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라디오에서 고정 부탁이 왔는데, 어렵다고 했다. 원래는 올해 가을이면 둘째가 혼자 다닐 정도가 되어서 조금씩 돌아다녀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래저래 사건사고들이 생기면서, 그건 좀 어렵게 되었다. 아마 내년 상반기까지는 둘째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매주는 아니지만, 일요일 오후에 우리 집 어린이들 데리고 수영장에 간다. 아직 수영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갔는데, 큰 애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못 갔다. 큰 애는 어려서부터 엄살은 없다. 아프면 진짜 아프다. 내일 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아파서 학교 못 간 적은 거의 없는 애다.
내일은 라디오 방송이 있다. 큰 애가 학교에 못 가면 그냥 데리고 갈까, 잠깐 생각을 했는데, 이제 곧 6학년이다. 두 시간 정도, 집에 혼자 있으면 더 좋아할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에 방송에 가야하면 데리고 간 적도 몇 번 있었다. 이제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둘째 세 살 때부터 육아를 시작했는데, 첫 해가 가장 힘들었고, 올해가 그 다음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올 가을에 둘째는 입원은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 같다. 한 달쯤 전에 응급실에 가기는 했는데, 병원이 파업이라서 입원은 못했다. 입원하는 대신, 응급실에서 이것저것 주사를 맞고, 그렇게 넘어갔다.
그래도 우리 집 어린이들하고 있으면 웃는 시간이 훨씬 많다. 세상에서 내가 별로 웃기지 않는 얘기를 해도 떼굴떼굴 구르면서 웃어주는 건, 우리 집 어린이들 밖에 없다. 어린이들 그리고 아이들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다가, 어른들하고 얘기를 하면.. 서울에 사는 엘리트 남성들이 기본적을는 말을 너무 막 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우리 집 어린이들이 그런 식으로 남 흉보고, 자기 맘대로 아무 얘기나 막 하면 벌써 혼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예전에는 그런 거 잘 못 느꼈는데, 어린이들과 몇 년을 보내다 보니까, 이제 그런 게 좀 눈에 들어옥 시작한다. 나도 아마 저랬겠지 ㅠㅠ..
어쨌든 어린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 우리 집 어린이들의 어린이 시절도 영원히 계속되는 건 아니고. 그 시간이 끝나면, 어디로 돌아갈지, 뭘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사실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래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살던 데로 살고 싶지는 않다. 뭘 할지는 이제 조금씩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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