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뒤밀이

잠시 생각을 2024. 2. 17. 13:29

박찬일의 글을 아주 좋아한다. 그 정도가 아니라, 글 쓰는 법에 대해서 나와 다른 스타일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델 중의 하나다. 한동훈의 연탄 사건에 대해서 썼다. 뒤밀이라는 말을 처음 봤는데, 한동훈 뒤에 너무 많이 붙어 있다는..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2152018025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추억을 구워 먹는 연탄불

내가 어렸을 때인 1970년대에는 대도시에서도 여전히 연탄을 땠다. 액화석유가스, 즉 LPG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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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이 결국 눈을 감았다. 어렵던 시절, 같이 위로하면서 보냈던 적이 있었다.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인데, 아직 재주를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상암동에서 같이 소주 마시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했었다. 쓰러지기 얼마 전, 오토바이 사고 난 얘기를 했던 게 생각난다. 난 그가 늘 안스러웠다. 너무 바쁘게, 너무 힘들게 살았다. 

친구 한 명이 또 눈을 감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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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책 서문을 새로 썼다. 순서가 좀 뒤집히기는 했는데, 그 동안 죽음 에세이 초고를 쓰면서, 내가 많이 변했다. 생각도 많이 변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도 많이 변했다. 

중국어도 배우기로 했고, 일본어도 배우기로 했다. 20대 이후로는 어학은 거의 공부한 적이 없다. 독일어 조그만 더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여유가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냥 미루어 두었었다. 

프랑스에서 박사 과정 마무리하기 직전에 있었던 일이다. 암으로 죽어가던 전직 프랑스 외교관 집에 초대를 받아서, 하루 밤 자고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양반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외국어 공부한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언어 몇 개까지, 7개 국어를 아주 능통하게 했다. 자기도 경제학 공부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문학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재주가 아주 많은 사람이었는데, 결국 말만 배우고 삶을 마무리하게 되었다고. 

내가 불어하는 거 보니까, 앞으로도 언어 몇 개는 더 배우려고 할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말은 2~3개 하면 충분한데, 자기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아서,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웠다고 했다. 인생이 긴 줄 알았는데, 막상 죽는 순간이 되니까, 어학 공부하면서 인생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도 그때 느낀 게 좀 있었다. 사실 그때 좀 찔렸다. 원래는 7개 정도 언어를 배울 생각이 있었다. 그때 안 배워두어서 후회했던 것은 포루투갈어.. 브라질 연구를 좀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읽기가 너무 힘들어서 결국 포기. 

그렇게 살았는데, 죽음 에세이를 쓰면서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짧은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일본어도 배워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내가 중국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무식해도 이렇게까지 무식한 줄 몰랐다가, 크게 충격을 받았다. 내가 다른 사람 보다 잘 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호기심이 많은 거였다. 사실 지금까지도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한 적은 거의 없고, 호기심이 생기면 그걸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게 된 거였다. 

아직 알고 싶고, 살펴보고 싶은 게 많이 있다는 것을 50대 중반에 알게 되었다. 중국 역사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고, 일본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졌다. 중국 연수도 갈 생각이다. 

책이라는 게 그렇다. 책을 한 권 쓰고 나면, 인생이 변한다. 알고 모르는 것의 경계선에 있게 되고, 자신이 살아온 삶,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한 번을 다 뒤집어보게 된다. 그냥 아는 얘기 쓰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는 책이 되지가 않는다. 논리와 내용만 가지고 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감정이 들어가야 하고, 감정이 진짜로 생겨나기 위해서는 그 얘기가 가짜 얘기라서는 안 된다. 내가 배운 것은 그런 거다. 

죽음 에세이는 특별히 더 그런 게 많았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다 보니까,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이 부정확했거나, 임시 방편 같은 지식인 경우도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50대 중반이다. 그렇지만 한 턴 더 공부할 기회는 남아있는 것 같다. 별로 하는 일은 없는 시간을 지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변화도 없는 것은 아니다. 30대 초반에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이후로는 가장 큰 변화가 요즈음 있었다. 

