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 7편의 영화를 며칠에 걸쳐서 봤다. 2014년에서 2015년, 2년에 걸쳐서 영화 7편이 만들어진 거였다. 딱 둘째 애 태어나고 세 살 될 때까지 그리고 내가 뭐하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던 그 시절에 만들어진 거였다.
봄이 오고, 둘째 아픈 것도 한시름 놓고 나니까 제일 먼저 한 게 실사판 레이버 영화 찾아본 셈이다. 그 동안에 정신이 없어서 이런 거 있는 줄도 몰랐다.
오시이 마모루가 신이라들 하는데, 진짜로 신 맞는 것 같다. 공각기동대는 매트릭스를 비롯해 수많은 얘기들의 원형이 되었다. 그 정도 하면 어느 정도 한 생에서 해야할 정도의 일은 다 한 거다. 그 반에 반에 반에 반도 못하고 그냥 삶을 낭비하게 되는 게 삶이다.
흔히 하는 말로, '한 바퀴 더' 돈다고 한다.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라는 이 복잡한 제목의 시리즈가, 진짜로 한 바퀴 더 돈 얘기이다.
내 입장에서는 공각기동대보다 더 재밌다. 공각기동대의 최근 시리즈도 봤다. 처음 공안9과가 만들어지는 그 배경에 관한 얘기들이 최근에 다시 하고 있다. 소령이 아직 소령이 아니던 시절...
패트레이버의 특차2과는, 그보다 설정이 훨씬 더 재밌고, 우리의 삶과 더 밀접하다. 그리고 '잉여'와 공무원 사이의 긴장 관계가 더 팽팽하다.
공각기동대는 앞으로 올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전뇌가 더 발달할 것이고, 더 많은 것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설정되어 있다.
패트레이버는, 이미 경쟁에서 밀려버린 기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레이버, 이제는 아무도 만들지 않는 두 발로 걸어다니는 게다가 사람이 타고 조용해야 하는 로봇, 경쟁에서 졌다.
언젠가 퇴화하게 될 기술, 이건 지금 우리의 얘기이다.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이 짧으면 10년 길면 20년 내에 사라지게 된다. 그래도 남을 것과 남지 않을 것, 그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오사이 마모루의 얘기는, 그렇게 경쟁에서 애당초 밀려버렸지만, 아직은 문을 닫지 않은 집단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직이지만, 결코 한가하지는 않은.
며칠에 걸쳐 보면서, 진짜로 몸 세포 구석구석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해리포터, 그런 세계적 빅히트를 친 연작 시리즈들을 아주 재밌게 봤다. 그런 얘기들은, 대부분 내 얘기는 아니다.
Man of the West...
반지의 제왕의 마지막 전투에서 나오는 대사다. 아주 격론이 붙었던 대사다. 그래, 너희는 서양 넘들이고, 저 중간계 한 쪽 끝의 나쁜 넘들은 동양인이라 이거지.
아무리 보편주의, 범용적 감정을 얘기해도 내 얘기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는, 딱 우리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 조직, 공기업, 그 중간중간에 잉여 부서들이 있다. 한직, 그렇지만 결코 한가하지 않은...
박근혜와 함께, 한국 자체가 한가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미국에 끼고 중국에 끼고. 전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뭘 해야할지, 아니 어떻게 해야할지, 좀 방향이 잡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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