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주말에 강릉에 갔다왔더니, 한 주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그냥 지나가버렸다. 어떤 때는 한 주가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월요일인가 싶은데 벌써 금요일이고. 

코로나 때문에 애들 태권도장 문 닫고 있을 때에는 정말 일주일이 몇 년처럼 지나간 것 같다. 그 때는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다.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시간들. 그리고 그 때 밀린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은.. 우와 돌아버리겠네! 

행복이란 게 별 거인가 싶다. 몇 주 전에 비하면, 지금은 일상이 행복이다. 훨씬 나아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입이 방정이다”라고 말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면 마치 그 얘기 때문에 아직 오지도 않은 행복이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은, 그래서 우울하고, 불행해야 삶의 기본인 것 같은.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점잖은 사람이 할 얘기가 아닌 것 같은. 

그래서 뭔가 사고, 뭔가 갖추고, 그래야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훈련 받은 것 같다. 그냥 행복하다고 느끼면, 뭔가 좀 모자라거나, 피지배적 길들임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늘 불행한 것도 좀 이상하다. 행복과 슬픔 같은 것들은 교차로 오는 것인데, 우리의 한국 문명은 행복은 감추고, 슬픔은 과장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니까, 어딘가 가야 행복하고, 그래서 늘 어디론가 떠나려고 하고. 그렇지만 현실은 일상성이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일상적으로 불행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냥 여기서 행복하면 안 돼? 

외국에 가지 못해서 자기가 요즘 얼마나 불행한가를 한참을 공들여 설명하는 사람들을 요즘 좀 봤다. 이해는 가는데, 좀 측은하기도 했다. 자신이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데, 코로나 이후로 여행이 어려워서 너무나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나도 외국에 가는 걸 몇 개나 취소했고, 지방에 가는 여행도 많이 없앴다. 좀 아쉽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코로나 이후로 문득 여행과 행복, 일상성에 대해서 잠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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