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북중학교에서 <빵과 복권> 가지고 강연을 했다. 책 나오고 중학교에서 강연한 건 처음이다. 중학생 강연은 아주 어렵다. 쓸 수 있는 사례와 표현, 이런 게 아주 제약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얘기하면 곤란하다. 민원 들어온다. 

그래도 기회 닿는 대로 중학생 강연을 하려고 하는 것은, 10대가 몇 년 전부터 내가 연구하는 메인 주제이기 때문이다.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10대들 앞에서 통하는 얘기, 안 통하는 얘기, 관심을 끌 수 있는 얘기, 불편하게 하는 얘기, 그런 것들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워도 억지로라도 하려고 하는 편이다. 

오늘 강연을 잘 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강연을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진심으로 그리고 열심히 하려고는 하지만,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걸 워낙 싫어해서.. 늘 다른 얘기와 다른 접근을 하기 때문에, 반복에서 나오는 익숙한 노련함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그리고 새로운 승부를 하는 마음으로, 매번 떨리는 마음으로 사람들 앞에 선다. 

집에 오는 길은, 퇴근길이기도 했고,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밀려드는 차들과 섞여서, 그냥 집에 오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되었다. 다행히 둘째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잠시 숨 돌리고 쉴 여유는 있었다. 둘째는 집에 오자마자, 오늘 저녁은 뭐랴고 묻는다. 자비는 없다. 냉장고를 뒤져서, 지지고 볶고. 

나중에 담당 선생님한테, 학생들이 부뜻해했고, 많이 배웠다고 게시판에 후기들을 썼다고 연락을 받았다. 10년 전과 다르게, 지금은 중학생들 중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학생들이 적지 않다. 재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박근혜에 대해서 묻기도 하는 질문들이 나왔다. 솔직하게 답변을 했고, 20년 후에 누군가 다시 물어봐도 한국에서 무상보육을 하고, 어린이집에 누구나 갈 수 있는 시대를 만든 것은 박근혜라고 답할 거라고, 그렇게 말했다. 예전 중학교에서는 그렇게 물어보는 학생은 없었지만, 지금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경제가 좋은 것은, 누가와도 같이 할 애기가 있다는 것. 

오늘 강연을 주선한 중학교 선생님에게는 내가 정신 없는 것만 좀 지나면 시내에서 소주 한 잔 사기로 했다.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이렇게 많은 중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돈 벌려고 중학교 강연을 가는 것은 아니다. 돈 내고도 갈 용의가 있다. 그런 게,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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