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구는 노동의 신성함을 좀 배워야 한다

 

 

 

개는 집 지키는 일을 하고, 고양이는 쥐 잡는 일을 한다. 예전부터 군영에서 주로 길렀고, 페르시아 인근에 있던 고양이들이 근대에 대항해가 시작되면서 항구를 중심으로 급격히 퍼져나간 걸로 알고 있다.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식량을 쥐들이 다 먹어버리면 곤란할테니.

 

우리 집에 야옹구가 오게 된 계기도 쥐 때문이다. 동물이라면 질색하고, 게다가 고양이라면 도대체 왜 그런 걸 기르냐고 하던 아내가 고양이 없으면 안된다고 하던 첫 사건도 쥐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야옹구가 집에 온 다음에도 가끔 쥐가 출몰한다. 지난 겨울에는 북악산 산쥐로 판명된 녀석이 싱크대 밑에 자리를 잡고 계속해서 플라스틱 하수관을 쏠아대는 바람에 두 번이나 관을 갈고, 결국 세스코가 출동해서 며칠만에 산쥐를 잡았다.

 

우와, 이렇게 큰 쥐가 있다니...

 

천정 사이로 지나가거나 싱크대 관 밑으로 지나가는 쥐를 고양이가 어쩌지는 못한다. 마당 바깥에도 고양이들이 득실득실거리고 있지만, 잠시라도 빈팀이 생기면 쥐들이 들어오는 걸 어쩌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사온 첫 해에 비하면 쥐들이 출현 빈도가 확실히 줄어들기는 했다.

 

야옹구 쇼파에서 뒹굴뒹굴, 놀고 있는 걸 보면, 문득...

 

너도 노동의 신성함에 대해서 좀 배워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양이는 16시간 정도는 자고, 깨어있는 시간 중에서 2시간 정도는 몸단장 하는데 쓴다고 들었다.

 

야옹구도 자고 있거나, 몸단장 하거나, 남아있는 빈 시간은 놀아달라고 매달린다. 마당에 있는 고양이들은 내가 밥을 주니까 그래도 좀 편하게 지내는 편이지만, 그 바깥에 있는 고양이들은 살아가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집에 올라오는 언덕 밑에 회색 암컷이 한 마리가 보였다. 녀석은 우리 집 마당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다. 한 번은 마당 고양이들이 웅얼거리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서 보니까 뒷마당 쪽에 그 회색 고양이가 밥 좀 먹자고 버티고 있었다.

 

그 녀석의 애인도, 우리 집 마당에 사는 검둥이다. 참 녀석, 생긴 건 별 시덥지 않은데, 올해만 벌써 녀석의 자식이 8마리이다. 우리 집 마당의 강북과 생협의 아버지도 그 녀석이다. 애기들 아빠라서 어지간하면 잘 해주려고 하는데, 바보 삼촌과 워낙 싸워서 요즘은 보는대로 쫓아내는 중이다. 그 회색 암컷 사이에서 또 4마리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걔들이 요즘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뭐 먹고 사나, 가끔 걱정을 한다. 마당에 있는 녀석들 사료통에 요즘 살벌하게 많이 부어주고 가는데, 몇 시간 있다 와보면 정말로 다 먹고 비어있다. 배 고픈 회색 고양이의 아기들이 먹고 갔으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노동의 신성함, 이런 얘기를 나는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보다는 폴 라파그, 맑스 사위였던 그의 '게으름의 권리'에 대해서 더 눈길이 많이 간다. 한국에서는 그런 통계를 별로 쓰지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휴가 일자 같은 통계를 종종 쓴다.

 

지난 프랑스 대선 때, 좌파전선에서 내놓은 공약집에도 프랑스 노동자의 바캉스의 감소 같은 게 부의 양극화의 지표 같은 걸로 언급되어 있었다. 우리가 얘기하는 휴일과는 좀 개념이 다르다. 말 그래도, 몇 퍼센트의 노동자가 바캉스를 떠나느냐, 이걸 가지고 격차 사회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이건 분명히 한국이나 일본과는 좀 다른 문화적 전통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중산층이라고 얘기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벌까? 몇 번 계산해봤는데, 생활비로 꼭 필요한 돈들 제하고 정말로 가처분 소득만 가지고 계산해보면 3억에서 4억 정도가 나온다. 내가 기준으로 삼았던 게, 공기업 같은 데 부장에서 처장까지로 정년을 하는 걸 기준으로 했었으니까, 다른 업종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정년의 차이라는 게 있어서 결국은 3억에서 4억 정도의 돈을 버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거다.

 

여기에 3억원 정도의 아파트 한 채 정도를 샀다는 걸 계산에 넣었는데, 아파트 환산 지수로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죽어라고 평생 일하면 소형 아파트 한 채 그리고 그만큼의 현금, 그 정도를 손에 가지게 된다. 물론 그 중간에 룸살롱에 자기 돈으로 갔거나, 애인이 있었다면, 이것저것 다 빠지고 마이너스 인생이다. 골프도 자기 돈으로 쳤다면, 거기에서 돈이 빠지는 거다. 자기 돈으로 안했다면? 그 순간부터는 부패의 댓가이다.

 

쇼파에서 빈둥빈둥거리고 있는 야옹구를 보면서 문득 노동의 신성함에 대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런 계산도 옛날식 계산이다. 그 삶도 그렇게 아름다워보이지 않는데, 그 자리에도 목숨 걸고 가야하는 게 또 청춘의 모습 아닌가.

 

예전에 사람의 소득, 사람의 삶, 이런 것들을 한참 재밌게 계산해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한 결정이, 포도주를 마시지 않기로 한 것, 넥타이를 매지 않기로 한 것, 그런 소소한 것들이었다.

 

어지간한 사람이 평생 마실만한 포도주보다 더 많이 이미 20대에 마셨다. 보르도와 꼬뜨뒤론느를 주로 마셨는데, 정말로 왠만한 사람들이 평생 마실만한 보르도를 나는 20대에 이미 마셨다.

 

럭셔리 산업이 포도주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남자들을 위한 사치품이 꼬냑이다. 이렇게 준비한 길 대로 따라가다보면, 3억이라는 가처분 소득에서 줄줄줄 새어나가고 남는 게 없다.

 

남들도 다 하는데...

 

요 단어가 바로 사람들의 가처분 소득을 노리는 마케팅이 하는 얘기다.

 

남들도 다 하는 것은, 하루에 세 끼는 먹어야 한다는 사실 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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