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5'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8.05.15 사과꽃
  2. 2018.05.15 충청도 코메디 – 메모 3
  3. 2018.05.15 이화여고와 배화여고
  4. 2018.05.15 독서,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행위 1

 

사과꽃. 30미리 접사렌즈. 예전 살던 집 마당에는 꽃이 참 많아서 그 때는 접사 진짜 많이 찍었었다. 백사실 계곡에도 자주 갔었고. 몇 년만에 접사 렌즈 집어 들었는데, 사실 어떻게 찍는 건지 그 사이 많이 까먹었다. 사과꽃을 본 건, 몇 년 전이 처음이다. 사실, 볼 일이 별로 없다... 올해 사과꽃이 필 때면 지리산의 후배 사과 농장에 꼭 간다고 철썩 같이 다짐을 했는데, 막상 아무 생각 없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가 사과꽃 계절이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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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짝패, 충청도 사투리가 겁나 나온다. 그렇기는 한데, 장소가 충청도 어디인가를 가르쳐주는 것 외에 언어로서의 내면적 기능은 없다...) 

 

1.

몇 년 전부터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웃음과 풍자, 그런 것을 갈망하는 생각이 나에게 계속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20대에서 30대를 짙게 누르고 있던, 뭔가 모르는 비극적 결말 혹은 구조 악 같은 것만을 다루던 상태에서 잠시 일탈적 해방 같은 느끼고 싶다는 본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지고 있지 못한, 아니면 가져 보지 못한 장난감을 더 가지고 싶은 그런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형식이 무엇이든, 코미디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약간의 시도는 했었다. 정치 코미디를 써보려고 했었고, 기본적인 얼개를 잡아 놓기도 했었다. 매번 쓰다 만 글에는 바빠졌다거나 형편이 되지 않았다는 비겁한 변명이 달린다. 마찬가지 일이 벌어졌다 (곧 죽어도 능력이 안되어서 포기했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그렇다.)

 

2.

여전히 코미디는 언제나 내가 써야 할 글 목록의 매우 상위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물론 예전에도 방법이나 대안은 없었지만, 지금도 그렇다. 리스트에 올리고, 때가 되면 뚝닥뚝닥 결국은 해치우는, 나는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은 아니다. 수많은 목록을 리스트에 올리고, 지우고, 또 올리고, 또 지우고, 언제나 그 지랄을 한다.

 

그래도 이렇게 쓰고 싶은 글을 리스트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영향을 받기는 한다. 잠재적으로라도 하고 싶다는 것이 지금 하는 일에 아주 약간이라도 영향을 주게 되기는 한다. 나의 리스트에 절대로 올라오지 않는 것은, 절절한 사랑 이야기 같은 거아니면 로맨스 코미디. 별의별 희한한 흡혈귀나 좀비 얘기 아니면 찌질한 SF류까지 전부 리스트에 올라오는데, 절절한 사랑류에 대해서는 한 번도. 하여간 마음이 안 간다.

 

3.

사투리를 사투리라고 그냥 생각하지 않게 된 계기는 제주도 연구할 때인 것 같다. 양씨니 고씨니 하는 제주 할망과 함께 태어났다고 하는 사람들 혹은 입도 몇 대를 따지는 제주도 사람들하고 작업을 꽤 길게 했다. 그 시절에 지방의 방언, 사투리, 이런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요즘 지방에 가도 사투리 듣기가 쉽지는 않다. 처음 대구에 갔을 때 들었던 그 느낌을 지금은 거의 받기 어렵다. 지방 사람들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4.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멀리 놀라 가기가 어려우니까 요 몇 년간은 주로 충청도로 갔었다. 태안과 그 인근 지역들. 꽤 길게 머물기도 했다.

 

사투리에 관한 얘기들이, 사실 우리는 많이 써먹었다. 전두환 시절부터 서울말 가미된 대구 사투리를 궁중어라고 불렀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했던 바로 그 말. 강남 살던 시절, 사방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바로 그 궁중어였다. DJ 시절에는 목포 형님들과 함께, 전라도 사투리에 익숙해졌다. 한 때 내 바로 위의 상관이 목포 형님, 그와 함께 매생이국이라는 것을 처음 먹었다. 그리고 노무현 시대가 되었고, 평생 들은 것 만큼의 부산말들을 듣게 되었다. 부산 말, 다시 대구 말, 부산 말 대구 말 그리고 그 틈틈이 광주말

 

충청도 사투리는, JP와 함께 찾아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덜 소비된 말이기도 하다. 백제로 치면, 어디가 본당이야? 전라도권, 충청도권? 지금에 와서, 알게 뭐냐? 그리고 그런 화석화 된 논쟁이 뭐가 중요할까 싶다.

 

그래도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당분간 나는 충청도 갈 일이 많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보면, 얻어걸리는 것도 있기는 할 것이다.

