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글레디에이터>는 100번은 봤나 싶게 많이 본 영화다. 문정동 살던 시절, 마루에 데논으로 5.1 채널을 해놓고 있었고, 입체 효과가 제일 잘 났던 영화였다. 초반에 화살 날라가던 소리가 앞뒤로 지나가면, 우와.. 나중에는 ost를 운전하면서 많이 들었다. 강북으로 이사오면서, 5.1 시대는 이제 안녕. 전세로 살던 집에서는 그렇게 지랄을 해놓을 형편이 아니었다. 다시 이사갈 때에는, 애 키우면서 리어 스피커, 택도 없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역사 책에 하도 많이 나와서 익숙했다. 콤모두스는.. 전혀 몰랐다. 어쨌든 그렇게 유명한 황제를 아들이 죽이는 초반 장면에서 충격이 워낙 커서. 보고 또 봤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이야기, 그것만으로도 영화 아후라는 충분했다.
한동안 미적거리다가 <글레디에이터 2>를 봤다. 한국 막장 드라마의 기본 구조라고 할 수 있는 “내가 니 애비다”, 이게 처음 나온 건 스타워즈 5편이었을 거다. 수많은 패로디가 나온.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서는 “아임 유어 파샤”, 요렇게 된 걸 보고 엄청 웃었었다. 글레디에이터 2도 같은 구조다. 아임 유어 파샤, 아니, 아임 유어 마더. 내가 니 애미다.
1편에서는 연애 느낌까지는 안 가고, 황제의 딸과 장군이, 2편에서는.. 니가 사실은 아들이다. 그래서 막시무스가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목숨을 건고고. 속편이 나올 때 워낙 성공한 1편의 스토리는 잘 건드리지 않는데, 어쨌든 리들리 스콧이.. 내가 만든 건데, 뭐 어때. 그리하야 주인공이 막시무스의 아들이 되었다.
그걸로 영화 끝. 전편에서는 국경의 자기 부대를 부르려는 시도가 실패해서, 부관의 시체가 나무에 걸리는 걸로 끝나는데. 2편에서는 메시지 전달 성공, 요런 소소한 차이 정도.
막시무스의 환영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영화지만, 막시무스에 대한 환상 속에서 아직도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쟤네가 사실 아이도 있던 사이였어! 정말로 그랬다면, 1편에서의 개쌍놈 황제가 왜 그런 개지랄을 했나, 이해가 되기도.
ost는 now we are free, 대박 친 주제가가 같이 나와서, 음악 실루엣은 비슷했다. 1편에서는 한스 짐머가 했었는데, 2편은 음악이 바뀌었다. 오, 한스 짐머.. (한스 짐머가 음악을 안 만든 영화가 있나 싶을 정도로, 히트 친 영화는 대부분. 인터스탈라 음악도 운전할 때 엄청 들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