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retired
우석훈 블로그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otice

Tag

호텔 부페 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어머니는 좋아하신다. 치매로 누워 계시다가 좀 괜찮아지신 어머니가 이번 봄에는 많이 나아지셨다. 여기저기 봄 나들이도.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오늘은 부모님 결혼 52주년. 이래저래 겸사겸사 식구들 다 데리고 호텔 점심 식사. 큰 아버지가 이렇게 한 턱 내는 일이 거의 없어서, 조카들도 다 신났다. 어머니가 움직이실 수 있을 때 몇 번이나 할 수 있겠나 싶었다.

 

내가 이 집의 제일 큰 어른인데, 워낙 까탈스러워서 모이는 것도 잘 못 모이게 한다. 괜히 모여서 쌈난다... 어머니 움직이실 수 있을 때, 좀 더 즐거운 기억을 남겨드릴까 싶다.

 

밥 먹고 나오는데, 나만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문득...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와 함께, 오늘도 행복  (0) 18:36:14
야옹구와 캣타워  (0) 17:26:32
튤립, 시드는 순간  (0) 2018.04.21
나에게 낮은 심도란...  (0) 2018.04.21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오후  (0) 2018.04.18
어머니  (3) 2018.04.14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야옹구와 캣타워. 여기가 주로 야옹구가 지내는 곳인데, 얼마 전부터 나와 같이 방을 쓰면서... 내가 캣타워와 같이 지내는 중이기도. 예전에 쓰던 캣타워는 너무 낡아서 줄이 다 삮았다. 결국 얼마 전에 새 걸로 바꿔주었다.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와 함께, 오늘도 행복  (0) 18:36:14
야옹구와 캣타워  (0) 17:26:32
튤립, 시드는 순간  (0) 2018.04.21
나에게 낮은 심도란...  (0) 2018.04.21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오후  (0) 2018.04.18
어머니  (3) 2018.04.14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8.04.22 15:45 낸책, 낼책

다음 달부터는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작업을 시작한다. 아직 좀 더 이론적으로 확인할 것도 있고, 기본적인 인터뷰 작업도 좀 해야 한다.

요즘 책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좀 더 다양하고 급진적인 실험들을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매 번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별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책 쓴지 10년이 넘어가니까 이제 점점 더 익숙한 방식에 기대려는 습관 같은 게 생겼다.

<88만원 세대> 때에는 블로그에 20대들이 댓글을 많이 남겼었다. 하여간 별의별 사건들이 다 있었다. 어쨌든 지내놓고 보니까,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들이 했던 얘기들에 어떤 식으로든 내가 답하려고 노력을 했다.

직장 민주주의는 조금 더 실생활에 가까운 주제이다. 저자로서 욕심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것...

지금 딱 필요한 건 익명으로 쓸 수 있는 게시판 같은 건데, 이게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복잡하다.

제일 편한 건, 다음 카페를 가지고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들을 좀 나누는 방식이다. 이 경우 나쁜 점은, 이상한 게 막 엉키는 것을 관리해주지 않으면 순식간에 쓰레기통처럼...

귀찮은 것과 안 귀찮은 것 사이에서 마지막 고민 중이다. 이게 의미가 있을까 없을까, 그런 생각과 혹시라도 벌어질 부작용 사이에서 저울질 중?

지금 상황은 그렇다. 아직 마음을 먹지 못했다...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튤립. 한참 예뻤었는데, 이제 시들기 시작한다. 한참 접사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그닥. 직업별 평균 수명에서 정원사가 가장 오래 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죽으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풀과 나무들을 생각하면서 오래 살게 된다는. 꽃은 지기 시작할 때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지는 꽃은 아예 찍지도 않았었다. 내년에 다시... 그러나 내년에 그 집에서 다시 산다는 보장도, 그곳에 다시 온다는 보장도 없다. 나는 왜 시드는 꽃의 아름다움은 무시하고 살았을까?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와 함께, 오늘도 행복  (0) 18:36:14
야옹구와 캣타워  (0) 17:26:32
튤립, 시드는 순간  (0) 2018.04.21
나에게 낮은 심도란...  (0) 2018.04.21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오후  (0) 2018.04.18
어머니  (3) 2018.04.14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둘째. 50미리. 극단적으로 심도를 낮췄는데, 내가 해놓고도 좀 너무 하나 싶다는 생각이.

