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와는 국회의원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그가 큰 맘 먹고 보좌진을 한 명만 남기는 조치를 했다. 마음은 알겠는데, 좀 아니다 싶다.

1. 국회의원이 잘난 척을 하든, 다 자기 공으로 삼든, 그건 국민들이 알 바 아니다. 엄한 예산만 잘 잡고, 필요한 법들만 꽝나지 않게 잘 만들면 된다. 정부에서 자료를 빼내든, 어디가서 훔쳐오든, 사람들이 살기 편한 나라를 만드는데 역할을 하면 된다. 그것만 제대로 하면 보좌진 더 는다고 해서 아까운 것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정부 내 국장 아니 실장 밑에 날려야 할 공무원은 수 만명은 될 것이다. 입법부가 안 그래도 약한데, 전문가들부터 줄이는 거는, 좀 아니다.

2. 우리는 예산으로 정당 싱크탱크에 정책개발비를 지원한다. DJ 때에, 처음에는 더 크게 할려고 했는데, 회창옹 등 지금 한국당 계열에서 죽어라고 반대해서 규모가 줄어들게 된. 이건, 야당 특히 진보계열에게 유리한 제도다. 일본에는 이런 정당 정책개발 지원이 없다. 일본 우파는 워낙 정부 내에 뿌리도 깊고, 개인 네트워크도 강해서 서로 안 하자고 하면 아베 쪽이 월등히 유리하다. 지금 일본 민주당 계열의 야당이 정권 뺏기고 내내 헤매는 것이, 기본적인 연구도 하기 어려운 제도에 기인한다. 반면, 우리는 하다못해 정의당까지도 국고보조금으로 일정 지원을 받는다. 서로 털어버리자고 하면, 개인 네트워크가 월등히 강한 한국당이 많이 유리해진다. 국고보조금을 못 받는 녹색당이 그 한 칸을 넘어서지 못해 제도 정당으로 뿌리 못내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금의 보좌관 제도, 정책 개발비 등 싱크탱크 제도, 이런 게 정권 못 잡은 야당들에게 나름 유리하게 형성된 제도다. 김종대식 개혁은, 보수 쪽에서 하면 어떨 수 없이 진보 쪽에서 싫어도 끌려가는 개혁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김종대의 거의 대부분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 이건 좀 방향 틀렸다. 당분간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정당 특히 진보쪽 정당의 정책 역량이 줄어들면 일본식 우파 장기독재가 진짜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이건 아니다.

민주노동당 처음 원내 진출할 때에도 정부지원금의 큰 부분을 전문위원들 확충하는 데 썼다. 목수정, 한재각 등 한 때 사회의 큰 역할을 하던 영웅들이 그 시절 등장한 사람들이다. 그 때 축적된 역량이 지금의 정의당의 정책 능력까지 연결된다.

의원 혼자 진보 정당 꾸려가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동지'들의 정책적 고민... 그게 결국 거름이 되고, 싹이 나서, 꽃이 되는 것이다.

김종대 의원, 보좌관 사직서 받고 "혼자서도 잘 해요", 그러면 정말 평생 야당, 원외정당으로 내몰리게 된다. 지금 제도는 진보쪽에게 나름 유리하게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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