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 책은 몇 달째 표류 중이다. 앞부분은 잘 지나갔는데, 그 동안에 배제고 등 10대 관련된 이슈가 너무 많아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게다가 학폭에 관한 얘기가 많이 커지면서, 뒷부분의 순서와 구조 등에서 쉽지 않은 문제들에 봉착했다. 밸런스의 문제다. 장애인 문제를 어디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담을지, 현대 기업들의 변화에 대한 얘기를 어떻게 할지, 그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급한 일들도 좀 생기고. 이 상태로 몇 달이 그냥 지나갔다.
원래의 계획 대로라면 청소년 경제 책이 나오기 전에 청소년 인권 책 초고를 마무리할려고 했는데, 그렇게는 어렵게 되었다. 더 늦어질 줄 알았던 청소년 경제 책이 이제 마지막 교정까지도 끝나고 인세 넘어가려고 하는 순간이다.
요령이라면 일종의 요령인데.. 새 책 나올 때, 다음 책 작업이 한참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순간이 되도록 일정을 좀 조정을 했었다. 책은 잘 팔리는 책도 있고, 안 팔리는 책도 있는데.. 사실상 일단 저자 손을 떠나고 나면,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나도 사람이라, 안 팔리는 책 보고 있으면 뭐라도 하고 싶어진다. 경험상, 그렇게 해서 잘 된 책은, 아직 없다. 그래도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정작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마음이 아주 그지 같아진다.
그래서 다음 책의 중요한 일정과 새 책의 출간 일정을 맞춘다. 그러면 좀 낫다. 책이 좀 팔리면, 기분 좋게 다음 책 작업을 할 수 있다. 안 팔리면? 이번에 망한 거, 다음 번에는 좀 낫게 하겠다고 다음 책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지낸 시절이, 어느덧 20년이 넘어갔다.
어쨌든 계획에 없게, 청소년 인권 책이 봄이 지나기 전에 마무리할 것 같았는데.. 현실은 택도 없고, 입추가 지나서, 이제 지랄 같던 무더위도 슬슬 꺾여나가는 시점이 되었다. 마음 속의 스트레스도, 극한에 달하게 되었던.
나는 늘 과거에 대한 얘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얘기가 더 재밌었다. 경제사를 전공하지 않은 이유가, 이런 미묘한 감성의 차이였을지도 모른다. 교착에 빠진 인권 책을 놓고 고민하면서, 이 생각이 잠깐 들었다. iso 23000, 이 얘기를 학폭 바로 뒤에 붙여야겠다는. iso 9000, iso 13000, 이런 얘기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당시 파견 나온 현대중공업 부장과 iso 13000을 같이 공부했었다. 그는 자격증을 얻어서 정년 이후를 준비하고 싶어했다. 나는.. 그냥 그런 경영시스템이 재밌었다. 좋아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그게 이제 iso 26000이 되어 있다. 여기에 인권 경영이 들어 있다.
기업 얘기, 회사 얘기, 그런 곳의 인권 얘기를 학폭 다음 장에 붙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음 주에는 이 교착 상황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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