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모두 엄마가 있었다!
1.
눈으로 보는 것과 글로 전달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엄마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핥아주기 시작한다.
새끼 고양이가 기분이 좋아져서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또 다른 새끼 고양이가 왔다.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엄마 고양이의 젖을 먹기 시작했다.
만약에 지문으로 처리한다면, 이렇게 네 줄에서 다섯 줄 안팎의 짧은 문장이 될 것이다. 이렇게 드라이하고 삭막하지 않게, 묘사를 한다면 호들갑스러운 몇 페이지 분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과 그림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사진과 영상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막 태어난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새끼 고양이들이 비가 그친 후, 마당에서 엄마 고양이가 목욕을 시켜주고, 젖을 물리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을지, 일단 동영상으로 찍어서 편집을 할지, 잠시 고민을 했었다. 나는 사진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네 컷 정도의 사진으로 처리하는 편이, 더 감동적으로 이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판단이 맞았던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감동이라는 것은, 복합적인 것이니 말이다.
2.
어느 방송국에서 어머니에 대한 방송을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작년부터 어머니가 편찮으시다. 난 별로 보여줄 일상이 없을 뿐더러, 내 주변의 식구들도 마찬가지이다. 어쨌든 연락이 온 거니까, 일단 얘기는 전해드렸다.
요즘은 많이 아파서, 나중에 그럴 기회가 있으면 하시겠단다.
어쨌든 나에 관한 건 아니니까, 일단은 그렇게 방송국에는 전달을 하려고 한다.
어머니… 종종 생각하게 되는 주제이기는 하다. 내게는, 그렇게 편한 주제는 아니다.
난 이 집안에서 처음 태어난 좌파이고, 다른 어느 친척과도 다른 삶을 살고 있다.
3.
엄마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모습은, 가끔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꼭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되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진실이라고 할까, 가감 없이 삶이라는 것이, 마치 우주가 잠시 정지된 것처럼, 그렇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뭔가 굳이 말을 덧붙이거나, 부연하는 설명들을 달 필요가 없을 듯한.
아, 저런 게 삶이구나…
하나의 존재가 있기 위해서, 저렇게 많은 수고와 노력이.
그걸 보는 그 자체가 내게는 감동적이다.
가끔 생각해보면, 내가 아무리 아기 고양이들을 돌봐준다고 해도, 자기 엄마가 돌봐주는 것만 하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
4.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극진한 돌봄을 받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이게 된 존재가 아니던가.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아기 고양이들이 엄마 옆에서 얼마나 평온하고 행복해보이는지, 문득 잃어버린 실락원처럼, 저런 순간이 우리에게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모든 고양이가 다 이렇지는 않다.
지금의 엄마 고양이는, 내가 봤던 많은 암컷 고양이들 중에서도 특히 새끼들을 열심히 돌보는 편이다. 녀석의 손을 떠나 고양이별로 간 아기 고양이만, 내가 본 게 4마리이다.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순간을 녀석도 겪는다.
얼마 전에 딱딱하게 굳은 아기 고양이 시체를 내 손으로 치웠던 적이 있다. 그 순간에도 녀석은 남은 녀석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무감각한 표정이지만, 그 속이 무감각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감동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도 내가 느꼈던 감동이나 생각들을 전달하려고 해보는데,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여전히 어렵다.
어쨌든 우리 모두, 삶에 한 번쯤은, 이런 아기 고양이들처럼, 지극하게 돌봄을 받던 시절이 있던 존재들이다.
지금 얼마나 받든, 지금 어떤 위치에 있든, 지금 어떤 허드렛일을 하더라도, 엄마들이 극진으로 돌보던, 그런 고귀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랑 위에서, 지금의 이 비루한 삶이라도 생겨난 것이 아니던가.
지금이 비루하고, 힘들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엄마가 돌보아주고 있는 이 아기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우린 모두 한 때, 극진한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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