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어제 밤에 편의점 가다가 문득..
학위 받고 30년째라는 생각이 들었다. 햐, 그새 30년이 지났네.
9년째까지는 세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벙어리 3년, 봉사 3년, 장님 3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버티고 살아야 하던 시절.
교수가 되기 위한 시도를 안 한 건 아니다. 모 대학에서 파이널까지 올라가서, 총장 면담을 보게 되었다. 하. 학교에서 데모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거짓말 해도 되는데, 그렇게 살지 않았다. 후에 들은 얘기는, 그해 임용 계획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어느날, 문득 9년 가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에너지관리공단을 퇴사했다. 그리고 책을 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10년 차가 되었을 때, 딱 그 해.. 첫 책이 나왔다. 초기에는 그냥그냥, 1쇄 겨우겨우 털었다. 어느 날부터 책이 잘 팔리기 시작했다. 법정 스님이 법회 때 내 책을 소개하셨다는 얘기를 건네 들었다. 그렇게 책으로 먹고 살만하게 되었다. 지금도 내 책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분은.. 법정 스님이라고 할 것 같다.
20년 차가 되었을 때.. 그때는 둘째가 매우 아펐다. 폐렴으로 두 달 사이에 병원에 거푸 입원을 했다. 둘째가 아파서 아내는 퇴사했고, 재취업을 위해서 움직이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아이들 보기 시작했다. 아내는 다시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교수가 되었다. 그렇게 그냥 살면, 적당히 한 세상 마무리할 것 같았다.
애들 보면서 책을 쓰려는데, 이게 시간 관리가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내가 다루는 주제들은, 이제 매우 어려웠다. 당연한 게.. 그냥 쓸 수 있는 책들은 이미 다 써버렸다. 그 사이 50권 가량 썼다. 남은 주제가.. 없는 게 당연하다.
마침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래저래 처리할 일들이 많았다. 둘째는 여전히 매년 입원을 했고. 남은 책들을 마저 마무리하지 못하면, 70이 되었을 때,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뒀고, 애 보는 것과 책 쓰는 것, 딱 두 가지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사이에 잡 오퍼가 몇 번은 있었다. 가장 최근은 지난 달이었다. 다 의미 있는 일이지만, 아직은 둘째가 아프다. 게다가 책 마무리해야 할 것들이 아직은 좀 밀려있다.
청소년 인권 책이 중반부로 넘어가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중이다. 요즘 내 고민은, 이걸 어떻게 부드럽게 넘어갈까, 그것 밖에 없다. 대충만 알고 있던 인권 경영에 대해서 나름 살펴보는 중이다. 지금은 이걸 넘어가는 게, 거의 유일한 관심사다.
그러고 있다가, 문득 올해가 박사 30년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징허게 오래 살아남았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중기 목표는 하나다. 일본 고등학교에서 평화에 대해 강연하는 것. 3년 내에 가능할 것 같다. 30년 동안 공부한 모든 걸 모아서, 이 하나의 목표로 가보려고 한다. 그런 생각이 박사 30년차를 지내면서 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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