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에 <은하영웅전설>이 있어서 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노이에 테제 일부를 봤던 적이 있었다. 앞부분만 있어서, 뒤는 못 보았는데, 몇 년만에 그 뒤를 보게 되었다. 사실 책을 그냥 읽으면 되는데,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다시 보는데, 가슴이 설래기 시작한다. 양웬리의 대전투 역전극으로 시작하는데, 다시 봐도 재밌다. 그야말로 로망의 시대다. 예전에 이렇게 보면서 가슴이 설랬던 게, 아마도 <카우보이 비밥>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어렵게 dvd 전편을 구해서, 너무 가슴이 설래이면서 봤던 적이 있었다. 얘기는 생각보다 시시했지만, 주변 설정이나 케릭터의 독특함이 너무 좋았다. 특히 한국어 더빙본에 있는 우리 말 더빙이 너무 좋았다. 일본어 녹음보다 새 녹음이라서 음질도 좋았지만, 더빙에서의 분위기가 더 나았다.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언제든 <카우보이 비밥>을 볼 수 있고, 화질도 나아졌지만, 우리말 더빙을 듣기 위해서 지금도 가끔 dvd를 켠다. 

양웬리 모티브가 이순신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는데, 보다보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별로 싸우고 싶어하지 않고, 계속 퇴역하려고 한다. 중요 전투가, 퇴각적이다. 지기는 했지만, 사람들을 대거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 얘기, 완전히 진 전투를 부관이 역전시키는 얘기.. <스타트렉>에도 뒤로 가면 <딥 스페이스 나인> 같은 데에서 대규모 해전이 여러 번 나온다. <은하영웅전선>에 비하면, 시퀀스도 짧고, 설정도 너무 빈약하다. 해전 신만 놓고 보면 <은하영웅전설> 따라갈 얘기는 없는 것 같다. 소설 끝에 가면, 나이 먹은 양웬리도 지는 순간이 온다고 하는데.. 

<스타워즈>는 은하제국과 공화정의 결전이 주축인데, 당시 닉슨의 황당한 정치 같은 게 스토리의 모티브였다고 들었다. <은하영웅전설>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양쪽 다 정치적으로 보면, 그넘이 그넘이다. 일종의 정치 허무주의가 강하기도 하고, 지도자들은 다 이상하지만,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이 멋진 모습들이 부각된다. 영웅 없는 시대의 영웅상 같은 거 아닌가 싶다. 일본의 강력한 정치 허무주의의 원형 같은 게 <은하영웅전설>에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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