 

영화 <사도> 촬영할 때 궁궐 신을 변산 셋트장에서 찍었다. 여기서 궁궐 느낌이 날까 싶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는, 야간 촬영신을 늘렸다는 거. 그리고 촬영감독이 급거 심도 낮게 표현할 수 있는 렌즈를 수배해서 배경을 다 날려버렸다는. 현장에서는 난리가 났었는데, 어쨌든 영화는 선방. 낮출만큼 낮추면 초점 범위 말고는 거의 다 날아간다. 있었던 흔적만.

 

물론 심도는 사진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얘기다. 분위기 표현을 위해서 심도 조절을 하는데, 그것과 좋은 사진과는 별 상관은 없다.

 

그렇지만 집이나 일상 공간에서 찍을 때, 별로 보이고 싶지 않거나 정돈하고 싶지 않을 때 실용적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람들 막 찍고, 그냥 막 발표하고 그랬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없이 하다가 초상권 문제로 난리난다. 그래서 배경이 되는 사람들과 초상권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을 때에도 역시 심도를 낮춰서.

 

(작가들이 최근 해외 촬영을 선호하는 것이, 길가는 대중, 광장의 사람들, 이런 사진은 더 이상 찍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 얼굴 정면으로 나왔다가, 원치 않는 뉘앙스의 사진이라서 문제 삼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다. 외국에서는? 괜찮은 게 아니라, 그들이 모를 뿐이다. 구걸하는 걸인에 관한 사진을 얼마 전에 본 적이 있다. 이럴 때 딜레마다. 항의할 일 없겠지, 이런 생각과 표현의 욕구 사이에 충돌한다.)

 

 

심도를 낮출 수 있으면 그냥 일상의 공간에서도 공간 재배치나 모습에 신경쓰지 않고 사진만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 자체로 사진이 좋거나 나쁘 거나, 진짜로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기는 한데, 나는 반대의 의미에서 요즘 심도를 낮추는 시도들을 해보는 중이다. 심도 깊은 혹은 밀도 있는, 이런 얘기들에 좀 지친 것 같다. 밀도라는 말을 몇 년간 많이 써왔다. 꾹꾹 눌러서 밀도를 높이는. 그런 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표현으로도 그 사람의 삶의 고뇌와 깊이, 그런 것들을 담아내는...

 

이게 말은 맞는데, 피곤하다. 언제나 깊이만을 추구하다 보면 좀 낮은 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그렇다.

 

좀 피상적으로, 좀 뽀사시하고, 좀 얕으면 안될까? 그런 마음이 늘기 시작했다.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옹구와 캣타워  (0) 17:26:32
튤립, 시드는 순간  (0) 2018.04.21
나에게 낮은 심도란...  (0) 2018.04.21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오후  (0) 2018.04.18
어머니  (3) 2018.04.14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0) 2018.04.09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8.04.20 09:53 본책

 

몇 년 동안 유교에 대해서 좀 깊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어린이'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보니까, 정순철 평전을 읽게 되었다. 현직 장관의 책을 읽는 아주 진기하고 기이한 경험을. 나도 작년까지는 정순철을 몰랐다. 정순철이 누구야? '우리 애기 행진곡', 엄마 앞에서 짝짜쿵 작곡가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졸업식이면 늘 부르는 그 노래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해월 최시형의 딸이 정순철의 엄마니까, 최시형 손자이기도 한. 그리고 소파 방정환의 절친. 언제가 쓰고 싶은 책 리스트에 언제나 1번 자리는 방정환 평전이었다. 그리하여 정순철 평전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도종환 장관님께서 아시는 게 너무 많으신 분이라... 얘기 시작하기 전에 동학 정신과 이론 체계부터 일단 설렵들 하시고, 에 또... 핵핵. 정순철 얘기 들어가기도 전에 동학 얘기에서 힘 쭉 빼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보니까 유교 사회 속에서 동학이 가졌던 힘 같은 것에 대해서 새삼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는.

