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새 그리고 오늘 오전에 쓴 내용을 조금 전에 날렸다. 중산층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인데, 말은 쉽게 썼지만, 어려운 내용이다. 말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은 내용이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의 내용이다.
아마 책 앞쪽이나 뒤쪽에 있었으면 그냥 살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쓰는 데가 책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한다. 이 부분만큼은 한숨에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산층 얘기는 아쉽지만, 다른 책에서 다른 기회에 하기로.
날리기 아쉬운 부분이 좀 크면 대개 원고 버전을 하나 올린다. 혹시 나중에 날린 부분이 아쉬워지거나, 혹은 과거의 보전으로 돌아오고 싶을 수도 있어서 그렇다. 그렇게 하면 대체적으로 10번 안팎에서 초고가 끝난다. 그렇게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거기서 고치면서 다시 몇 번 더 숫자가 올라간다.
경제 얘기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쉽게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게다가 내가 하는 얘기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언론에서 흔히 하는 상식적 얘기에 반하는 얘기가 많다. 어려운 것과 불편한 게 섞여 있는데, 글도 쉽지가 않으면 진짜 어쩔 도리가 없다. 논문하고는 그게 좀 다르다. 논문은 의미가 있으면 참고 읽는데, 책은 참고 읽을 독자를 만나기가 어렵다. 내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문장 구조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호흡을 훨씬 크게 생각한다. 이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데, 생각의 흐름과 호흡, 그런 것들을 좀 입체적으로 조합해서, 읽는 사람에게 나름의 호흡이 생겨날 수 있도록 고민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호흡을 방해하는 게 생기면, 이물질로 간주해서, 가차 없이 빼버린다. 써놓은 게 아깝다는 생각은, 처음 책 쓰기 시작하면서 버렸다. 안 쓴 게 아까운 게 아니라, 사람들 손에서 잠시도 버티지 못하는 책이 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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