습관대로 살다가, 습관처럼 나이를 먹고,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변한 내 생각을 저출생 책에 좀 반영을 하려고 한다. 어쨌든 뭔가 배우고 싶고, 뭔가 알고 싶다는 변화는 좋은 변화다. 나이 먹고 새로 뭔가 배우는 게 다 귀찮아지고, 하기 싫어질 수도 있다. 나는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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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88만원 세대> 시리즈 디자인할 때, 후반부에 있던 책 중의 하나가 “방송과 언론의 경제학”이었다. 이래저래 사정이 생겨서, 시리즈를 마무리하지 못하게 되었다. 마침 그 시기 즈음에 종편이 생겨났는데, 종편 얘기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묻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이 얘기가 다시 생각난 것은 kbs를 그만둔 이후의 최경영 유튜브에 가기 위해서 운전하고 가던 중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공중파와 유튜브 사이의 구분점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런 변한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생각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 한겨레 출판사에 계약을 해놓고 취소된 책이 하나 있는데, 내년 말쯤 이 주제를 다루면 어떨까, 그런 마음이다. 요즘은 아는 기자도 별로 없다. 그 동안 시간이 많이 지났고, 같이 작업했던 기자들이 때로는 은퇴하거나, 아주 나이가 많아졌다. 인터뷰도 새로 하고, 조사도 새로 하기는 해야 한다. 

전에 마지막으로 신문을 봤던 건 요미우리 영자판이었다. 처음에는 재밌게 봤었는데, 노안이 심해져서 신문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꽤 도움을 받아서, 아직 나오면 다시 볼 생각이다. 

한동안 신문을 안 보다가, 큰 애가 신문 보고 싶다고 해서 몇 달 전부터 다시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요즘은 다시 신문을 안 본다. 신문 끊을까? 그래도 좋다고 했다. 잠시 생각을 해봤다. 제목이라도 보라고 했고, 둘째도 신문을 보라고 했다. 보겠다고 한다. 

그냥 혼자 생각을 해봤는데, 지금 어린이들은 신문을 대충 보는 것만으로도 그야말로 경쟁력이 생길 것 같았다. 얕은 속셈이다. 텍스트에 익숙해지는 것은,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신문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언론이 강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도 언론이 존재하는 사회를 물려줄 것인가, 이제 그런 고민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종이 신문이 주는 매력이 있지만, 종이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 결국은 지불의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여간 언론 문제를 본격적으로 돈의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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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녹색당 당원이다. 정치적으로는 큰 의미는 없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입장을 정할 때에는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사안에서, 그냥 소수파로 살아간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선거 연합 정당을 만들면서, 녹색정의당이 생겨났다. 나도 자동적으로 여기 당원이 되었다. 어차피 신경 쓰는 사람 거의 없는 두 정당이 합친다고 무슨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작은 사건은 사건이다. 

나는 종로구에 산다. 총선에서 안 찍을 사람은 진작 정해두었는데. 누굴 찍을 지는 모른다. 사실 녹색당은 나온 적이 없어서, 찍을 기회가 없었다. 정의당 구의원들은 가끔 나왔다. 나오면 찍어는 주는데, 의미 있는 표를 얻었던 것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이재영이 부탁을 해서 당원을 했던 적이 있었다. 두 개의 당적을 가졌었다. 분당하면서 당적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녹색당과 정의당이 선거연합 정당을 만들면서, 일시적이지만, 어쨌든 나도 정의당의 당적도 가지게 된 셈이다. 사실 당원이라고 해도 하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역시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녹색당 당원이 되면서, 내 삶은 주류와는 아무 상관 없는 그런 삶이 되었다. 그건 정의당 당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1 세기가 가까워지면서 YS가 녹색 비전을 선포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 미래는 환경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21세기가 전개되지는 않았다. 녹색은 한국에서 여전히 소수파 중의 소수파고, 환경은 여전히 장식품이다. 

예전에 노회찬과 진중권 여기에 유시민까지 같이 팟캐스트 했던 시절이 문득 기억났다. 그 시절만 해도 정의당의 인기가 지금 같지는 않았다. 

녹색당 당원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뭔 없을까, 잠시 생각을 해봤다. 적절한 기회가 되면, 유튜브 정도는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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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에세이 쓰는 동안에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보통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새벽 시간에 워낙 능률이 좋아서, 그렇게 한 것도 있지만, 그게 자연스러웠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그렇게 새벽 시간을 쓰기 때문에 술 한 번 마시면 사실 타격이 컸다. 술 먹고는 글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하루치 일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뭔가 기념할 날, 뭔가를 마무리한 날, 그런 날 주로 술을 마신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날.

죽음 에세이를 쓰면서, 진짜로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닌데, 저녁 먹고 나서는 잠이 쏟아져 바로 잤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났다. 몇 달을 그렇게 지냈다. 

