채 탕감이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이런 건 윤석열 때도 그냥 하면 되는 것인기는 한데, 그런 상상도 해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부채 탕감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갈지 좀 더 기켜볼 생각이다. 생각보다 별로 반대는 없을 것 같다. affordable, 감수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논쟁이지, 하느냐 마느냐가 논쟁일 시대 상황은 아니다. 

예전 2012년 문재인 후보 시절 “의료비 100만원” 공약에 대해서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그렇게 생각할 정책은 아직 없었다. 실제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후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문재인 케어로 다소 후퇴했었다. 

이재명의 전면적 부채 탕감 역시 100점 만점에 100점인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할 수는 있어도, 누군가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아무도 손해보지 않는 정책이다. 누군가에게 경제적 손해를 미치지 않고서는 다른 누군가의 효용을 높일 수 없는 상태를 파레토 최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경제적 손해 없이 또 다른 사람의 경제적 효융을 높일 수 있는 것은 파레토 개선이다. 아주 드물게 파레토 개선이 생겨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걸 못한 건, 정치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금과 같은 전면적 부채 탕감이 농어민 부채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농민들이 갖고 있는 부채의 성격과 규모가 일반적인 생활 부채와는 좀 다르다. 부작용이 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하여간.. 이재명의 이번 추경을 보면서, 특히 부채 탕감에 대한 정책을 보면서, 한국은 일본의 90년대와는 다른 경제적 전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정치의 효능이라고 한다면, 일본 정치가 가지고 있는 그 무기력감과는 우리는 좀 다르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농가부채 문제는 나도 농업경제학을 앞두고, 머리가 평소에 지끈지끈해지게 하는 문제다. 피해가기 어려운 질문이다. 전면적 부채 탕감을 놓고, 나에게도 생각할 여지가 좀 더 많아졌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수협 등 어민 문제에 대해서도 잠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 고민하는 양식업의 문제와 태평양에 대한 장기적 관점까지 (얼마 전 태평양 관리에 대해서 일종의 잡오퍼가 있었는데, 싫다고 했다. 월급 받고 사는 삶으로 돌아가기에는 둘째가 아직 많이 아프다.) 좀 더 시간을 갖고, 바다와 태평양에 대한 책을 써보면 좋겠다. 배에 대한 책은 세월호 때 <내릴 수 없는 배>를 쓴 적이 있다. 그때 연안여객을 분석하면서, 섬의 교통 상황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었는데.. 요즘도 가끔 섬의 날 비슷한 섬에 대한 행사가 있으면, 기조 발제를 해달라는 부탁이 오기도 한다. 내 실력으로는 택도 없지만, 섬이나 바다 같은 문제는 보는 사람이 워낙 없으니. 그래서 바다에 대한 책을 한 번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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