가설이지만, 이 두 개의 힘이 예를 들면, 연남동 같은 곳에서 만난다. 동학과 색동회의 힘으로 만들어진 '어린이'라는 이름과,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중에서 노키즈 존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연남동. 어린이를 데리고 연남동에 가면 애들 데리고 오지 말라는 유교적 발상과 카페 주인의 종교인 기독교 그리고 '어린이' 행진곡이 기묘하게 충돌한다. 한국의 노키즈존은 유교적이면서도 동시에 기독교적인 흐름 위에 서 있다. 가끔은 결과론적인 상술도. 둘 다, 어린이를 어린이라고 부르는 것에 반대하는 힘들이었다.

'본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순철 평전 독서 중  (0) 2018.04.20
[본책] 광주는 내게 무슨 의미일까?  (1) 2017.09.03
최승호의 말놀이 동시집  (2) 2017.05.28
연봉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0) 2015.08.02
정혜윤의 ‘마술 라디오’  (1) 2014.06.23
소설 정글만리 감상문  (2) 2013.07.29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8.04.19 13:13 책에 대한 단상

 (단테의 신곡, 참 여러번 시도를 했는데, 아직까지도 정독을 못했다.)

 

1.

나도 가끔 나를 돌아다 본다. 내가 생각하는 내 삶의 가장 큰 특징은 성질 더러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게으르고 성질 더럽고, 나는 원래 이렇게 태어난 것 같다. 하루 종일 놀아도 하나도 안 불안하고, 한 달을 놀아도 안 불안하다. 1년을 놀아도? 더 좋지, 불안해 할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아내가 제일 큰 불만이다. “니 방이라도 좀 치워라.”

 

영화 <전우치>에 세 신선이 아주 재밌는 대사들을 많이 한다.

 

일을 좋게 좋게, .”

 

화담이 자신이 요괴가 아닌 걸 보이겠다고 손가락에 칼로 상처를 내니까, 신선인 김상호가 한 대사였다. 영화 전개와는 크게 상관 없는 대사이기는 한데, 이 대사가 내 가슴에 깊이 남았다. 일을 좋게 좋게 쫌, 이게 내가 제일 못하는 일이다. 남들 다 넘어가는 일인데 이게 왜 그래, 꼭 그렇게 혼자 딴지 놓고 어깃장 놓는 똘아이들이 있다. 내가 바로 그 똘아이다. 그리고 그 똘아이들 다 모아놓고 그 중의 1등을 꼽으라면 내가 꼽힐지도 모른다. 하여간 일을 좋게 마무리하는 것, 이게 내가 제일 못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기원에는, 어쩌면 천성적으로 타고 태어났을지도 모르는 아주 더러운 성질이 자리잡고 있다. 하여간 뭔가 이상한 것은 그냥 두고 보지를 못한다.

 

2.

성질은 더러운데, 그렇다고 바로 문제를 고치자고 맨 앞에 나서서 솔선수범하는 그런 용감한 반장형 스타일이냐, 이건 또 아니다. <15소년 표류기>에 결국 리더가 되는 브리앙이 나온다. 매사에 반듯하고 용기도 있다. , 성질은 더러운데 거기에 걸맞는 용기는 없다. 뭔가 아닌데, 그렇다고 즉각적으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 이 문제를 풉시다, 이렇게는 또 잘 못했다.