예전 박사 논문 쓰던 시절에 그런 사이클로 몇 년을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집에 오자마자 자기 시작해서, 새벽에 일어났다. 시간은 얼마 없고, 읽어야 할 것은 많고, 미방 등 수학 문제도 풀어야 했다. 절대 시간이 부족하니까, 극단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그 후로는 그렇게 한 적이 없었는데, 죽음 에세이 쓰는 기간에 다시 그 시절의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적지 않은 책을 썼는데, 그 동안에 생활 패턴이 바뀐 적은 없었다. 

죽음 에세이 초반 좀 지났을 때, 이 책의 셋업이 잘못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톤도 너무 무겁고, 내가 겪은 얘기를 중심으로 셋업을 만들었는데.. 명사 에세이라는 책 분야가 있기는 한데, 나는 그런 명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에세이집을 냈을 때에는, 이런 방식으로 했었다. 그때는 내가 명사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그 언저리 어디엔가는 걸쳤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쓰는 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냥 어린이 둘 키우는 아빠일 뿐이다. 한동안 이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사람들이 나의 일상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시절의 습관이 남아서, 죽음 에세이의 셋업이 되었다. 

그걸 다 들어냈다.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명사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삶에 끼어 있던 거품이 아직도 덜 빠진 것 같다. 사실 죽음이라는 주제가 그런 걸 깨닫게 해준 것 같다. 다루기 어려운 주제에 너무 설렁설렁 습관처럼 들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다시 읽고, 데이터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나도 위기를 많이 겪었다. 책 쓰고 망한 적도 많지만, 그래도 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근데 처음으로 위기라는 생각을 했다. 셋업을 잘못 설정했다는 생각은 처음 했다. 그리고 더 큰 건, 그게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때 책을 그만 쓸까 하는 생각을, 데뷔하고 처음 했다. 

그래서 정말로 그만 두려고 했다. 남은 계약들이 몇 권 있지만, 그만하기로 하면, 계약금 다시 주면 되는 일이기는 하다. 행정적으로는 말이다. 아마 지금 내 통장이 넉넉한 상황이면,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셋업도 제대로 형성시킬 수 없는 상황이면, 책은 그만 쓰는 게 맞다. 

그냥 일정대로 책을 쓰기로 다시 생각한 것은, 며칠 후의 일이다. 그때 하고 있던 분석이 우울증과 치매였다. 이 분석들은 내 능력 이상으로 잘 되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보고 있던 드라마가 <대명풍화>였다. 명에 대해서 내가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절감했다. 모르는 게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많다. 좀 모르는 것과 생판 모르는 것은 좀 다르다. 명나라에 대해서 정말로 내가 너무 몰랐다. 명 초기에 순장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100일 정도 이 민족이 북경을 포위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알았는데, 처들어온 게 어떤 나라인지도 몰랐다. 북경 갔을 때, 자금성도 안 보고 왔다. 북경성 담벼락이 그렇게 높다는데, 그것도 안 보고 오다니! 

모르는 건 문제가 없다. 모르는 걸 알고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어를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고, 북경도 가보기로 했다. 타이완도 가볼 생각이다. 익숙하지 않은 건 익숙해지면 되고, 모르는 건 공부하면 된다. 

그렇게 죽음 에세이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때쯤 저녁 무렵이면 잠이 쏟아져서 곯아떨어졌다. 일찍 잤으니까 일찍 깼다. 책을 쓰면서, 이렇게 긴장이 올라간 적이 없었다. 워낙 어려운 주제라서 그렇다. 그리고 내 꼴도 꼴이 아닌 상황이다. 그냥 이 모든 것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직은 어려운 거 분석할 때, 보람이 느껴진다. 그리고 뭔가 의미 있는 결과를 찾아내면 행복하기도 하다. 아직은 좀 더 배울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죽음 에세이 본문을 마쳤다. 날려버린 셋업에 들어간 내용 일부는 서문이라는 형식에 넣었다. 그렇게 새로 쓴 서문도 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날리고 새로 썼다. 새로 쓴 게 훨씬 낫다. 톤을 어느 정도는 정했다. 

어제까지는 쉬었고, 오늘부터 새로 죽음 에세이 고치기 시작한다. 어제는 일부러 술 때려 마시고 늦잠도 잤다. 다시 늦잠 자는 스타일로 가려고 한다. 저녁 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은 긴장감을 높이는 데에 좋기는 하다.

