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프랑스 대통령이 올랑드였다. 마침 그 때 우리 집 유선 tv에서 프랑스 방송이 나와서, 바스티유 광장에서 엘리제궁 갈 때까지 생중계를 보면서 가슴이 벅찼었다.

그때 대선 구호 중의 하나가 "L'homme d'abord", 우선 사람이.. 너무 멋있었다. 문재인의 대선 구호도 "사람이 먼저다", 그런 거였다.

근데 올랑드가 대통령 되자마자 만든 보고서들 보니까, 성장이 어쩌구 나발이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 고성장 전략으로 프랑스에 활력을 넣겠다..

보다말고, 개새.. 배신자야! 뭐, 인간이 먼저라구?

올랑드 정권은 완전 망했다. 사회당은 이제 대선 결선투표에도 못 나가는 찌끄래기 당이 되었다. 올랑드한테 확 질려서 나도 프랑스 정치 뉴스 안 본다. 나만 그랬겠냐? 오래된 사회당의 팬들이 그 시절에 돌아선 거 같다.

문재인 정권의 "사람이 먼저다", 그런 구호를 다시 생각해본다.

기업에 가는 40조 원은 너무 쉽게 결정하고, 상위 30프롱 가는 3조 원은 정말 두 달을 끌었다.

의료진에게 가는 인센티브는 고사하고, 연차수당도 짜르면서, 비대면 진료라고 원격 진료에는 환호하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정권 실세들이다.

인간과 건물이 붙으면 건물에 환호하고, 인간과 컴퓨터가 붙으면 '비대면', 컴퓨터에 환장한다. 사교육이든 의료 민영화든, 하여간 사람에게 돈 들어가는 건 죽어라고 싫어하고, 사람 아닌 것에 돈 쓴다면 환장한다.

그러면서 정말 제한적인 예술인 고용보험 정도만 생각하고, 나머지 것들에 들어가는 돈은 너무너무 아까와한다.

공무원 고용보험 가입 등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방식이 없지는 않다.

뉴딜도 그렇다. 사람한테 돈 쓰는 건 겁나게 아까워하면서 이래저래 결국 대기업한테 갈 돈은 전혀 안 아까워하고, 환호한다.

건물도 지어야 한다.. 동의한다. 30년쯤 거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공 임대주택 같은 것들을 소규모로 여기저기 짓겠다고 하면.. 뭐라 그럴 사람 하나도 없다. 지역별로 분산해서, 사회적 논의와 함께 그렇게 가자, 그걸 누가 뭐라 그러겠냐?

하여간 지금 집권층은 정말이지 사람한테 돈 가는 것을 벌벌 떨면서 아까워하는 수전노 모습을 보인다.

그럴 거면 "사람이 먼저다", 그런 얘기는 뭐하러 했냐?

안전? YS 정권부터, 안전에 고심하는 정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고 터지면 뒷수습하고, 도망가는 정권만 많이 봤다.

지금 정권은 다를 것 같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나도 기대했다. 이 정권도 최소한 안전 문제에서 "사람이 먼저", 그거 아니다. 세월호 구간에 새로 들어가는 배는 어때야 할지, 그거 고민하는 사람 본 적이 없다. 정치 구호로 떠오른 소방직 공무원제를 앵무새처럼 외치는 것 말고, 정말로 소방 업무에서 안전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놈 본 적이 없다.

"사람이 먼저다"

고상하게 동물들의 생명권이나 문화재의 존재권 같은 얘기까지 갈 것도 없다. 사람이라도 좀 먼저라고 생각하는 게 기본이 되는 정권, 그런 걸 보고 싶다.

mb부터 박근혜까지,

"돈이 먼저다", 그런 정권을 겪었다. 지긋지긋하고 죽을 것 같았다.

현재 정부의 차관 등 임명직 이상, 민주당의 정무직 이상,

"돈이 먼저다", 그런 나름 명분있는 자세도 아니다. 현실은,

"내 자리가 먼저다."

아닌 놈 있으면 한 놈이라도 나와보라는..

DJ 정부 시절, 정부에서 가장 진보적인 인사는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 돌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권에서 뒤로 숨지 않는 인사는 대통령 혼자라는 말이 나 돌았다.

현 정부, "사람이 먼저다"라고 생각하는 인사는 대통령 한 명 아닌가 싶다.

예전 얘기 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 국면, 딱 하나의 원칙이면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될 수 있다.

"사람이 먼저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임명직들, 정무직들, "사람이 먼저다"가 "내 자리가 먼저다' 보다 우선인 사람,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그리고 무슨 TV에 나와서 "국민 안전이 중요합니다" 혹은 "국가 경제가 위기입니다", 무슨 이런 얘기를 하시는가?

한 명 한 명, 꼽아서 얘기하는 것도 이제는 귀찮다. 홍남기보다 잘 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나와 보시라.

나는 그래도 지난 몇 년간, "사람이 먼저다"라는 마음으로 공직에 임했다,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올랑드가 왜 망했나? 올랑드의 사회당이 왜 망했나?

딱 그 때 모습하고 비슷하다. 그런 정당, 그런 OECD 국가는 21세기에 예외 없이 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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