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들의 시대
나의 젊은 시절은 군인들과 지나갔다.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유신 사무관 혹은 장군님 따라서 왔던 운전수 출신 총무과장, 그런 사람들이 나의 동료였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군 출신들이 아주 많았다.
YS를 따라온 사람들은 등산화라고 부르던 것 같다. DJ를 따라온 사람은 지팡이라고 불렀었나? 어쨌든 이런 사람들을 통칭해서 낙하산이라고 부른다. 가끔은 특공대라고도 부르고.
명박을 따라온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나? 진짜로 양아치들의 시대였다. 양아치 중에서도 양아치, 그야말로 쌩 양아치들의 시대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그러고 있을 때, 진짜로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우리나라의 행정능력이 명박 시대에 엄청 떨어졌다. 하여간 국민 세금으로 배불린 건 업자들인데, 특히 컨설팅 회사와 로펌들이 아주 노났다. 매킨지에서 한전 구조조정 보고서 쓸 때, 보스톤에서 KBS 구조조정 보고서 쓸 때, 아주 자세히 그 과정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하여간 기가 막혔다. 경제관련 기관들 국감할 때, 근거리에서 지켜보면 아주 가관이다.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자세가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능력도 문제다. 정말 능력 없는 인간들이 명박과의 친교를 이유로 승승장구 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이런 시대가 있었나 싶었다.
도저히 그 자리에 어떻게 왔는지 이해가 안 되는 인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물어보면…
집사님이십니다…
그런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이 왜 망했나? 아마 대통령이 정할 수 있는 자리가 10만개 정도 되는 걸로 들었는데, 그 자리 하나 하나를 다 그렇게 채우다 보니, 그러고도 통치가 제대로 돌아가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
분기 경제성장률 1.6%, 그게 세계 경제 탓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건 양아치 경제의 정확하고 명확한 결과물 아닌가 싶다. 새누리당이 그렇게 무시하고 박대했던 노무현 집권 마지막 해의 경제 성장률이 5%였다. 그들도 능력만 보면 엄청나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명박네급으로 그렇게까지 양아치는 아니었다. 수치가 말해주는 거 아닌가?
군바리들도 문제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양아치였던 건 아니다. 등산화들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견제받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DJ를 따라 들어갔던 사람들, 그들에게는 능력은 몰라도 자긍심 같은 게 있었다.
명박 옆에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못하리, 해쳐먹을 결심으로 충일한 양아치들만 잔뜩 있었던 것 같다.
양아치 중의 쌩 양아치는 부지런한 양아치 아닌가 싶다. ‘얼리버드 청와대’, 그게 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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