 

그 불균형 사이를 채워 넣은 것이 알코올이었다. 하여간 죽어라고 마셨다. 그리고 나중에는 마실 핑계를 만들기 위해서 또 술을 마셨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급사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정말로, 죽을 만큼 마셨다.

 

공직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이 실제로 사직서를 내기 한참 전이다. 그 시절에는 아직 주5일제가 아니라서 토요일 오전에도 출근을 했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그래서 출근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상사한테 기분이 불편해서 일찍 좀 들어가보겠다고 했다. , 별 얘기는 없었다.

 

오전 11시에 집에 와서 페트병으로 소주 두 개를 사다 놓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진짜로 죽어라고 술만 마셨다. 너무 빨리 마시고 급하게 마셔서, 중간에 쓰러져서 잤다. 해질 무렵에 깬 것 같다. 또 마셨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서 또 마시기를 몇 번을 한 것 같다. 다음 날 좀 늦게 일어났다. 아이고, 이제는 술은 더 못 먹을 것 같았다.

 

주섬주섬 좀 씻고, 마침 책꽂이에서 보였던 <단테의 신곡>을 들고 시내로 나섰다. 경북궁 앞 벤치에서 신곡을 읽었는데,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 시간 정도는 책 보는 척하면서 앉아 있었던 것 같다.

 

그 날, 나는 내가 살던 삶을 정리하고 책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 그 시절에 여러 사건들이 있었는데, 가장 큰 것은 큰 페트병 하나 보다는 많은 소주를 마신 날이었다. 그 때 내 삶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근사했다.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3급 부장에서 2급 부장으로 승진을 기다리고 있었고, 장관 표창 받은지 얼마 안되어서 조그만 부서 새로 생기면 본부장으로 발령이 날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UN에서는 정책 분과 의장으로 자리를 잡았고, 선거에서 아시아 대표로 뽑혀서 이사직도 겸하고 있었다. 외형으로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폼나는 상황이었다. 그런 데도 만족을 못해? 만족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내 삶을 살고 있지 않았다. 겉멋에 빠져서 자기가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그날그날의 즐거움에 만끽해 있는 꼭두가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도 그러고 바로 뭔가 행동을 했느냐? 솔직히 좀 두려웠다. 몇 달을 더 밍기적거렸다. 그리고 그만두었다. 독일 본에 혼자 출장 갈 일이 생겼다. 베토벤 하우스에 갔었다. 몇 번이나 갔던 곳인데, 거기에서 마음을 먹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일련의 시간들이 실제로 내가 책을 쓰기 위해서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한 첫 원동력이 생겨나는 시간들이었다. 착하고 참하게 살다 보니까 뭔가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해야할 것이 생각나서? 그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경우는 아니다. 너무 일찍 상층부 혹은 권력의 이상한 모습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나이를 먹고 좀 천천히 자신이 숙성된 다음에 봐야 좋은 것인데, 30대 초에 너무 많이, 너무 깊이 봐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걸 자신의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대개 성격 좋은 사람들이다. 잘 놀고, 활발하고, 실속있고.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 많이 있다. 나는 태생이 성격이 더럽다. 그걸 못 참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아양 떨고, 알짱거리는 내 자신을 못 참았다. 배신하고, 또 배신하고, 그리고 다시 배신당하고, 서로 그러면서도 국가라는 틀 내에서 거대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나는 견디지 못했다.

 

그걸 견뎠으면? 그래서 못본 척 참고 알랑방구의 시간을 몇 년 더 보냈으면?

 

페트병으로 소주를 마시는 순간이 몇 년 뒤로 갔을지는 모른다. 독일 본이 아니라 일본 히로시마 같은 곳에서 결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 같다. 그건 내가 공부를 해서 그런 건 아니다. 나보다 공부 더 많이, 더 길게 한 사람들도 잘 참는다. 내가 특별히 더 정의감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나보다 더 정의감 투철하고, 더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도 은근 잘 참는 것 많이 보았다.

