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한국 경제사에서 뭘 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전공자를 물어봤더니, 이젠 경제학과에는 그런 거 안 하나보다. 사학과에서도 경제 내용이라 최근에 따로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같다. 그리고 낙성대 연구소 얘기들을 몇 사람이. 안병직 선생이 뉴라이트 관련된 얘기로 욕 엄청 먹기는 하는데,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경제사 하는 마지막 그룹인 것 같다. 젊은 학자들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낙성대 연구소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걸 몇 년 전에 본 적이 있다.

학부시절에는 경제사를 전공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 실제 사학과에서 김용섭 선생 수업도 있는대로 다 들었다. 그 시절에는 경제사 공부도 많이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우리가 배운 내용들이 실제로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80년대의 경제사, 어느 쪽이든 너무 이념적으로 공부를 했다는 생각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그것도 30년쯤 지나니,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중고등학생에게 진로교육 시킨다고 하면서 꿈을 가지라고, 아주 생지랄들을 떤 적이 있었다. 나한테도 몇 번 문의가 왔었는데, 그딴 짓 좀 하지 말라고 했다. 꿈? 사회가 꿈을 청소년에게 권하면, 그 사회가 망한다. 지금은 청소년 꿈 1위가 교사고, 2위가 건물주다. 이건 자본주의 교육도 아니고, 그냥 양아치 교육이다.

하여간 집단적으로 돈 되는 거, 잘 나가는 거, 이런 것만 죽어라고 밝히다 보니 경제사처럼 한직에 있는 거, 전공자가 거의 없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싶은데, 아무도 안 하는 게 너무 많다.

조선초기의 경제상황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 예전에 한국경제사 전공했던 후배들이 듣자마자, 난감해한다. 자기도 모르고, 아는 사람이 아마 경제학과에는 없을 거같고, 사학과에 좀 물어본다고...

학문이든 연구든 심지어는 예술도, 많은 경우 너무 깡패처럼 한 동네에 몰려다닌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달려 있는 메일은 요즘 보지도 않고 바로 스팸함으로 보낸다. 이게 깡패들이여, 뭐여? 근본을 따져보면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에게 밀리기 싫은 현 정부에서 이런 걸 강조하다 보니 공무원들이 알아서 기어서, 거의 모든 정부 관련 활동에 전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단다. 그런데 경제사는? 이런 질문이 생기면, 답 하기가 어렵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