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에세이, 여덟 번째 글의 제목을 잡았다. '일생의 과업, 그런 거 없다'. 원래는 아내 이야기가 요 자리에 올 거였는데, 룸쌀롱 얘기를 빼면서 이 자리가 비었다. 딱 요기가 중반부로 넘어가고, 후반부로 달려갈 첫 동력을 얻는 자리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달리 길게 뭘 쓸지 고민하게 되기도 하였다.

최소한 20개 이상의 주제가 이 자리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갔다. 너 아니고, 너도 아니고, 어럅소, 너는 진짜 아니다... 그 지랄을 며칠간 했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거짓말도 안되고, 진심이 아니어도 안되고, 폼 잡아도 안되고, 나만 재밌어도 안되고, 니미럴... 뭐, 이렇게 조건이 까다로워?

그러다 아예 며칠 때려칠까, 이러는 순간에 잠시 스쳐지나가는 제목이 일생의 과업, 이딴 거, 개소리, 요런 류의 생각이. 50이 되면, 남은 목숨 다 바쳐서, 이런 게 없어지는 게 정상적이다. 남은 목숨이 얼마 없는데, 바치긴 뭘 바쳐.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지. 아니면 하던 거 하거나.

그리고 그걸 평생의 소명이라고 치장한다. 그렇게 해서 그냥 살던 대로 산다.

60이 되면, 아마도 뭔가 크게 바꾸기는 이제 어려운 시간이 된다. 그래서 그냥 하던 대로, 일생의 과업을 위해서, 그렇게 산다. 그렇게 살아도 되나? 이런 질문이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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