 

순전히, 내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다. 나는 그걸 참고 있는 그 나를 참을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그걸 잘 참았다면?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렇다. 아마 나는 내 나이까지도 살지 못했을 것 같다. 아내와 결혼하지도 못했을 것 같고, 지금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있을 것 같지도 않다. 아마 그 전에 술 처먹다고 죽었을 것 같다.

 

성질 더러운 것, 그 성질은 죽일 수가 없다. 그게 되면 내가 벌써 해탈하고 성불했을 것 같다. 그 성질은 안 죽는다. 책은 내 성질과 싸우지 않고, 혼자 하던 싸움을 계속해서 하는 타협점 같은 것이었다. 책은 아무리 성질이 더러워도 고분고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성질 나는 대로 지랄발광을 해도, 그런다고 책이 되지는 않는다.

 

책은, 내가 가진 더러운 성질을 극한으로 폭발시켜도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거대한 대양 같은 것이다. 더러운 성질로 시작했던, 하늘이 준 특출한 머리로 시작했든 아니면 정말 인간의 극한에 달한 성실함으로 시작했든, 책은 대양과 같다. 그 출발점에 숫가락으로 물을 보태든 덜든, 아무런 미동도 벌어지지 않는다.

 

나의 습작은 그렇게 사직서를 내고 나서야 시작되었다. 그리고 1년간 습작을 하고 나서, 내 습작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약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 습작을 시작했다. 그때쯤, 아내와 결혼했다.

 

지식이나 기교 혹은 성실함으로 책을 몇 년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길게 책을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형태는 달라도 나름 한 성질들 하신다는 것이다. 문인들이나 작가들 모이는 술 자리에 잘 안 간다. 성질과 성질이 만나서 극한을 형성하는 것, 이제는 안 보고 싶다. 아무 것도 아닌 얘기 한 마디가 큰 전쟁이 되는 것, 그게 성질과 성질이 만나는 것이다. 인격과 인격의 만남, 이런 건 아니다.

 

지금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본다. 내 특징은 무엇인가? 성질 더럽다는 점이다. 남들 다 좋다고 하는 박원순의 광화문 광장 개편안에 혼자서 이거 아니다고 신문에 글을 썼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일에 나 혼자 이거 아니다, 거의 1년에 몇 번씩 벌어지던 일이다. 성질, 죽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불화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할 뿐, 성질 그 자체는 죽지 않는다. 50이 되었는데도 내 안에서 펄펄 살아 날뛴다. 평생을 이렇게 살았는데, 지금 와서 죽을까? 그냥, 불치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그걸 가지고 최소한의 불화로 살아갈 뿐이다.

 

, 성질 더러운 사람들의 일이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성질 더러운 사람들의 일  (0) 2018.04.19
물들어 올 때 노 젓기, 이거 아니다  (4) 2018.04.18
책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2) 2018.04.17
좀 더 전위적인 시도를 위해서  (1) 2018.04.15
습작 시절  (3) 2018.04.13
책과 배달 문제  (0) 2018.04.11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8.04.19 12:14 아이들 메모

술을 어떻게 하면 덜 마실까, 6개월 전부터 고민하던 일이다. 별 뾰족한 답이 없다. 일단 제일 간단한 것부터. 책과 관련한 일로는 술 안 마시고 차만 마시기로. 그럼 전체 술 마시는 수요의 절반이 준다. 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술 마시지 않고 결정하는 법, 이걸 잘 못 배웠다. 책에 관해서는, 부탁할 일도 없고, 내키지 않는데 결정할 일도 없을 것 같다. 굳이 술을 마시면서 해야 할 경우는? 잠깐 따져봤는데, 최소한 책에 대해서는 없는 것 같다... 차만 마시고 결정하는 게 좀 얄미워 보이기는 할텐데, 약간 얄밉고 야박해보이는 것이 불편하다고 계속 살 찌는 삶을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40대 때에는 죽어라고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쓰러질 때까지 뭔가 했다. 아무리 처먹고, 아무리 처마셔도 살찌는 법이 없었다. 나도 이제 50이다. 처마시는 대로 다 살로 간다. 하는 일도 딱히 없고. 끈 흔들어줘도 이제는 목운동, 아니 눈운동만 하는 야옹구와 내가 딱히 다르게 살지는 않는다. 이런 거 해야 하지 않느냐, 누가 말해도 눈운동만... 술이라도 덜 마셔야.

