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그리고 미국, 그 사이에서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겪는 중이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실익을 찾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경제를 얘기하지만, 실제로 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한 대통령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경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보기 드물다. 윤석열은 그런 면에서는 매우 드물다. 그가 하는 거의 대부분의 일에 경제는 없고, 이념만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이념도 일반적인 보수들의 이념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굉장히 호전적이다. ‘가짜 평화’라는 말은, 좋게 얘기하면 처칠이 했던 얘기와 외형적으로는 비슷하다. 던케르크 작전 한 가운데에서 나치와 평화 조약을 맺자고 하던 주류 세력에 맞서서 전쟁론을 펼치던 처질의 강경한 입장이 이랬을 것이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와 뮌헨 협정을 맺었다. 여기에서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는 말이 나왔다. 처칠은 강경파였고, 결국 체임벌린은 사퇴했다. 이후에 전시 내각의 일부가 히틀러와 일종의 평화 조약을 맺는 시도를 했는데, 다시 처칠이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면서 더 이상 영국은 히틀러와 협상을 시도하지 않고 전면적인 전쟁으로 들어간다. 좋게 얘기하면, ‘가짜 평화’라는 말이 유효할 상황이 이 정도 아니겠나 싶다. 냉전도 아니고 히틀러가 한참 기세 좋던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냉전도 아니고, 히틀러가 한참 전쟁 확전 중에 있던 그런 영국도 아니다.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모든 것을 여기에 맞춰서 하는 건 좀 이상하다 싶은데, 하여간 현실은 그렇게 가고 있다. “상대방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 이 시대를 관통하는 많은 것들은 여기서 나오지 않나 싶다. 

핵에 기반한 한미일, 이것을 위해서 우리가 내주는 게 너무 많다. 중국과는 이제 아무 것도 없을 것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미국의 주요 기업들 수뇌부들이 계속해서 중국을 방문하는 중이다. 정부는 정부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야, 이런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느라고 미국 기업들이 바쁘다. 어쩌면 미국의 진정한 힘은 그런 실용주의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도 기회만 닿으면 중국 수뇌부들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한국이 지난 20년 동안 누린 번영은 어떻게 보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 위에 서 있는 것 아니겠나 싶다. 그리고 윤석열이 지금 가려고 하는 길은 이 틀을 깨고, 핵무장을 위해서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겠다.. 뭐, 그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겠나. 여기에서 원전파 전생 시대가 다시 오게 된 것이고. 

그럼 경제는?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나는 패던 거나 마저 할래요.. 노동자도 패고, 시민단체도 패고, 기자도 패고.. ‘핵 없는 세상’이 아니라 ‘핵 가진 세상’을 위한 공안정국, 그렇게 이 시대를 요약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여기까지는 알기가 어렵지 않은데, 이렇게 이념이 먼저고 경제가 나중인 시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박근혜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고. 그래도 그 주변에 경제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미국의 네오콘 중에서도 아주 강성들이 한국에서 집권했다고 하면 대체적으로 비슷한 모습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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