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 배우는 것들 2
호기심 같은 말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증오나 사랑 혹은 희망과 같은 단어들과는 전혀 계열이 다른 용어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디오니소스 계열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광기나 광란과 같은, 그렇게 격정적 에너지와는 조금은 더 다른 분야의 말이 있다.
한동안 트렌드로 사용되던 ‘희망’이라는 단어와 호기심은 또 다른 종류의 개념인 듯싶다.
예를 들어, 일본어를 새로 배운다고 해보자. 일본어를 배워두면 뭐에 쓸 것 같아서 배우는 경우와, 그냥 일본어가 재밌을 것 같아서 배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재밌다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것일텐데, 호기심 때문에 뭔가 배운다…
아마 영어로 얘기하면, 느낌 팍팍 올지도 모르겠다. 필요나 쓸모도 아니고, 재미도 아니고, 그냥 호기심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하는 경우가 있을까? 아마 있다면, 호기심 대마왕 정도 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뭔가 배우려고 할 때, 그 동기가 지나치게 불순하거나 직접적인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내가 책을 읽을 때 재미있어서 읽었는가? 나한테 곰곰 생각해보면, 호기심은 아니고, 재미는 더더군다나 아니고, 그야말로 죽지 않기 위해서 봤다, 이게 아주 솔직한 얘기일 것이다.
어쨌든 박사를 마칠 때까지, 나도 무수히 많은 시험과 구술시험 혹은 갖은 방법의 테스트를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암기력이 정말 나쁜 편이라서, 아주 많은 독서를 하고, 그 독서량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뭐, 그렇게 고결한 입장이나 순수한 호기심 같은 걸로 독서를 한 건 아니다. 가끔 나의 진정한 독서는 만화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필요나 생존과 같은 목적과 관련되지 않고, 정말로 내가 순수하게 즐긴 적은 만화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로 호기심 때문에 무언가 새로 배우게 된 게 도대체 언제인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이다.
어쨌든, 이제 경제학은 내려놓고 학자로서의 삶을 접겠다고 생각을 한지는 꽤 되는데, 그렇게 마감으로 정해놓은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존재에게 무엇인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1) 고양이와 아이들
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한 게, 아마 고3때부터였나? 너무 오래 되어서 잘 기억도 안 나는데, 그때부터 대학 시절, 집을 나오기 직전까지. 그렇다고 그 때 뭘 배웠던 것 같지는 않다.
3년 전부터 고양이와의 삶이 다시 시작되었는데, 요즘은 내가 생각하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그런지, 고양이들로부터 이것저것 은근히 많이 배운다.
그렇다고 무슨 실용적인 이유는 아니다. 그냥 주어진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난 녀석들과 운명적인 삶을 같이 살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배우는 것들이 좀 있는 듯 싶다.
고양이들은 꾀병이 없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그렇다.
야옹구가 아픈 것처럼 보였을 때는 일요일 오후였고, 월요일 오후에 심상치 않다 싶어서 바로 다음날 오후에 들쳐엎고 병원에 갔는데… 백혈구 수치가 너무 낮아서 정말로 고양이별로 바로 보낼 뻔 했었다. 시껍했었다. 6개월 이상 상당히 아팠을텐데, 정말 그렇게 아픈지 까마득하게 몰랐다.
최근에 새끼 고양이들 두 마리가 또 떠나갔다. 아픈 줄 알았거나 급하다고 생각을 했으면, 무슨 수를 내더라도 냈을텐데, 나도 그렇게 섬세하지는 못했다. 요즘은 출산을 마치고 난 엄마 고양이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다. 완치는 어렵고, 면역력을 길러줘서 버티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데, 정말 티 안내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간다.
야생의 생명체들이 보통 그렇다고 들었다.
꾀병 없이 버틸만큼 버티고, 쓰러질 때에는 가볍게.
그걸 보면서 정말 오래 전에 읽었던 ‘Seize the day’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카르페 디엠! 삶을 만끼하라!
어쩌면 우리는 걱정이 너무 많다.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만끽하라!
오랫동안 잊고 있던 얘기였는데, 고양이들의 삶을 보면서 그런 걸 배웠다.
잘 먹고, 튼튼하고 오래 살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가치일까, 그런 생각을.
‘영혼 없는 표정’, 이런 건 좀 아니다 싶다는 것을, 고양이들의 짧지만 강렬한 삶 속에서 조금 배운 듯 싶다.
이 얘기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 아이들이냐고? 고양이를 제일 좋아하는 게 아이들이기도 하고, 또한 고양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아이들이기도 하니까.
하여간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간만에 뭔가 배우는 중이다. 고양이들이 나의 스승이다.
2) 조지 루카스와 스타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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