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 2>를 보게 되었다. 그냥 tv 에서 해주는 일부를 보고는 결국 tv에 2,500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보았다.
멍...
<신세계>의 일부가 보이는 것 같고, <더킹>에서 나왔던 들개신은 아예 통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부산영화제에 나왔나, 하여간 제대로 개봉하지는 않은 영화 정도로만 알고 있다. 확인해보니까 전작인 흑사회는 기념 상연 정도 했던 것 같고, 흑사회2는 상영관 2개에서 누적관객수 364명이다. 아마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다면, 기념비적인 364명 중에 한 명이 되었을 것 같다.
20대에서 30대 초반, 나도 이렇게 기념비적인 영화를 보는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아기 태어난 다음에는 다 꽝이다. 1년에 한 번 극장 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보안관> 꼭 봐야 한다고 주위에서 난리인데, 진짜로 갈 형편이 아니다.
<무간도>를 굉장히 재밌게 본 적이 있다. 2편도 재밌게 봤다. 3편은, 음, 그 정도는 아니다.
<흑사회 2>는 충격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아도, 많은 제작자나 창작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는 것들이 종종 있다. <더킹>의 들개신은 아마도 여기에서 나온 것 아니겠나 싶다. <더킹>에서의 들개신은 좀 설정적이고, 기능적이다. <흑사회 2>는 영화의 골격에 해당하고, 클라이막스로 달려가기 위한 필수 요소다. 들개에게 물려죽는 것이 주는 원초적 공포가 있나?
최근 한국 영화의 일련의 흐름을 보수신문에서는 '사회파' 혹은 '정의의 상품화', 이런 식으로 부른다. 나는 그냥 '강한 남자 신드롬' 정도로 분석한다. 이런 강한 남자 얘기의 원형과 비슷하기는 한데...
그런 것보다는 스타일이 좀 더 드라이하고, 홍콩 뒷골목의 싸구려 느낌을 잘 살렸다. 한 마디로, 강한 남자라기 보다는 꼬질꼬질한 남자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구조와 욕망 안에서 그 꼬질꼬질함이 진짜로 지저분한 전략으로 변하게 된다.
나온지 5년도 넘는 영화다. 아마도 수많은 강한 남자 신드롬을 추구한 사람들이 이미 보았을 영화를 뒤늦게 복기 하듯이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았어도 시대의 영감을 만드는 영화들이 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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