'아이들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을 어떻게 하면 덜 마실까?  (0) 2018.04.19
하루하루를 음미하는 삶  (0) 2018.04.12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  (0) 2018.04.08
전등사에서 잠시  (0) 2018.04.08
하루가 되다  (0) 2018.04.05
다크 초콜릿  (0) 2018.03.31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요즘 나는 내 삶에서 가장 편안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속 끓는 게 없어지니까 살이 찌기 시작하는ㅠㅠ.) 지난 몇 년 동안 3월이면 둘째는 늘 폐렴이었다. 연거푸 입원을 하다가, 작년에는 폐렴이 오기는 왔는데 입원은 안하고 버틴. 올해 처음으로 폐렴 없이 3월을 보냈다. 황사철까지 기다려봤는데, 올해는 그냥 넘어갈 듯 싶다.

사는 데 무슨 엄청난 요소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뜯어보면 그냥 소소한 일상의 연장과 크든 작은 상존하는 불안거리 같은 것들의 기묘한 조합일 뿐이다.

조씨일가가 요즘 난리다. 그냥 우리끼리는 '대한항공 조씨'라고, 그 성을 불렀다. 하여간 독특한 사람들이다. 보통 조씨들과는 구분을 좀 해줘야 한다는...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는데도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 보면, 행복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전화할 때, "아직도 집에 계십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집에 있지, 어디 있냐,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다가 참는다. 혹시라도 별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가시라도 있을까, 가시 살살 발라가면서 말하는 것도 연습 중이다. 이유 없이 사람들 마음 아프게 하거나 맘 상하게 할 일 없다. 남들은 날 딱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지금 내 인생에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물론 하나하나 까뒤집어서 살펴보면 '애간장'이 탈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윗장이 팍 터져버릴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올해는 아프지 않은데, 사실 더 바랄 것도 없다. 소소하게 속상한 것, 이런 것은 문제 축에 속하지도 않는다.

어린이집 옮긴 이후로 오늘 처음 차를 두고 걸어갔다가 걸어서 데리고 왔다. 애들은 동네의 작은 놀이터에서도 참 잘 논다.

둘째 잘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내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만큼은 더 바랄 것도 없는 날이었다.

(야구만 좀 어떻게. 오늘도 역전패다...)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튤립, 시드는 순간  (0) 2018.04.21
나에게 낮은 심도란...  (0) 2018.04.21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오후  (0) 2018.04.18
어머니  (3) 2018.04.14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0) 2018.04.09
노을진 어느 봄날  (0) 2018.04.09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8.04.18 11:05 책에 대한 단상

(저자로서의 내 입장이 크게 한 번 바뀌는 순간이 있었다. 그 이후 나온 첫 책이 바로 사회적 경제 책이다. 아마 내 인생 후반기를 시작한 책이라고 기억할 것 같다...) 

 

1.

흔히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정치권에서도 많이 쓰고, 방송계에서도 많이 쓴다. 인기 있을 때 뭘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30대에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이걸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해준 말도 이 말이다. “물들어 올 때 배 노 젓기”, 나도 그런 인기는 처음이라서 뭘 잘 몰았다.

