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시작하는 날

 

 

 

사람이란 원래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어려운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별로 거창한 이유는 가지지 않고, 그냥 내 주변에 나타난 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한지 몇 년 된다.

 

아기 고양이들이 태어난 건, 한 달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보기 시작한 건 아직 한 달이 안 된다.

 

6월은 내내 가뭄이었고, 4대강과 관련된 아주 이상한 논쟁을 하면서 한 달이 가버렸다. 6월의 마지막 날에는 서울에도 비가 왔다.

 

비가 그치고 날이 좀 개기 시작하자, 고양이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기 고양이들은 아직은 날 엄청 무서워한다.

 

앞에 있는 녀석이 강북, 뒤쪽에 있는 녀석이 생협, 이렇게 두 마리가 살아남았다.

 

 

간만에 네 마리가 모두 모인 가족 사진과 같이 되었다.

 

그 사이 아들 고양이는, 바보 삼촌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큰 형에 해당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그냥 집에 남아있는, 예전에는 어느 집에나 있었을 법한 그런 바보 삼촌 분위기라서.

 

출산을 하고 나서, 엄마 고양이는 요즘 좀 아프다.

 

처음에는 눈에서 심상치 않은 눈물이 나서 병원에 가서 물어봤더니, 몸이 허약해져서 생기는 바이러스형 질환이라고 한다.

 

튜브처럼 생긴 약을 먹이는데, 이걸 먹이는 것도 큰 고역이다. 캔 같은 데 타서 주는데, 바보 삼촌이 눈치도 없이 다 먹어버린다.

 

사실, 가족 사진처럼 생긴 사진을 몇 번 찍기는 했는데, 그 때마다 한 마리씩 아기 고양이가 고양이 별로 떠났다.

 

짧게 보았던 녀석들이지만, 가슴 속에 깊은 그리움을 남겨놓았다.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 고양이들이 꿈에 나왔었다.

 

헤어짐은, 아무리 반복되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삶에 대해서 배워가는 것, 아무리 배운다고 해도 그걸 알 수가 있겠나 싶다.

 

우리는 욕심이 너무 많고, 그걸 내려놓기가 싶지 않다.

 

그 욕심들이 모두 모여서, 우리는 명박 시대라는 아주 이상한 시대를 만나게 된 것이 아닌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자기가 하지 않은 것으로부터 보상받으려는 것, 그런 게 분양이라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와 전세 끼고 집 사기’, 이런 것과 만나면서 그야말로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그런 괴물이 되어버린 것 아닌가 싶다.

 

손에 쥐고자 하는 게 너무 많았고, 남들도 다 이렇게 한다는, 맞어, 그렇게 하는 게 진짜야, 이런 악마의 목소리 같은 유혹이 너무 많았다.

 

영화나 출판 혹은 드라마 같이, 큰 돈도 움직이고,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는 곳에서는 벌써 박근혜 시대를 상정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걸 뭐라고 하기도 어렵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상반기가 지나가면서, 내 주변에서는 내년 계획을 세우는 일이 부산하다.

 

나는, 내년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냥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고, 반골학자가 한 명 있었던 걸로, 내가 이 시대에 할 수 있었던 것을 그냥 마음 속에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명박 시대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고, 이 시대를 고양이들과 아웅다웅하면서 겨우겨우 버텨낸다.

 

만약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올해 다 할 생각이다.

 

근혜 시대, 그걸 상상하고 싶지도 않고, 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는 것도 싫다.

 

바보 삼촌이, 참 아무 생각 없이, 정말로 명랑하게 살아간다.

 

녀석들에게 배우는 게, 생각보다 많다, 명박 시대에는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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