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어딘가 같이 가자고 하여.. 문자로 내 상황을 짧게 설명했다. 

둘째는 아프고, 아내는 바쁘고, 큰애는 엄청 속 썩이는 중이다. 2025년, 초여름 상황이다. 

그래도 이 중에서 제일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 집의 18살 고양이다.

6개월 때 죽어가는 것을 구조대가 동물병원에 데려다줬고, 마침 입양하게 되었다. 두 살 때 장염으로 죽다 살아났다. 

하여간 입이 까다로워서 어릴 때에도 캔 주면, 일제, 프랑스제, 이런 것만 먹었다. 그것도 약간 맛만 보고, 국물만 먹는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도 수술한 뒤로는 아예 캔은 안 먹고, 건식 사료만 먹었다. 

두 달 전, 참치캔을 먹는데, 자꾸 밥상 위로 올라왔다. 그래서 간만에 캔 좀 먹을까, 편의점에 가서 캔 사다줬더니 허겁지겁, 코 박고 먹었다. 그때부터 건식 사료는 안 먹고, 캔만 먹었다.

하여간 드럽게 까다롭다. 나중에 슈퍼에서 사다줬더니, 그건 본 척도 안 한다. 편의점 캔만 먹는데, 그것도 수시로 먹다 안 먹다, 종류별로 취향도 명확하다. 그럼 캔 하나를 다 먹냐? 국물 위주로 먹고, 몇 시간 후에 고기가 마르면 안 먹는다. 

그리고는 나한테 와서 계속 지랄을 한다. 새 거 줘. 돌아비리. 나도 루틴을 만들어서, 오후 다섯 시 정도에 준다.  그전에 새 거를 뜯어주니는 않는다. 

나도 별 지랄을 다 해봤다. 수저로 반만 덜어주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뒀다가 나눠 주기도 했는데, 딱 첫날만 먹었고, 그 다음부터는 별 효과가 없었다. 포기.

두 달 동안 고양이랑 이런 실랑이를 하던 중에, 드디어 편의점에 있던 얘가 먹는 유일한 캔이 떨어졌다. 멸치 들어간 거다. 

결국은 이러구 살아야 하나 싶으면서도 인터넷 뒤져서 한 박스 샀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집에 남는 공간이 없어서, 이걸 둘 데가 없다. 두 아이들 살림살이로, 수납공간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우리 집 두 아들들도 속 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을 하면 알아듣는 척은 한다. 고양구는 못 알아들은 척, 그냥 내놔, 내놔.. 50대 중반,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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