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종강했다. 아마 내 삶의 마지막 수업일 것 같다. 학생들은 착하고, 같이 얘기하는 것도 즐겁다. 그래도 이번 학기까지만 하고, 재계약은 안 하기로 했다. 정년까지 할 수 있는 경우이기는 한데, 아버지 쓰러지신 이후로 도저히 내가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나름 내 인생의 종강인데.. 학생들하고 학교 앞 카페에서 차 한 잔씩 하고 이런저런 얘기하고 마무리했다. 학생들 보면, 더 많이 알려주고 싶고,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주고 싶다. 대학원 수업과 학부 수업은 좀 다르다. 어쨌든 학생들에게는 인생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어쨌든 내 인생에서는 지나간 일이다. 즐거웠던 일, 아쉬웠던 일, 섭섭했던 일, 그런 게 잠시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도 이제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보이는 나이다. 벌려 놓은 일이나 하던 것들, 환갑 전에는 마무리하고 싶다. 아이들 태어난 다음에는 모든 일들의 속도가 떨어졌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포기하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진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 속도를 늦추고, 좀 더 천천히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할 수 없게 된 일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 않는 걸 보니까, 이제 조금씩 내려놓는 데에 더 익숙해지는 것 같다. 

나도 할 수 없는 일 혹은 하지 못한 일을 누군가에게 해보라고 하는 건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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