제일 큰 문제는 밤 10시에 하는 저녁 수영을 못 가는 일이다. 하이고. 무엇보다도 긴장도를 그렇게 높이면 일상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계속 그렇게 지내면 제 명에 못 산다. 텐션을 좀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도를 너무 높이면, 웃음이 나오기 어렵다. 명랑도 힘들다. 인상 쓰고 최선을 다 하는 것,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고, 그렇게까지 해서 성과를 만드는 건 별로다. 나는 그런 삶과 이별하기로 했다. 저녁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 그것도 내 스타일 아니다. 그렇게 계속 지내면, 없던 암도 새로 생길 것 같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느낀 게 많다. 지금도 살살 살지만, 앞으로는 좀 더 살살 살 생각이다. 그 대신 습관처럼 생각하고, 습관처럼 느끼고, 그렇게는 안 하려고 한다. 너무 열심히 살면, 모든 것이 패턴화 되고, 그 패턴 안에 들어가서 새로운 것을 못 찾고, 익숙한 방식으로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래봐야 힘만 들지, 좋을 게 아무 것도 없다. 

조금 더 설렁설렁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지금부터 죽음 에세이, 고치기 시작한다.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게 목적이다. 날려버린 셋업도 다시 구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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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에세이 본문은 끝냈고, 서문까지 달았다. 우와, 죽다 살았다.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시작하기 전에는 진짜 몰랐다. 글이라는 게 뭔지, 진짜로 이번에 많이 느낀 거 같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더럽게 어렵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주제다. 보고 싶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피하고 외면하고 싶어하는 주제다. 그냥 접을까, 몇 번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다루는 것은 생각보다 에너지와 감정 소모가 많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죽음과 관련되면 사소한 일이 아닌 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죽음이라는 것은 없다. 죽음은 허투루 다룰 수가 없고, 숫자 속에 숨겨진 일들이 자꾸 보이게 된다. 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고, 아픔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나. 그때마다 나도 살아온 삶들을 돌아보게 된다. 젠장. 나는 왜 그런 개떡 같은 결정을 하였던가, 그런 생각들이 결국 들고야 만다. 나는 왜 그렇게 했을까? 

내 삶을 돌아보면, 늘 이기고, 잘 한 기억만 있을까? 나에게도 수 없는 이불킥의 기억들이 있다. 그걸 되새기면, 감정이 많이 소모된다. 하이고, 나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수없이 많은 지점을 되새기게 된다. 그걸 버티고, 또 다음으로 넘어간다. 

생각해봤다. 나는 이렇게 봤다와 나는 이렇게 살았다, 이건 관찰에 대한 감정적 무게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고 내가 뭐 대단하게 모범적으로 살아온 것도 아니고. 한 칸 한 칸이, 글로는 드러나지 않는 무게감을 지고 걸어가는 길 같다. 

하여간 그렇게 일단 서문까지 달아서 본문은 끝냈다. 책 쓰면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앞부분의 셋업에 해당하는 얘기들은 일단 다 날렸다. 나에게는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읽는 사람에게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감정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부분은 날리고, 그 얘기는 그냥 서문에 넣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본문 고치기 시작할 거다. 셋업을 날려서, 결국은 대수술이 필요하다. 책 쓰면서 이렇게 고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능력부족이다. 

톤 조정도 좀 하려고 한다. 죽음이라는 무게에 너무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는데, 여전히 톤이 좀 무겁다. 좀 더 명랑하게 바꾸어 보려고 한다. 보는 사람들이 그래도 좀 맘을 편하게 하고 읽을 수 있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장치들은 다 써보려고 한다. 

죽음을 밝게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좀 웃기게 얘기하려는 시도는 해보고 싶다. 멋적은 농담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무 농담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다. 

이번에 죽음 에세이를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그런 삶에 대한 생각도 했고, 책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글에 대한 생각도. 

주제가 이번처럼 어려우면, 너무 고생스러운 대신에, 보람은 있다. 재미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아니고, 보람 정도 느껴지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그리고 크게 배운 게 하나 있다.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을 좀 더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런 걸 미리 계획하거나 설계하기는 힘들다. 나도 미리 다 알고 쓰는 게 아니라, 분석해보면서 하나씩 찾아내는 거라서, 이런 걸 과정을 미리 만들 수는 없다. 그래도 좀 즐기는 마음을 가지려고 하고 싶다. 

내일부터는 이제 다시 고치기 시작한다. 좀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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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정권..

잠시 생각을 2023. 12. 22. 02:53

한동훈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되었다. 어차피 이렇게 할 거, 뭘 그렇게 긴 길을 돌아왔나 싶다. 문재인 때 그래도 민주당이 두 번은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지만, 너무 못했다. 윤석열 초기 기세는 좀 했었다. 2년도 되기 전에 가진 거 다 털어먹었다. 