 

이제 50이 되었다. 지난 날을 되돌아 보면서 반성을 하는 중이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또 지금만큼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반성을 하고 내가 잘못한 것들을 다시 잡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제일 잘못한 것 딱 하나를 꼽으면 물들어 올 때 노 젓기’, 이게 책의 세계에서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것을 내가 몰랐던 점이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인터뷰를 거의 안 하는 작가였다. 말년에 워싱턴 타임즈가, 하여간 되게 유명한 매체랑 인터뷰를 한 번 했나 보다. 아주 오래되고 넓은 스타들의 넥타이를 맸다. 나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넥타이를 맸다는 것만으로도 놀랐다. 하여간 이 낣은 넥타이를 보고 인터뷰를 하러 간 젊은 기자가 놀렸나 보다. 가만히 있을 아이작 아시모프가 아니다.

 

만약 내가 멋진 넥타이를 매고 살았다면 지금의 아이작 아시모프는 없었을 겁니다.”

 

바로 한 방 날렸다. 그런 얘기를 나도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그런 순간이 오자,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다. 기자들이 해주던 조언이 있었다. 방송국에서 해주는 조언들도 있었다. 나쁜 얘기는 아니다. 그리고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애당초 들을 필요가 없는 얘기였다. 그냥 나는 내 길을 가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못했다.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내 앞의 사레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보고 듣고 혹은 모방할 모델이 없었다. 대개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열심히 책을 쓰고 기회가 되면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그게 마지막 목표였던 것 같다. 대학에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40대 이후로는 내가 안 갔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말렸다.

 

니 성격에, 니가 총장이라 싸워 안 싸워?”

 

물론 싸우겠지.”

 

그럼 니가 빽이 있어 뭐가 있어, 짤려 안 짤려?”

 

짤리겠지,”

 

그러니 얌전히 살아, 괜히 헛바람 넣는 교수들하고 술이나 처먹으러 돌아 댕기지 말고.”

 

그래서 40대가 되었을 때, 나는 교수는 안 하기로 애저녁에 마음을 먹었다. 동경대 등 외국에서는 연구직 제안이 건너건너 오기는 했는데, 그것도 귀찮아서 안하기로 했다. 그렇게 삶을 한가하게 만들었는데, 언론과 방송에 너무 자주 나가게 되었다. 내가 왜 한가해졌는지, 순간 까먹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 때는 이명박과 박근혜, 어두운 시기였다. 어떻게든지 채널이 열리거나 창구가 열리면, 누구든지 나가서 할 얘기를 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변명이다. 결과적으로 내 삶이 파국으로 가게 되었다.

 

2.

내가 나를 진단해보면, 제일 큰 오류는 영점 조준이 틀렸다는 것이다. 사소한 차이지만 나에게는 치명적 오류를 만들어냈다. 책을 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나는 시민과 10대들을 위해서 쓴다고 생각한다. 시민이 뭐야? 그냥 우리가 시민운동이라고 말할 때 그 시민이다. TV는 시청자를 보고 얘기하는 거고, 라디오는 청취자를 보고 얘기하는 거다. 어차피 같은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약간씩 다르다. 이런 차이를 나는 잘 몰랐다. 어차피 그게 그거 아냐? 다 국민 아냐?

 

나는 국민을 위해서 책을 쓰지는 않는다. 그런 국가주의의 신봉자는 아니다. 꼭 내 책을 사지는 않더라도 읽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쓰는 것과 불특정 다수를 염두에 두는 것은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 그런 사소한 차이가, 책의 첫머리, 맺음말, 흘러가는 톤, 이런 것에 영향을 미친다.

