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 배우는 것들 3

 

2) 스타워즈와 조지 루카스

 

<스타워즈>를 내가 몇 번쯤 봤을까? 겁나게 많이 봤는데, 아직 100번은 안된 것 같다.

 

어렸을 때 본 것은 깊이 생각을 안 해 본 거라, 그냥 본 거고. 마음 먹고 열심히 봤던 건, 노무현 후반 부, 한참 한미 fta 추진하던 그런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때도 메이킹 필름이나 코멘터리 같은 것까지, 나름 챙겨서 본 적이 있다. 모든 영화를 다 그렇게 보는 건 아니지만, 일단 보는 영화는 가능하면 100번은 채워서 보려고 하고, 또 관련 자료들도 같이 보려고 하는 편이다. 100번 보면 아냐? 물론 그렇게 봐도 모르는 건 여전히 잘 모른다.

 

<스타워즈>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은, <인디애나 존스>를 다시 보고, 코멘터리와 메이킹까지 다시 보기 시작한 후의 일이니까, 아마 2달 전부터의 일인 것 같다. 지금은 엎어진 영화이지만 이준익 감독이 자청비시나리오 작업을 한참 할 때, 그걸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래된 블록버스터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캐스트 어웨이> 같은 걸 그 즈음에 다시 보기도 했다.

 

하여간 그 다음부터 거의 두 달째, 계속해서 <스타워즈>만 보는 중이다. Dvd 버전으로 보고, 블루레이 버전을 사서 보고, 그 안에 있는 크고 작은 자료들까지 탈탈 털어서 계속 보는 중이다. 아직은 노트를 하면서 보고 있지는 않은데, 곧 지나면 메모 작업도 해보려고 한다. 7월 초에, 블루레이 사가 버전이 재발매된다. 물론 이것도 나오면 사서 보려고 한다.

 

한국 영화 중에서 100번 채워서 본 영화들이 몇 개 있다. <짝패>가 그랬고, <달마야 놀자> <화산벌> 그리고 <오 브라더스> 같은 걸 그렇게 보았다.

 

원래 내가 무슨 재능이 있거나, 기가 막히게 머리가 좋거나, 아니면 느낌이 있거나, 그런 스타일이 전혀 아니라서, 공부할 때부터 그냥 좀 무식하게 보고 또 보고, 그렇게 많이 했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나같이 별 재능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제일 낫다.

 

몇 년 전에 조지 로메로와 조지 루카스를 비교하는 작업을 했던 적이 있었다. <생태 요괴전>을 한참 구상하던 시절이었는데, 두 사람을 한참 비교한 다음, 나는 조지 로메로 쪽을 선택했었다. 물론 일본 여행 이후, 나중에 요괴로 모티브가 바뀌기는 했지만, 이 책의 첫 모티브는 조지 로메로에게서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조지 루카스는 그 당시 나에게 아무 느낌도 주지 않았다.

 

하여간 그건 옛날 일이고, 요즘은 <스타워즈>만 보고 또 본다. 정확히 말하면, 그 시절의 자료들을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고, 그러는 있는 중이다.

 

내가 뭔가를 진짜로 배우고 있다는 생각은, 두 번 받아보았다. 대학원 시절과 박사 과정 초기, 앙드레 니꼴라이에게 배울 때 그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현대에 다니던 시절이나 에너지관리공단에 있을 때, 뭔가 배운다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 적응하는 거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한국무역협회의 부회장이 된 오영호 차관하고 일하던 시절에는, 진짜로 뭔가 배운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존경하지 않으면, 뭔가 배우기가 쉽지 않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공무원 중에서 내가 진짜로 존경했던 것은 오영호 차관이었다. 물론 그와 나는 살아갈 길이 다르고, 하고 싶은 일도 달랐지만, 오랫동안 주변 사람들은 내가 오영호 작품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공직을 그만둘 때, 진짜로 나를 만류했던 건 한 사람이었는데, 당연히 오영호 차관이었다. 뭔가 몇 가지를 해준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차피 내 삶은 그게 아니라서, 그냥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에게, 진짜로 많이 배운 건 사실이다.

 

뭔가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일이,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닌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보면, 뭔가 정말로 배운다는 생각을 아주 오랜만에 받게 되었다.

 

<스타워즈> DVD든 블루레이든,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이고, 또 누구나 본 영화이다. 게다가 무수히 많은 매니아들이 있는 영화이다. 나도 한참 시스가 어떻고, 포스가 어떻고,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고 다시 보면서, 그 때와는 전혀 달랐고, 예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새롭게 이 현실을 보게 되었다.

 

한동안 이 일을 하려고 한다. 한 달 정도는, 일단 dvd부터 자세히 보고대부분 원서라서 돈이 좀 깨지기는 하겠지만, 논문 쓸 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고문헌과 논문들을 챙겨서 보고. 그리고 나서 조지 루카스 인터뷰를 짧게라도 해보려고 한다.

 

원래의 인터뷰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하려고 몇 년째 조금씩 준비하던 게 있었는데, 그걸 이걸로 바꾸었다.

 

연락은? 내가 요즘 한국에서 외국 영화를 가장 많이 수입하던 사나이들, 그리고 어쨌든 천만 관객을 불러모았던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는 중 아닌가?

 

조연출 한 사람이 웃기는 얘기를 하기는 했다. 핸펀을 막 뒤지더니, “조철현 바로 위에 조지형이 있었는데, 전호 번호가 없어졌네요…” 하하하.

 

아직 뭘 어떻게 하고, 뭘 얼마나 더 배워야 할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뭔가 엄청나게 배우고,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조지 루카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찾아가면서, 간만에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는 중이다.

 

뭔가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주는 가슴설래임,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인가, 그런 생각에 <스타워즈>를 보고 또 보고, 그러고 있다. 누구나 보았고, 누구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소재를 다시 뒤집어서 2012년이라는 공간에 맞게 해석해보는 것, 이게 참 재밌다.

 

오랫동안, 경제학이든, 생태학이든, 일반인은 접하기 어렵거나 평생 한 번 들어보지도 못할 얘기들을 가지고 공부를 했었다. 장 밥티스트 세이나 튀르고의 책 혹은 존 스튜어트 밀의 경제학 책 같은 건, 정말로 경제학자들도 잘 안 보는, 그런 몇 사람만 보는 책이었다. 난 이런 종류의 공부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있었다. <스타워즈>와 조지 루카스에 대해서 공부하는 건, 그것과는 정반대이다. 누구나 보았고, 대부분의 사람이 한 두시간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는 소재이다.

 

간만에 뭔가 배운다는 즐거움이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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