 

5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재능과는 아주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아쉽지만 그렇다. 뭔가 기똥찬 생각이나 아이디어 같은 것이 불현듯 떠올라, 일필휘지별로 안 그렇다. 앞으로 할 것, 꼬박꼬박 리스트를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일정표도 몇 년치, 꼬박꼬박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렇게 계획한 대로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매번 수정한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는 처지였으면, 그렇게 일정표 만들고 메모 정리할 시간에, 그냥 그걸 쓰라고 할 것 같다. 그렇긴 하다.

 

<88만원 세대>가 대표적으로, 몇 년간 모아둔 메모와 이건 좀 이상한데?”, 그렇게 적어 둔 것들 것 모아서 만든 대표적인 책이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기획하다가 버린 메모 노트 같은 것까지 참고했다. 자기는 쓸 필요 없다고 버리려고 하는 걸 그것 좀 잠깐 줘보세요”, 그런 것까지 탈탈탈 털었다. 독일 사례가 그렇게 나온 얘기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아니, 종종 배신한다. 그렇지만 그런 배신까지 다 포함해서, 뭐라도 진도를 나가기 위해서는 그래도 땀은 좀 흘려야 한다.

 

뭔가 메모를 하고, 리스트에 올려놓으면 시간이 지났을 때, 모이는 게 좀 생긴다. 그런 메모도 없이 멍하고 있으면, 시간이 흘러도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 내 경우는 그렇다.

 

블로그에 이것저것, 되는 얘기 건 되지 않는 얘기 건, 생각날 때 정리해 놓는 것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한 것 같다 (제일 잘 했다거나, 제일 많이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서 충청도말 + 코미디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결합한 메모 하나를 더 한다. 조각조각 모아서 해보는 일을, 한 번 더 하려고 한다.

 

어차피 나는 시간이 많다. 가진 것은 시간밖에 없다. 천천히 모아가면서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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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고와 배화여고를 비교하는 교육 책은, 내년 출간 일정에서 빠지게 되었다. 자사고와 혁신고를 비교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어서 꼭 해보고 싶기는 했는데... 내년에는 일정이 안 나온다. 그렇다면 후년에는? 그것도 모른다. 빛의 속도로 날라와서 꽂히는 것들이 있어서, 후년에도 기약이 없다.

원래는 모피아 2권을 교육 마피아로 할 생각이 있었다. 모피아가 기획 단계부터 처음부터 3부작이었다. 드라마 판권은 팔렸는데, 박근혜 시대라 편성은 안되었다. 그리고 나도 계속 모피아 시리즈 붙잡고 있기에는, 일정이 급해져서 결국 내려놓았다. 모피아 2권이 이화여고 3학년 여학생과 중앙고 3학년 남학생의 연애 얘기를 중심으로 구성이 되었었다. 여주인공 이름도 정해놓았었다. 결국 계속 쓰지 못한 건, 교육 얘기가 생각보다 인기가 없다. 전체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내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는 우선 순위가 떨어진다.

그렇게 한 번 내려놓았던 이화여고 얘기를, 다시 한 번 배화여고와의 비교로 올려볼까, 그럴 생각이 있었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강남의 돼지엄마를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도 한 번 테이블 위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할 생각이 있었는데, 결국 나중에 밀고 들어온 아이템들에게 밀려서...

이래저래 교육 얘기들은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아이들 학교 들어가면 후회할까? 그래도 어떻게든 이 얘기를 좀 다루면서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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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 책을 조금 읽었다. 책을 읽는 것은, 자기 시간을 내어놓는 것과 같다. 나에게 책은, 언제나 괴로운 일이다. 내가 모르는 것에 관해서 책을 읽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전혀 모르던 것에 대해서 생각을 죽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고,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전혀 모르던 것에 대한 작은 우주가 생기고, 내가 알던 작은 소행성 하나가 산산히 부수어져 나간다. 그것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책을 읽는 가장 나쁜 자세 중의 하나가, 자기가 필요한 것만 읽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실용적인 자세로 장점들만 자기 안에 들어올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10년 혹은 20년이 지나면 이게 결정적으로 해로운 일이 되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책의 실용적 장점만이 모여서 지식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머리에 똥만 차게 된다.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저자를 온전하고 완벽한 한 사람이라고 일단은 전제하고 그의 생각들을 읽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책은 부분적으로 옳고, 부분적으로 틀리다. 시기가 변하면 그 자체로 완벽하게 자신과 맞는 책은 없다. 심지어 자기가 쓴 책도 시기에 따라서 다루는 대상과 생각의 변화 때문에 자기와 맞지 않게 되기도 한다. 남이 쓴 책이야 오죽하겠냐.

그걸 자기가 우월자의 시선으로 재단하고 심판하면서 읽으면, 책의 미덕 자체도 온전하게 자신에게 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배운다는 생각 그리고 '온전하게' 하나의 세계관을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읽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렇지만, 이 과정은 고통스럽다. 매번 고통스럽다.

이런 생각을 딜타이 등의 말을 빌려서, 해석학적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키워드 하나면 꼽으면 context,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컨텍스트를 읽을 수 없는데, 텍스트를 어설프게 재단하면서 자신이 더 우월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건방떨면, 컨텍스트 근처에도 못 가본다. 그렇지만 이 과정은, 여전히 나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래서 여전히 내게 독서는,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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