 

40대의 나는 그런 차이까지는 미세하게 몰랐다. 저자로서의 결정적인 패착은, 팟캐스트 방송이었다. 방송 후반기를 제외하면 기본 기획을 내가 했었다. 책의 독자와 팟캐스트 청취자는 엄밀히 얘기하면 약간은 다른 사람인데, 방송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내 시선이 흔들리게 되었다. 내가 누구를 위해서 말을 하는가? 듣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과 읽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나는 그런 걸 잘 구분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망했다. 책이 점점 더 기능적으로 바뀌는 것 같았고, 전에 했던 방식들에 자꾸 의존하게 되었다. 일단은 내가 재미가 없어져서 책을 쓰는 것의 의미를 점점 더 읽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그만 쓸 것인가, 계속 쓸 것인가, 그런 고민을 지난 2년간 했다. 뭐가 문제지, 어디서부터가 잘못 되었지? 꼼꼼하게 나의 많은 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하나하나 짚어보았다.

 

그래서 나온 진단이,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여기서부터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그냥 내 길을 가야하는 거였다. 인기가 있거나 인기가 없거나, 내가 변하는 것도 아니고, 내 책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인기를 위해서 책을 쓴 것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서 책을 쓴 것도 아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방송을 하다 보면 시청률을 인식하게 되고, 생각이 바뀐다. 신문에도 글을 쓰다 보면 조선일보식 열독률 혹은 클릭수 같은 것을 신경 쓰게 된다. 그런 하나하나의 것들이 나의 영점을 흔들리게 만든 요소들이다. 결국 나도 사람이다. 강철도 아니고, 기계도 아니다.

 

그래서 방송, 기고, 이런 것들을 끊었다. 앞으로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방식으로 살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 얘기의 일부가 <국가의 서기> 서문에 쓴 두껍게 썰기에 관한 얘기였다. 나는 저자로서,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독자에게 얘기하는 사람이다.

 

저자로서 내가 발전하지 못하고, 지체되고, 성숙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지난 2년간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랬더니, 진단은 의외로 간단했다. 내가 누구에게 얘기하고 있는 것인가, 이게 흔들린 거였다.

 

간단한 원칙이다. 신문에 글 쓰려고 책 쓴 거 아니고, 방송에 나가려고 책 쓴 거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다. 책을 들어 읽으려고 한 사람들, 그들은 한국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대중인 독자들이다. 나는 독자들에 대한 감사와 의미를 책 데뷔한지 1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흔히 배우나 연예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다. 책을 골라서 집어들고 독서한다는 행위의 거룩함에 대해서, 정말 나도 잘 몰랐다. 얼마나 고급스러운 사람들 앞에 내가 선 것인가, 그렇게 생각을 해야 뭐라도 더 나아가려 하고,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고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사줄 것인가, 안 사줄 것인가, 나는 시청률 앞에 선 방송국 PD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게 내가 망한 이유다. 나는 내가 왜 책을 쓰기 시작했는지, 왜 여기에 인생을 걸었는지, 어느 날 잊어버렸다. 그걸 잊지 않기 위해서 지금 이 글을 쓴다.

 

물들어 올 때 노 젓는 거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이제 그런 얘기는 여의도에 가서나 하시라”, 이렇게 얘기해 줄 거다. 책이 물이다. 책이 태풍이다. 노 젓는 것은 언론과 방송이 하는 일이고, 독자들과 함께 그 물을 만들고 물길을 내는 것, 그게 책이다. 정작 책이 물이었고, 사람들이 그 물을 기다린다는 것을 나는 10년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작가가 된다는 것, 그것은 스스로 물이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노 젓는 사람이 아니다. 물을 만들고 물길을 내는 사람이다. 그 일을 하면서, 나는 바보 같이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게 내가 신문 칼럼과 방송을 끊은 이유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니까 아이작 아시모프 등 유명했던 작가들의 에피소드들이 무슨 얘기였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 거, 그거 아니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성질 더러운 사람들의 일  (0) 2018.04.19
물들어 올 때 노 젓기, 이거 아니다  (4) 2018.04.18
책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2) 2018.04.17
좀 더 전위적인 시도를 위해서  (1) 2018.04.15
습작 시절  (3) 2018.04.13
책과 배달 문제  (0) 2018.04.11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8.04.18 12:35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8.04.18 14:14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