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시사회에 초대를 받았는데, 내가 은근 가리는 게 많아서, 그냥 극장에서 보겠다고 하고 안 갔었다.

나는 영화 쪽 인물은 아니라서, 극장에서 표 사서 보는 걸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DVD를 사서 보고 또 보고 하는 식으로 보는 걸 좋아한다. 말은 그렇게 했는데, 나도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정말 아주 뒤늦게 DVD를 사서 보게 되었다.

영화는, 복잡 미묘했다. 한 번 봐서는 잘 모르겠다.

영화 처음 봤을 때 느낌과, 나중에 수 십번 보고 나서 느낌이 확 바뀐 대표적인 영화가 <황산벌>이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는... 솔직히 그저 그랬다. 수많은 민족주의 계열 영화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찬찬히 여러 번 보고 나니, 요즘은 1주일에 한 번씩 보는 영화가 되었다.

매주 한 번씩은 보는 영화가 요즘은 <황산벌> 그리고 <착하게 살자>,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의도해서 연출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생긴 것인지, 하여간 매번 새롭게 배우는 게 있는 영화들이다.

요즘 기다리는 영화는, 황산벌 2에 해당하는 <평양성>이라는 영화이다. 작년에 한참 찍는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그 뒤로는 아직 소식을 들은 게 없다.

<즐거운 인생>도 재밌기는 하는데, 열 번쯤 보고 나니까 좀 물렸다.

나는,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백번쯤 영화를 보는 방식을 택했다.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보면 영화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게 된다. 어차피 나는 영화평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즐기는 사람이니까, 재밌는 영화를 아주 많이 보고 또 그렇게 해서 왜 이 영화가 재밌게 되었나, 그런 것들을 아주 조금씩 분석하는 편이다.

그렇게 보고 또 보는 영화 중에, 대표적인 게 <달마야 놀자> 같은 영화들이다.

원래 한국 영화를 이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다만. 남들 보다 조금 더 많이 보는 정도였는데...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크린 쿼터제를 해체하는 게 어떤 결과를 나을지, 내 나름대로 가설을 좀 세워봤었다.

그게 정말로 맞는지, 아닌지, 오랫동안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한국 영화를 아주 많이 보게 되었다.

이런 몇 개의 영화들의 공통점은, 타이거 픽처스의 대표인 조철현과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영화 감독들이 스타가 되고 제작사나 기획사 아니면 배급사가 된 사례는 많은데.

조철현은 시나리오 작가가 직접 기획자가 된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 사례는 아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조철현과 나는 싱크로율 100%는 아닌 것 같지만, 90%는 되는 것 같다.

나머지 10%의 차이점은... 몇 가지 가설들이 있는데,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시간 나면 좀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하는 중이다.

당장 어떻게 할 것은 아니지만, 나도 현업에서 손을 떼고 좀 한가해지면 조철현이 시나리오를 썼던 영화들이나 아니면 그가 기획했던 영화들을 분석하는 그런 책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몇 달 전부터 생겼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배우들에 눈을 맞추기도 하고, 감독에 눈을 맞추기도 한다. 전통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시나리오 작가나 아니면 기획자에 눈을 맞추면 또 감독 중심으로 영화를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문이 하나 열릴 것 같기는 하다.

아직은 얼기설키, 몇 가지의 가설들 체계이지만, 내가 아주 재밌게 보고 또 보는 영화 중에서 조철현의 숨결이 묻은 영화들이 적지 않다.

조철현, 이준기 그리고 류승완 영화의 특징이, 여배우들을 아주 못 쓴다는 점이다. 이 사람들 영화에서 여배우가 중요한 모티브가 되면 아주 망하는 것 같다. 여성이란! 꼭 마초가 아니더라도 남성들의 세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빅 어드벤처인 것 같다.

아마 영화로 본다면, <카모메 식당>과 정반대에 있는 사람들. 아니면 <스윙걸스>와 정반대.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여성들은 정말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준기나 류승완의 영화에 나오는 여성들은, 나무처럼 딱딱해지고 생동감이 사라진, 진짜 박제 같은 존재들로 변해버린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하여간 생동감과는 좀 거리가 먼 존재처럼 나타난다.

많은 남성들에게, 여성은 여전히 빅 어드벤처인 것인가?

아무리 아니라고 하더라도, 80년대는 마초의 시대였던 것 같다. 그런 시대의 흔적 같은 것들을 혹은 그들이 가졌던 로망스와 불만, 그런 것들을 영화 속에서 찾아내는 것은 작지 않은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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