앞으로 군인 통치랑 검찰 통치가 비교되는 일이 좀 더 많아질 것이다. 검사들의 시대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다.  적당히 하다 말았으면, 그래도 꽤 갈 수도 있었을텐데. 이렇게 티 내면서 대놓고 하면, 사람들 눈에 다 보인다. 

검사 대통령에 검사당 만들어서 무슨 좋은 일이 있겠나 싶다. 검사 정권 5년이면 길다. 검사 정권이 10년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군인이든 검사든, 적당히 해쳐먹고 마는 걸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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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책은 오전에 마지막으로 손을 봐서 보냈다. 이제 초고가 마무리되었다. 작년 1월에 준비를 시작한 건데, 늦어도 올 여름에는 끝낼 줄 알았다. 결국은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고,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마무리짓지 못했다. 사는 게 늘 그렇다. 

책 한 권이 떠나고 나면, 그 전에 뭐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책이라는 게, 생활인 보다는 미친 놈에 좀 가까워진다.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감정을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렵다. 감정이 과해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아무 감정이 없으면, 글이 너무 밋밋해진다. 책이 끝나면, 그걸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 오늘 저녁은 출판사랑 술 마시기로 했다. 원고 터는 날이면 늘상 하던 일이다. 요즘은 술 때려 마시는 일이 별로 없기는 한데, 그래도 원고 마무리 짓는 날은 술 때려마신다. 아직은 다른 털어내는 방식을 모른다. 지난 여름에 식구들하고 해외여행을 갔다왔었다. 그 때쯤이면 원고가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일정을 잡았는데, 택도 없었다. 괜히 마무리 짓지 못한 글만 생각하느라, 마음만 더 무거웠다. 

며칠 좀 쉬고 앞에만 좀 쓰다가 미루어 두었던 죽음 에세이를 마저 쓸 생각이다. 다른 제목을 생각했던 게 있었는데, 요즘 하고 싶은 제목은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이다. 이게 죽음과 뭔 상관이 있겠나 싶지만, 사실 이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기는 하다. 누군가 전화해서 어떻게 지내냐고 하면, 뭔가 길게 설명하기가 어려우니까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얘기한다. 통장 잔고가 좀 달랑달랑하기는 하고, 내년 봄까지는 보리고개를 넘겨야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큰 걱정 없고, 크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우리 집 어린이들 때문에 거의 강제적으로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루틴이라는 게 크게 의미가 없는 삶이었는데, 요즘은 루틴이 많이 생겼다. 뭔가 규칙적이라야 루틴도 생기고 그러는데, 요즘 내가 그렇게 산다. 크게 골치 썩는 일 없고, 간절하게 소망하는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까 담담하게 죽음에 관한 주제들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죽음 에세이를 마치고 나면, 도서관 경제학을 쓰려고 한다. 책에 대한 얘기들 그리고 시설로서의 도서관이 아니라 관계로서의 도서관의 역사 같은 얘기들을 좀 더 해보려고 한다. 내년 봄에 할 일이다. 어쩌다 보니까, 도서관을 적으로 생각하는 정권을 만났다. 자기가 책 안 읽는 거야 상관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책 보는 것도 싫어하고,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책 읽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것 같다. 해방 이후 한국의 좌우가 모두 합의했던, “도서관은 중요한 거다”, 이게 깨질 줄은 미처 몰랐다. 보통 정치인들이 책 읽는 형편이 되지 않더라도, 책은 읽는 척한다. 보수 쪽 사람들에게 건네들은 얘기로는, 박근혜도 책을 읽는다는 거였다. 예전에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하더니, 딱 그런 경우다. 살다 살다 이런 이상한 정치 지도자는 전두환 이후로는 처음 봤다. 

어린이들 보는 처지에, 이것저것 복잡하게 욕심 내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할 수 있는 걸 조금씩 할 뿐이다.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바쁘다. 연말이면 망년회 몇 개는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데, 올해는 망년회도 안 할 생각이다. 내가 그럴 형편이 아니다. 연말에 어린이들 데리고 해외 여행 갈 계획이 있었는데, 둘째가 언제 응급실 가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것도 힘들게 되었다. 강릉 한 번, 울산 한 번, 그렇게 짧은 여행을 하려고 한다. 

마음 속 기분으로는 아직 여름인 것 같은데, 벌써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이 되었다. 시간 가는 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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