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몸이 너무 힘들어서 저녁 먹기 전에 좀 잤다. 아이고, 삭신이야. 요번 주에는 태권도장도 안 하고, 세 시 반에 아이들 데리고 오는 중이다. 방법이 없다. 동네에 있는 특공무술에서는 학원은 안 하는데, 차는 운행한다고.. 우와, 진짜 유능한 사범이다. 왜 이렇게 특공 다니는 애들이 많나 싶었는데, 기가 막히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잘 아는. 

작년에 프로야구에서는 ‘간절함’이 유행을 했었다. 뭐, 간절하게 한다고 해서 없는 실력이 생기는 건 아닌데, 코로나 이 와중에 학원은 안 하더라도 차는 운행하는 특공무술 보면서.. 나는 이렇게 간절함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나는 그렇게 간절하게, 그 정도로 열심히 살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은, 아마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서로 웃으면서 살아가려고 하던 거 정도 아닐까 싶다. 

저녁 때 비도 오고, 태권도도 못 가는 아이들이 하도 야구 하자고 졸라대서.. 보통은 타격 10개씩 두 턴을 하는데, 오늘은 4턴을 했다. 두 명이니까 공 80개를 던졌다. 뭐, 살살 던지니까 그게 힘든 건 아닌데, 애들은 땀범벅이 되었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힘들기는 한. 

살다 보면 세상이 확 바뀌는 듯한, 정말로 시대 변화와 같은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IMF 경제위기가 그랬다. 그 이전에 하던 얘기가 이 새로운 시대에는 어쩐지 한가해 보이고, 삶의 고생을 모르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Mb가 집권하고 생겨난 변화가 겹쳐지고, 세상은 미친 듯이 뒤로 갔다. 그 흐름이 결국 순실이라는 괴물스러운 걸 만들어내고, 스스로 파탄에 가고 만 것 같다. 

촛불집회는 정치적으로는 컸지만, 문화적으로까지 그렇게 큰 변화를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imf 경제 위기급의 그런 변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아마도 한국에서는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큰 변화가 생겨나는 중인 것 같다. 세계적 흐름을 얘기할 때 흔히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경계지점으로 삼는데, 아마 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대공황과 세계대전은 겹쳐진 사건이라서, 굳이 구분을 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큰 변화가 생기면 사람들의 정서도 바뀌고 문화도 바뀐다. 경제에 대해서 ‘살아남는 것’이라는 은유를 쓰는데, 팬데믹은 진짜로 살아남는 게 급선무인 긴급 상황을 만든다. 런던 같이 대공습을 겪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무언가 남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내가 요즈음 노력하는 단 하나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 그리고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지공,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행동하고, 그 대신 주위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권투에서 맞으면서도 눈을 떠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지금 그와 비슷한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일상성의 소중함을 90년대 이후, 너무 오래 잊고 지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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